현대자동차가 미국 내 자동차 할부금융을 강화,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외화 10억달러(1조1275억원) 규모의 선순위 공모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유럽 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발행조건이 유리해지고 있는 덕분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미국법인(SA) 역시 비슷한 시기에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을 추진하고 있어 “대형 한국물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할 경우 투자수요 모집 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삼성전자의 발행 시기 전후로 유리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가 10억달러 규모의 달러 공모채권 발행을 추진한다. 지난달 26일 다우존스뉴스와이어등 외신들은 美투자은행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현대차가 공모채권 발행을 위해 바클레이즈캐피털·BNP파리바 등 5곳을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보도 했다.
발행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5년6개월 만기에 1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작년 12월 미국법인을 통해 5억 달러 규모 5년6개월 만기 달러채를 발행한 바 있어 불과 두달 만에 대규모 발행에 또 나선 셈이다.
이는 최근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리스크프리미엄이 하락해 자금 조달을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닛산과 혼다 역시 최근 30억 달러 이상의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채권은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가 발행하고 현대차 본사가 보증하게 된다. HCA는 지난 1989년 현대차 해외법인의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사로 현대차 미국법인(HMA)이 지분의 대부분을 갖고 있다.
◇ 美자동차 할부금융 강화 용도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조달한 자금을 미국 내 자동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할부금융 강화용도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국내 차량 구입에서 할부금융 비율이 40~50%인 것과 달리, 미국에선 그 비율이 80%에 이를 만큼 할부금융 서비스는 차 판매의 중요한 요소다.
현재 미국에서 HCA의 할부 금융을 이용하는 사람은 현대차 구매고객의 55% 정도로 HCA는 “특별할부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도 지난해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HCA의 인지도를 톱 3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19.7% 늘어난 64만5691대를 판매했다. 올 1월에도 4만2694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했다. 현대차는 올 미국 시장에서 67만5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지난해보다 4.6%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는 “할부금융이 강화되면 현대차의 미국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회생하고 있는 GM·크라이슬러·포드, 미국 ‘빅3’와 도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들에 맞서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할부금융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가 많이 팔릴수록 할부와 리스금융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운영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HCA가 글로벌본드를 발행키로 한 데는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유리하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와 유럽 위기의 진정으로 한국 기업들의 자금조달 조건은 좋아지고 있다. 최근 같은 시장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현대차는 두달전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발행 시점 포착이 관건
현대차의 채권 발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미국법인을 통해 10억달러 규모의 발행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발행 시기를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채권시장에 대형 한국물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당초 예상과 달리 3월을 넘겨 4월중 발행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는 먼저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될 경우 3월중 서둘러 발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이 관심은 1997년 이후 15년 만에 글로벌시장에 등장한 삼성전자에 집중하고 있어 현대차의 투자자 모집에 난항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높은 신용등급으로 글로벌 기업채권의 위상을 가질 수 있어 모처럼 등장하는 삼성전자 채권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발행금리 못지않게 투자수요도 중요한 평가 요소인 만큼 현대차가 비슷한 시기에 발행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에 글로벌 투자자 수요를 일부 뺏길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연초 이후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개선됐지만 언제까지 좋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시기를 마냥 저울질만 할 수도 없다.
한 IB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아직까진 돈의 흐름이 너무 빠르다"며 ”발행 시점을 누가 얼마만큼 잘 포착하느냐에 따라 외화조달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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