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유동성 위기를 맞은 현대그룹은 무려 3조3000억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고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 핵심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두 ‘불발’에 그쳤으며 재매각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로 인해 현 회장의 재무관리능력은 도마에 오르고 있으며 그룹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현정은 계열사(현대아산·현대유엔아이 비상장)의 최근 5년간 주가추이는 최소 2~7배 이상 하락했다.
현대그룹의 ‘얼굴’인 현대상선은 2010년 11월 12일 45000원대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지난 5일 6000원대를 기록, 무려 7배 이상 곤두박질쳤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0년 12월 말 18만원대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내 5일 5만원대로 4배 가까이 하락했다. 현대증권도 비슷한 모습이다. 이 종목은 2011년 1월 21일 16000원대 기록 후 5일 7000원으로 2배이상 떨어졌다.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은 그간 4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와 해운업 불황으로 인해 심하게 휘청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2013년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내놓고 신속한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지만 핵심인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유동성 마련에 차질을 빚게 됐다.
▲현대상선 최근 5년 주가추이 (자료=네이버 금융)
현대엘리베이터도 4차례 유상증자가 있었고, 현대상선 경영권 확보를 위해 맺은 파생상품계약 후 손실액이 수천억원 발생해 주가가 급락했다.
현대증권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증권은 한차례 유상증자가 있었으며, 최근에는 오릭스의 인수 포기로 인한 실망감과 재매각 등 각종 인수설에 휘말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계열사 중 가장 부진한 곳은 현대상선이며 향후 주가 상승동력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조상기 SK증권 PB는 “대내외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현대상선의 주가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유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업황 침체가 여전한데다 글로벌 대형 선사 위주의 과점 체제도 굳건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있었던 한진해운과의 합병설 외에도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현대상선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며 “매각 이슈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전환사채(CB) 발행 같은 현금 확보 노력의 자구책 여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 속에서 유동성 문제와 영업손실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에 대한 투자는 지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현대그룹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 하락세가 본업 외의 이슈에 의한 것이기 때문.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업의 호조에도 현대상선 지분법손실에 따른 2분기 영업외수지 악화, 현대상선의 자금조달 우려, 현대증권 매각 잡음 등의 요인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본업의 가치보다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영업 외 이슈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다만 작년 주가순자산비율(PBR) 저점이 1.5배였고, 현재 주가가 올해 기준 1.8배 수준임을 고려했을 때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대증권은 매각 관련 악재는 물론 증권사에 불어 닥친 상품 거래대금 이슈를 이겨내지 못했다. 원재웅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증권은 매각 무산 외에도 향후 재매각 추진 일정이 불투명해진 것이 주가에 악재가 됐다”며 “3분기에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과 ELS 등 상품 이익 감소로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판단돼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4분기에는 3분기 대비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파생상품 손실 중 일부가 환입돼 주가가 일부 회복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