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술 사러 대형마트行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09-21 13: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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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묻지마 판매' 횡행…시음 권하기도

서울 ㅁ 고교에 재학 중인 주복심(17ㆍ가명) 군은 일요일 아침부터 부모님에게 심한 꾸중을 들어야 했다. 전날 친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것 까진 좋았는데, 그 자리에서 마신 술이 과해 그만 정신을 놓아버린 것. 집에 돌아온 그는 부모님의 멱살을 잡고, 마루에 소변을 보는 등,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추태를 부리고 말았다.


기가 막힌 주 군의 부모는 주 군과 친구들에게 “미성년자인 너희들이 도대체 어디서 술을 구했느냐”고 추궁했다. 그 대답은 충격적이게도, 인근 대형마트에서 쉽게 주류를 구입할 수 있었으며, 신분증 확인 등 어떠한 연령 확인 절차도 없었다는 것이다.


주 군의 아버지 주영기(50ㆍ가명) 씨는 “청소년이 생각보다 쉽게 술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금하지 못했다”며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술을 판매하는 대형마트와 이를 단속하지 않은 채 손 놓고 있는 정부 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청소년 술 구입 성공률, 평일 낮 ‘76.2%’
주 군과 같은 미성년자가 쉽게 주류를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서울시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시내 대형마트 63곳(8월 12∼20일)의 청소년 불법 술 판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술 구입 성공률이 64.6%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청소년과 19세 이상 성인감독관 2명이 한 조가 돼 모두 7개조가 각각 평일 낮ㆍ평일 저녁ㆍ주말 3회에 걸쳐 총 189회 조사했다.


조사결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횟수는 189회 중 122회(64.6%)에 달했다. 평일 낮 시간대에서는 청소년 술 구입 성공률이 76.2%로 가장 높았으며 주말 낮은 63.5%, 평일 저녁은 54%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 감독관은 “낮 시간대는 가장 고객이 적은 시간대로 손님의 나이 확인이 쉬웠지만, 구입 성공률은 되레 높았다”며 “대형마트가 청소년인지 여부를 확인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직원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비율은 40.8%(93회)에 그쳤고 나이를 물어보기만 한 경우도 5.8%에 불과했다. 신분증 확인을 통해 연령을 확인한 업체는 ㅇ마트가 41.9%로 가장 높았고 ㄹ마트와 ㅎ클럽이 41.7%, ㅎ마트는 37.5%로 조사됐다.


매장 내에서 주류광고는 63곳 중 54곳(85.7%)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광고 형태는 동영상ㆍ 포스터ㆍ배너ㆍ주류용기 모형 등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주류 할인판매 행사는 모든 마트에서 진행하고 있었으며 이 중 한 매장에서는 판촉을 위한 시음회도 열렸다.


조사에 참여한 한 청소년 조사원은 “판촉 사원이 청소년 여부도 묻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술을 따라주었다”고 말하며 “시음용 술을 건넨 판촉사원들은 ‘술을 사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아무 의심 없이 판매하기도 한다. 또래 친구들 중, 이 점을 악용해 대형 마트 술 시음회를 찾아다니는 친구도 있다”고 귀띔했다.


시 관계자는 “시음회에서 청소년 조사원이 시음을 시도해 본 결과 연령 확인 등의 제재가 없었다”면서 “시음회를 진행할 때도 청소년 여부를 확인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 “청소년 보호 가이드라인 만들 것”
서울시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대형마트의 주류 광고를 금지하는 등 ‘대형마트 주류 접근성 최소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경호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전문가, 대형마트 대표자들과 이달 중 협의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실천 가능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청소년 보호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음주폐해 예방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경우, 청소년보호법 제58조 3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며 “징역이나 벌금이 무서워서라기 보단, 자라나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이라도 신분 확인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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