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행사 중이라고 해서 화장품을 샀는데, 생각보다 그다지 싸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쩐지 속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그냥 기분 탓일까요?”
할인 행사 기간을 노려 화장품 쇼핑을 즐긴다는 대학생 최가연(24) 씨의 말이다. 소비자들이 겪었을 이런 미심쩍은 기분은 단순한 기우(杞憂)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최근 소비자들에게 큰 이득이라고 생각했던 화장품 브랜드들의 할인경쟁이 사실은 속임수라는 사실이 드러나 소비자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 가격 인상 후 할인… 아모레퍼시픽 ‘꼼수’
지난달 아모레퍼시픽 라네즈는 3만8000원짜리 ‘워터뱅크에센스’를 3만4천200원에 할인 판매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인상 전 가격은 3만5000원. 말이 좋아 세일이지, 사실상 종전가격으로 파는 셈이다. 4만2000원짜리 ‘하이드라 솔루션 크림’도 마찬가지다. 10% 가량 할인된 3만7800원에 팔렸지만 가격 인상전인 4만원과의 차이는 2200원에 불과하다.
기존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 상품을 새롭게 내놓으며 값을 올리기도 한다. 이니스프리가 지난 4월 출시, 모델 이민호를 내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한 남성 기초화장품 ‘포레스트포맨’의 스킨, 로션 가격은 1만9000원, 2만2000원으로 지난달 10% 세일하면서 각각 1만7100원, 1만9800원에 판매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 남성 스킨과 로션가격(1만7000원)에 비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다.
◇ 50% 할인한다더니, 사실은?
‘빅 세일’ 문구만 보고 구입했다가 실제론 낮은 할인율을 적용받는 등 가격오인으로 인한 피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정수영(31ㆍ직장인) 씨는 미샤 매장에 걸린 ‘50% 세일’ 광고판을 보고 마스카라를 하나 구매했다. 집으로 돌아와 영수증을 확인한 정 씨는 생각보다 비싼 금액에 구매한 것을 알고 당황했다. 알고 보니 해당 제품은 50%가 아닌 30% 할인율이 적용된 것이었다.
정 씨는 “구매할 때까지도 ‘이 제품은 30% 할인이 적용된다’는 설명이 전혀 없었고, 매장 앞에도 ‘50% 세일’이라는 광고문구만 크게 적혀있었다. 누구라도 모든 제품에 50% 할인율이 적용된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할인 마케팅 꼼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광고 포스터에는 전 품목이 아닌 ‘UP TO(~까지)’라고 분명히 표시되어 있고 매장에도 각 품목마다 할인율과 가격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다”며 “한 두 명의 소비자가 이를 오인했다고 해서 소비자 피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샤는 매년 7월과 12월에 20∼50%, 매월 10일을 전후해 ‘미샤데이’라는 이름으로 20% 세일을 진행해 소비자들에게 세일을 각인시켜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 ‘미샤데이’ 할인 행사 기간 동안 직접 매장을 방문한 복수의 소비자들은 그러나 “매장 어디에도 할인율과 정가, 할인 후 가격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고 제보해왔다.
이에 대해 매장 관계자는 “가격표시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장직원들이 바쁜 탓에 미처 가격표시를 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뿐만 아니라 미샤는 20%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전 품목 할인(일부품목은 행사대상에서 제외)’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일부 품목이 행사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이는 전 품목 할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이 역시 마케팅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화장품 할인행사 시 소비자의 오인ㆍ혼동을 막기 위해 기존 가격과 변경 가격을 병행해 표시하는 내용의 ‘화장품ㆍ의약외품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중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판매가격 변경 시 원래의 가격이 보이지 않도록 표시했으나 판매자가 화장품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경우 교정 기호 등을 통해 판매가격을 기존 가격과 명확히 구분ㆍ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오인ㆍ혼동을 방지한다면 기존 가격 노출이 가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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