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롯데·신라, 한 판 붙게 나와!”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09-13 15: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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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인수로 면세점 사업 ‘도전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5일 계열사 조선호텔을 통해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 지분 81%를 931억 5000만 원에 인수한 것.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던 면세점 시장에 유통 강자 신세계가 뛰어들면서 면세점 ‘3강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면세점사업을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은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유통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나 대개 ‘반짝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 진출하는 면세점 분야도 롯데와 호텔신라의 양강구도가 확립돼 있는 터라 성공적으로 자리잡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의 이런 우려에도 정 부회장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계속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 면세점 사업 통해 ‘신성장동력’으로…
신세계는 그룹 계열사인 (주)조선호텔이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의 지분 81%를 931억5000만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신세계그룹은 면세점 시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조선호텔이 파라다이스면세점의 지분을 승계하는 방식이며, 면세점 직원들은 모두 고용승계할 예정이다.


매장면적이 6921㎡인 파라다이스면세점은 부산 지역 면세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나 매출은 1450억원으로 롯데면세점 부산점의 2200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번 파라다이스면세점 인수는 부산시 및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외국인관광객의 니즈를 고려하고 기존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지역과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부산에 연 237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국산 브랜드의 비중을 크게 확대하는 등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된 매장 구성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세계 최대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와 2013년 9월 개점 예정인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과 연계해 쇼핑ㆍ영화ㆍ스파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아이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 관심 없던 면세점업 뛰어든 이유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그동안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창고형할인매장, 프리미엄아울렛, 교외형 복합쇼핑몰, 온라인몰, SSG푸드마켓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다 최근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를 출시했으며 면세점사업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이 중 현재 눈에 띌 만한 성과를 거둔 사업을 꼽으라고 하면 내세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뭔가 하기는 한 것 같은데 처음에만 떠들썩했을 뿐 현재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없다”고 평했다.


정 부회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면세점 사업에 딱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롯데와 호텔신라가 면세점사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신세계 측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온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면세점사업에 대해 ‘돈이 별로 안 된다’, ‘우리 할 일이 아니다’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러던 정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면세점을 인수한 것은 의외”라고 털어놨다.


최근 신세계의 기존 점포 매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도 기존 점포 매출 성장률이 0%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세계의 계속되는 실적 부진을 염려했다.


신세계 측은 실적부진에 대해 “소비심리 악화도 이유지만 매출성장률이 멈춘 가장 큰 이유는 월 2회 강제휴무”라며 “한 달에 두 번, 그것도 일요일에 강제로 휴무한 것이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 부회장은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비롯한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남 연구원은 “신세계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많은 편”이라며 “투자액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선 규모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격적 투자를 무조건 탓할 순 없겠지만 투자규모가 영업이익보다 많다는 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첼시 프리미엄아울렛도 정 부회장이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07년 경기도 여주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2011년엔 파주에 2호점을 냈다. 신세계첼시 측은 “첼시 측이 프리미엄아울렛의 매출 추이를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어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세계첼시 프리미엄아울렛은 신세계와 미국 첼시사가 50 대 50의 지분으로 합작한 회사다. 신세계첼시 측은 “방문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문객 수가 매출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프리미엄아울렛을 방문한 많은 고객들이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세계가 도모하고 있는 신성장동력 확보 중 정 부회장이 수년 전부터 정성을 기울이고 역점을 둔 사업은 교외형 복합쇼핑몰과 온라인몰이다. 이 중에서도 교외형 복합쇼핑몰은 정 부회장이 특히 애정을 쏟는 사업이다.


정 부회장은 지금까지 경기 하남ㆍ안성ㆍ의왕, 대전, 인천 청라, 5곳의 교외형 복합쇼핑몰 후보지를 결정하고 투자를 결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규모는 적게는 4000억 원에서 많게는 8000억 원까지로, 모두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 신세계 측은 “정 부회장의 의지에다 이전부터 계획해왔던 터라 주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전자랜드 인수 실패도 정 부회장에게는 아픈 기억이다. 특히 유통 라이벌인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에 성공하고 자체 가전매장인 롯데마트 디지털파크가 흥행하면서 가전유통 부문에서 롯데에 밀리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도전하는 사업마다 크게 부각되지 않아 부담이 될 법하다.


신세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신사업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향후 10년을 바라보고 하는 사업들”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다른 재계 관계자는 “롯데와 달리 신세계는 유통이라는 한 쪽 분야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가전유통에서 밀린 신세계는 부산 센텀시티와 파라다이스면세점을 발판으로 부산에서 롯데와 한판 겨룰 태세를 갖추고 있다. 면세점 인수로 롯데의 텃밭인 부산에서 또 한 번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애쓰는 정 부회장의 결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신세계 참여하나?
한편 신세계가 면세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인천공항공사의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8월 30일 기존에 면세점을 운영하던 한국관광공사에 재계약을 하지 않고, 면세점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기존 사업권 입찰은 한 달 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관광공사의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롯데와 신라가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됐지만, 이번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를 통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의 합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점유율은 현재 롯데가 50%, 신라가 40%로 관광공사가 10%를 차지하고 있다. 관광공사 면세점의 해당 부지는 전체의 16% 정도며, 2011년 기준으로 매출은 1920억원 규모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위해서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아직 더 확인해 봐야 한다. 면세점 진출 계획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서는 유통업계라면 기회가 있을 때 해야 할 사업이라 진행하게 된 것. 다른 지역 내 면세점 사업도 가능하다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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