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회계조작, 꼬리 무는 의혹 추적

황혜연 / 기사승인 : 2013-07-22 13: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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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리해고 합리화 회계조작 금감원은 은폐?

▲ 지난 6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3대 종단 공동행동 선포’에서 해당 관계자들이 쌍용차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토요경제=황혜연 기자] 쌍용자동차(대표 이유일)의 회계조작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쌍용차측이 지난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를 합리화하기 위해 안진회계법인(쌍용차 외부감사법인) 회계감사보고서를 통한 회계조작으로 부실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이어 금융감독원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특히 서울고법 민사2부에서는 현재 쌍용차 해고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추가 정황까지 속속 나와 향후 소송 결과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 회계조작 의혹은 지난해 9월 청문회를 통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회계조작의 시발점이 된 자료는 안진회계법인의 ‘2008년 쌍용차 회계감사보고서’다.

업계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은 회계감사보고서에서 당시 쌍용차 유형자산 가치를 전년도보다 5177억원 낮게 잡아 쌍용차 부실규모를 그만큼 크게 부풀렸다. 부채비율이 3배 증가하고 당기순손실 4배가 증가되며 이는 법정관리·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근거가 됐다.

반면 한국감정원은 2009년 2월 5일 기준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유형자산 가치를 안진회계법인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잡았다.

하지만 쌍용차는 법원에 한국감정원 보고서 대신 200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작성된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쌍용차는 2009년 1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정리해고 인원을 보고할 때 삼정KPMG의 보고서를 근거로 삼았는데, 이때 삼정KPMG가 정리해고 규모를 ‘2646명’으로 잡은 근거도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인 것으로 밝혀졌다.


◇수치가 다른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

그러자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6월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의 유형자산 장부가액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 점을 알렸다.

감사조서에는 유형자산 장부가액이 8748억원으로 적혀 있지만, 감사보고서에는 장부가액이 이보다 757억원이 작은 7991억원으로 산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자산가치가 그만큼 줄어든 것을 말한다.

또한 감사조서에는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4625억원으로 잡혀 있지만 감사보고서에서는 5176억원으로 늘어났다. 감사보고서가 감사조서에 비해 손해를 551억원 더 높게 산정한 것이다.

또 안진회계법인은 상용차 차종별 설비의 사용가치를 계산할 때 계산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전차종 공통자산’을 통째로 누락해 손상차손을 1357억원 더 높게 잡았다. 심 의원은 이처럼 유형자산 장부가액과 공용자산 사용가치 등을 포함해 안진회계법인이 쌍용차 손상차손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감사보고서가 감사조서에 비해 총 5537억원의 손상차손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회계감사보고서 조작 의혹의 핵심은 감사조서와 감사보고서의 수치가 다르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사조서는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전체 회계목록의 세부 자료 모아놓는 것이며, 감사보고서는 이 감사조서의 수치를 토대로 작성된다. 이 때문에 감사조서의 수치와 감사보고서의 결과가 다르다면 이는 회계 조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유형자산 손실 부풀리기 의혹추가

심 의원은 ‘쌍용차 기획부도’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기획부도 증거로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실패로 벌어진 사건 ▲2008년 말 쌍용차 유동성 위기는 조작 ▲정리해고의 핵심 논거가 된 안진회계법인 회계감사보고서의 유형자산 손상차손 계산은 조작 등의 내용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회계조작‧기획부도’ 의혹을 뒷받침하는 추가 정황으로 유형자산 손실 부풀리기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6월 4일 경향신문은 안진회계법인이 감사조서에서 차량 예상 판매대수를 하향 조정해 유형자산 손실을 부풀렸다고 보도했다.

쌍용차가 2009년 액티언 예상 판매대수를 전년도(1만263대)의 절반 수준인 6410대로 잡았는데, 안진회계법인 감사조서에서는 이 수치가 다시 40%가량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예상 판매대수 하향조정은 전차종에 걸쳐 이뤄졌다.

감사보고서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안진회계법인은 복수 매체를 통해 법원 제출 감사조서가 최종 재무제표를 반영한 감사조서와 다른 것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회계조작 은폐 의혹까지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심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민병두·김기준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진회계법인이 금감원에 제출했다고 주장하는 쌍용차 회계감사 ‘최종 조서’에 대해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5177억원 손상차손’의 근거가 될 수 없는 조작된 괴문서”라며 “이를 감리한 금감원이 의도적으로 회계조작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금감원이 엉터리 문서를 정밀 감리하고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면서 “금감원이 형식상 구비 요건을 갖추지 않고 수식 오류까지 있는 문서에 면죄부를 줬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쌍용차 회계감사 ‘최종 조서’의 회계 조작 근거로 ▲실제 조서에서 현금 지출 고정비 총액이 계상되지 않은 점 ▲차종별 유형자산 사용 가치의 계상 수치와 근거 수치가 일치하지 않는 점 ▲최종 감사 보고서의 유형자산 장부가액과 조서의 장부가액이 2850억원이나 차이나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쌍용차 회계 조작’에 대한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복수 매체를 통해 “첫 조서와 중간 조서, 최종 조서의 내용이 다른 이유는 정상적으로 감리하는 단계에서 추가로 확보되는 자료와 증거들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중간 조서와 최종 조서의 내용이 다르다고 해서 이를 조작된 괴문서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토요경제>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의 일방적 이의제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운명이 달린 소송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현재 서울고법 민사2부에서는 쌍용차 해고자들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이다. 지난 2012년 1월 서울남부지법은 쌍용차 해고자들이 2010년 11월 제기한 해고 무효소송 1심에서 쌍용차 정리해고가 합법적이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정리해고 무효소송의 핵심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실제로 있었느냐다. 현행법상 ‘정리해고가 도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정리해고는 합법이다. 해고자들이 소송에서 이기려면 회사의 선택이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특히 안진회계법인 회계감사보고서 조작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 ‘불가피한 정리해고’였다는 쌍용차의 핵심 논거는 무너진다.

지난 6월 7일 서울고법에서 해고 무효소송 항소심 1차 심리가 열렸었다. 법원은 회계감사보고서 조작 문제가 핵심적인 쟁점으로 떠오르자 최종학 서울대 회계학과 교수를 특별감정인으로 선임했다.

최 교수는 법원을 통해 ▲계속기업 가치 평가보고서 및 자산가치 평가조서 ▲안진회계법인의 손상차손조서 사본 및 관련 자료 일체 ▲금융감독원 감리기록 일체 등 관련 자료를 쌍용차와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아 감정을 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감정기간을 8월 말까지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쌍용차와 금감원이 자료 제출을 미룰 것으로 보이는 데다, 실제 자료가 제출된다고 하더라도 그 분량 때문에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려, 실제 감정기간은 이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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