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은행권은 말 그대로 ‘막장쇼’를 펼치고 있다.
물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100% ‘청렴결백’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경제부터 서민들의 가계주머니를 책임지고 있는 은행권의 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이 역시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2011년 상반기 은행가를 살펴보면 연초부터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것도 특정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건이 터진 것이다.
△성과문제로 인한 노사갈등 △사상 초유의 금융해킹 사태와 비일비재한 횡령 △책임을 회피하는 회장과 이에 사퇴를 요구하는 노조 △더 큰 욕심 부리다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메가뱅크론 △노사갈등에 7년 만에 총파업, 합의보다는 영업점 폐쇄의 강수를 둔 은행 △이도 모자라 이제는 외국계 사모펀드 회사가 국내은행의 돈을 싹쓸히 해 가고있다.
이 쯤 되면 금융권의 문제는 거의 총체적 난국으로 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은 더 이상 국내 굴지의 은행이라 해도 믿고 돈을 맡기기에는 걱정이 앞서는 지경이다.
토요경제는 ‘2011 금융권 기획’으로 ‘상반기 은행가의 논란’과 ‘하반기 예상되는 은행가의 흐름’을 시리즈로 마련했다.
◇연초부터 시작 ‘국민은행의 잡음’
지난해 7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새로 취임했다. 고대출신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무리없이 흘러가는 듯 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국민은행은 삐걱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바로 ‘성과향상추진본부(이하 성과부)’ 신설을 시작으로 ‘임금피크제’ 폐지 등의 논란이다. 즉 성과에 따른 직원들의 부담과 고용불안감에 노조의 반발이 일어났고, 성과부 신설에 대해서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결정타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안석현 인적자원(HR)본부장의 인사이동이다. 노조전문가로 알려진 안 본부장의 갑작스런 인사이동은 연초부터 노조와의 갈등에 위에서부터 내려온 지시가 아냐니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 3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국민은행 본점을 방문한 어윤대 회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어 회장은 지경부 임원진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 약 40분정도 늦어 불쾌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노조는 이 외에도 ‘민병덕 국민은행장에게 자율권을 줄 것’을 주장하며 지속적으로 집회를 가졌다. 민 은행장은 은행출신으로 노조원들이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으며, 어 회장이 지나치게 은행경영에 참여해 경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농협…해킹·횡령·회장 퇴진운동 ‘3재’
국민은행 사태가 잠잠해질시 향후 몇 년간, 아니 몇 십년 동안 가장 큰 해킹사례로 남게 될 굵직한 사건이 터진다. 바로 ‘농협 해킹사태’이다.
지난 4월, 전체 고객수 3000만명에 육박하는 농협의 전산망이 해킹 당하면서 ‘전산장애에 따른 금융거래 마비’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농협 측은 경과보고 브리핑에서 ‘100% 복구된다’고 말했으나 결국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으며, 고객들의 항의접수만 31만건으로 피해보상에 곤욕을 치뤘다. 비슷한 시기 현대캐피탈도 해킹으로 인해 약 175만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돼 금융 IT보안에 대한 심각성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보안 IT체계보완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으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며, 금융권 역시 정부의 특별한 지침이 없음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등 ‘보안불감증’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농협의 악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내부 직원의 공금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해킹사태가 잠잠해질 지난 5월 서대문구 본점에서 출납업무 담당 직원이 1억9400만원의 현금을 빼돌린 사건을 인지했다. 지난달 7일에는 경남 남해 모 지점 여직원이 공금 4억원을 횡령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농협은 지난해 3월에도 창구직원이 11억원을 횡령한 일도 있었으며, 부산 구포지점 직원은 3년6개월간 무려 79억원을 횡령하기도 해 직원관리 체계에 허점을 수차례 드러냈다.
문제는 농협을 이끄는 수장인 최원병 회장의 반응이다.
