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그 야만적 행위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9-21 12: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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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부실 책임, 노동자에게 전부 전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를 다룬 작가 공지영의 책 <의자 놀이>의 출간 이후 쌍용차 사태가 해결의 물살을 타고 있다. 드디어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재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해 청문회가 열렸다.


야당 의원들은 “경영부실로 인한 구조조정의 책임을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다”며 쌍용차 사태를 회계조작과 폭력진압으로 얼룩진 ‘사회적 야만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인들이 불출석하고 여야 간 정쟁으로 왜곡될 위험이 큰 만큼 이를 상설 특별위원회 혹은 국정조사에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은 “쌍용차 정리해고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야만의 사회인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그 정점에 상상하기도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게 (노조 파업을) 진압한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쌍용차는 생산이 약간 저하됐지만 그렇게 많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는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정리해고는 회계법인의 조작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 2009년 3월 쌍용차가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은 생산성지수(HPV)는 회사와 삼정KPMG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이날 ‘쌍용차 정상화계획서’에 언급된 경영컨설팅사인 올리버와이먼사가 전세계 자동차업체의 각종 생산성 지수를 조사해 매년 6월께 발표하는 ‘하버리포트’의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하버리포트는 현재 유럽판, 남미판 등 총 11개사 61개 공장이 가입돼 HPV지수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다른 대륙의 자동차 제조공장에 대한 생산성 조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2009년 3월 회계법인 삼정KPMG는 쌍용차 정상화계획 보고서를 통해 경영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와 함께 과다인력에 따른 저생산성(HPV 3년평균 74.6)을 근거로 2646명의 구조조정안을 제출했고 쌍용차는 이를 근거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러나 하버리포트 원본에 따르면 쌍용차 정상화계획서에 언급된 HPV 지수 중 도요타, 혼다, 포드의 HPV 지수는 하버리포트가 공인한 지수가 맞지만 쌍용차를 포함한 현대차, 기아차 등의 HPV지수는 하버리포트가 공인한 지수가 아니다.


삼정측은 “관련 부분을 하도급 용역을 줬다”면서 하청업체 탓으로 돌렸다. 그러자 환노위 의원들은 “용역비를 3억2000만원이나 받고도 일을 그렇게 하냐”, “검증도 안 된 보고서를 내보낸 거냐”고 비난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쌍용차 정상화 계획서에 표시된 쌍용차의 2006~2008년 HPV지수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기입한 숫자에 불과하다”며 “이것이 마치 하버리포터에서 공인된 HPV지수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2646명을 구조조정한 것은 원천무효”라고 말했다.


◇ 부당 정리해고는 사회적 타살
민주당 은수미 의원도 “지난 2009년 쌍용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재판부에 ‘1월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932억원을 상환할 수 없다’고 하자 법원이 이를 수용했다”며 “그러나 당시 회사는 3300억 정도 가용자금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검증하지 않았다”며 “쌍용차의 부당 정리해고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당 한정애 의원은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 후 경영진은 증가하고 생산직은 급격히 감소해 결국 생산직 노동자에게만 구조조정의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며 “2011년 현재 쌍용차의 임원수는 35명으로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던 2002~2003년의 임원수보다 많다”고 밝혔다.


한 의원에 따르면 정리해고가 시행된 2009년 24명이던 임원수가 2010년 29명, 2011년 말 35명으로 증가한 반면 생산직 노동자는 정리해고 직전인 2008년 5076명에서 2011년말 3182명으로 38%(1894명) 줄었다.


이에 따라 쌍용차 생산직 노동자들의 1인당 자동차 생산대수는 2009년 12.5대에서 2011년 41.5대로 수직상승했다. 이는 쌍용차가 최고의 생산대수를 기록한 2002년(32.2대)보다도 29%나 증가한 것이다.


한 의원은 “복직을 약속했던 노동자들은 단 한명도 현장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억대 연봉의 임원진만 늘어난 것은 결국 경영부실로 인한 구조조정의 책임을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생산성이 향상된 결과는 회사의 경쟁력이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해석과 한편으론 생산인원을 과도하게 줄이고 노동 강도를 높여서 얻었다는 부정적인 해석이 동시에 가능하다”며 “회사 측이 생산성 및 경쟁력의 기준을 생산직 인원수와 인건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 “국정조사 반드시 실시해야”
이날 청문회에서는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과 최형탁 전 쌍용차 대표, 박영태 전 쌍용차 인력지원본부장 등 사측의 주요 증인들이 불참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불출석한 증인들은 국회법에 따라 고발하고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관계자들은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단 하루 만의 청문회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태의 원점으로 돌아가 진실규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 특별위원회에서 상설적으로 논의하거나 국정조사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강기탁 변호사 등 법률가 293명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자동차 회계조작과 국가폭력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가장 극단적이고 대표적인 민생문제인 쌍용자동차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회계조작과 국가폭력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자를 처벌하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돌려보내서 더 이상의 죽음이 발생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국회에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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