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내부의 적이 문제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9-20 16: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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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인사 개인 안위 위한 발언 '눈총'

일괄약가인하에 따른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 나가기 위해 제약업계가 활로 찾기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내부에서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약업계를 압박하는 ‘외부의 적’도 문제지만, 당장 ‘내부의 적’이 제약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0월 병원과 제약업계간에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이 시중 가격보다 싸게 의약품을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병원 측에 보상하는 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제약사들은 오히려 1원이라는 ‘황당한’ 가격에 약을 제공하고 병원은 복지부로부터 70원을 인센티브로 받게 됐다. 대형 병원은 제약사가 주는 ‘떡’을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는 셈이다.


이게 최근 제약업계의 가장 큰 이슈인 ‘1원 낙찰’문제다. 이에 대해 의약품 도매상 관계자는 “쌍벌제 등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강화되면서 변형된 형태의 저가 납품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대형 병원이 갑이고 제약사가 을인 상황에서 잘 봐 달라는 리베이트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대형 병원의 처방코드를 획득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일단 처방코드를 확보하면 해당 병원의 처방전에 그 약이 지속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시중 약국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병원에서 나가는 약보다 일선 약국 등을 통해 판매되는 약이 10배 이상 많아 제약사 입장에서는 처방코드만 확보하면 그 정도 손실은 보전이 가능하다.


대형 병원에 헐값에 납품하고, 그 손실을 약국 등에서 메운다는 뜻으로 이는 대형 병원에 납품하는 약은 헐값이지만 일반 약국 등에는 정상 가격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복지부가 약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인센티브제가 실제로는 대형 병원의 배만 불리는가 하면 변질된 리베이트의 통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 “자정노력에 찬물 끼얹는 행위 자제를”
이에 제약업계는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문제를 덮어놓을게 아니라 드러내 놓고 해결책을 찾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제약협회를 비롯해 제약업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들을 위한 것으로, 특히 제약협회는 투명성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 동참을 통한 제약산업 발전을 목표로 현재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 이러한 움직임에 역행하려는 발언들이 나와 제약업계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만한 원로들이 1원 낙찰에 대해 왜 협회에서 관여하느냐, 무엇이 문제인가 등 말을 하고 있다”며 “이는 제약협회와 제약업계의 투명 거래질서 확립 등을 통한 공동 발전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말했다.


즉, “옳지 못한 행동을 근절하려는 노력을, 개인의 이득을 위해 이용하려 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내부에서 나타나는 일부의 이 같은 행동은 일괄약가인하를 전후로도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제약협회와 제약계가 총력을 걸고 일괄약가인하를 저지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약가를 더 내려도 된다”는 말도 흘러 나왔다.


일부 인사가 복지부에 이 같은 말을 했고, 복지부 쪽에서도 당황했다는 것. 다른 인사는 “누가 복지부에 그런 말을 했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유 여부를 떠나 복지부에서도 한심하게 생각했고 제약사들을 이상하게 봤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역시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수년 전 바이오열풍이 한창 불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노출됐다”고 말한다. 유력 제약사 한 간부가 바이오 행사장에서 제약산업의 역할을 부정하는 듯한 말을 해 함께 참석한 제약계 인사들이 상당히 놀랐다는 후문이다.


당시는 제약산업이 바이오 열풍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정부도 제약산업을 등한시하며 바이오산업을 독려하던 분위기였다는 점에서, 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내부에서 결집을 방해하는 행동과 발언들이 나오며 제약산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제약산업이 위기를 딛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에서부터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행동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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