최 회장은 농협 해킹사태가 터지자 언론브리핑을 통해 “나는 비상근이라 업무를 잘 모르고, 한 것도 없으니 책임질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전산장애에 따른 대국민 사과 자리에서는 “(전산사고는) 몰랐던 일이고 나도 직원들에게 당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후 IT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이재관 전무가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무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며, 최 회장의 자질문제가 거론됐다.
노조 측은 “농협 사태 책임의 중심은 이재관 전무가 아닌 최원병 회장”이라며 집회를 열었다. 또 농협중앙회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사퇴 촉구 노동자·농민 공공 긴급기자회견’을 갖는 등 최 회장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강만수 회장 “무너진 메가뱅크의 꿈”

지난 5~6월에는 ‘메가뱅크론’이 금융가를 시끄럽게 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민영화 추진 중인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노력했으나 금융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메가뱅크의 꿈을 접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 인수에 산은지주의 입찰참여 문제와 관련하여 “그 동안 다양한 논의를 감안할 때 산은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입찰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이성헌 의원과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역시 “메가뱅크는 국책금융의 민영화 추진 정책에 역행하는 일”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또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무분별한 덩치 키우기는 글로벌 은행의 탄생이 아닌 사회갈등만 초래한다”며 메가뱅크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에 강 회장은 정치권 등의 부정적 기류에 지난달 개최된 국회의원-은행장 회동 자리에 불참하기도 했다.
◇SC제일銀 노조, 7년만 총파업
SC제일은행도 올 초부터 노사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다. 바로 호봉제 폐지와 성과주의의 도입 때문이다. 또 매출감소와 은행다변화라는 이유로 실적이 부진한 영업점 27개롤 통폐합했다. 노사 관계는 악화됐고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 5월말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등을 주장하는 경고성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까지는 업무에 지장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으나 리처드 힐 은행장이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며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사측은 결국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력히 들고 나왔으며, 이에 노조 측은 지난달 말 은행권 내 7년 만에 총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현재 속초에 내려가서 농성 중이며 한 달이 다 되간다. 그러나 노사간 협의는 도출되지 못하고 있으며, 사측은 노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43개 영업소를 폐쇄하는 강수를 두는 등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 간 갈등으로 7년만의 총파업 사태에 마지막 피해는 결국 고객에게 돌아오고 있다.
◇론스타, 외환은행 잔고 싹쓸이
이런 혼란스러운 은행권의 잡음에 이제 외국계 기업까지 합세했다.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금융당국의 ‘자제권고’도 무시하고 사상 최대의 현금배당금을 챙겼다. 이에 금융당국은 ‘어이없다’는 반응 뿐이다.
이미 외환은행의 가치는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다. 매각을 추진 중인 론스타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최대한 빼갈 수 있을 만큼 돈을 빼가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1조5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난 1일 기준 론스타 지분의 외환은행 주가는 시가 3조13000억원으로 혹시나 주가폭락으로 반토막이 난다 해도 주식을 그대로 넘기면 된다.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이 시점에서 아쉬울 것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하나금융 인수를 원하는 입장에서 손해볼 것 없는 장사다. 외환은행의 상황이 좋아져 주식을 넘겨받지 못한다 해도 대출이자로 연간 1000억원 이상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론스타의 악행보와 하나금융과의 거래에 노조와 금융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대한 대출은 외환은행 매각작업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은행가의 상반기를 돌아보면 몇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굵직한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 농협 해킹사태는 금융보안 IT문제에 두고두고 회자될 사건이며, SC제일은행 사태도 지난 2004년 한미은행 이후 7년 만의 총파업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농협사태에서 드러난 금융보안 문제는 이후 조치 미흡으로 언제든지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SC제일은행 사태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문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최근 민영화 추진 중인 우리금융지주의 문제도 남아있으며, 강만수 산은지주회장은 메가뱅크의 꿈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2011 하반기 금융가의 판도를 예상해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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