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경영 보장한다더니…"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09-21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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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외환銀 통합 강행 ‘논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정보통신(IT)부문 통합 관련 내용을 담은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건은 하나금융이 앞으로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합의문과 상반된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하나금융 이사회가 외환은행 측과 사전조율 없이 이사회를 단독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이사회를 개최한 시기는 지난 7월18일이었다. 이날은 하나금융 미래발전기획단이 임원들을 소집해 ‘IT 비용절감’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날과 같다. 큰 사안이 걸린 행사를 동시에 치룬 이유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이사회를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기 위한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만약 이사회가 외부에 알려졌을 경우 외환은행 노조 등의 반대에 부딪혀 날짜가 미뤄지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동시에 열린 임원 워크숍에서 배부된 ‘2012 하나금융그룹 임원 워크숍’이라는 제목의 3쪽짜리 문건에서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이 제도와 프로세스, 금리, 상품체계를 일원화하면 약 1000억원의 직접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는 분석이 수록됐다.


또 ‘두 은행이 통합하는 기간은 약 1년 반으로 조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건에 의하면 통합 목표기간은 최대 3년이며 예상되는 비용은 3500억원이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도 담겼다.


은행권에서는 “하나금융 임원들은 워크숍에서 IT부문의 통합에 대해 토론했다기보다는 이사회에서 통과된 안건을 듣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간의 주요 쟁점은 외환은행 독립경영 여부다. 외환은행 노조는 2ㆍ17 합의문을 근거로 “하나금융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인 2월17일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합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통합 여부는 5년 후 외환은행 측과 다시 협상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이 서둘러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탓에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임원 워크숍이 열린 7월부터 감지됐다. 또 김정태 회장이 최근 외환은행 IT부서장들을 소집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면서 외환은행 노조와 갈등을 빚는 시초가 됐다.


여기에 외부 4개업체에 IT부문 통합과 관련 컨설팅 제안요청서를 발송하는 등 IT부문 통합작업이 가시화되자 외환은행 노조측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은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독립경영 보장이 명시된 2ㆍ17 노사정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IT부문의 통합은 IT부서 통폐합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곧 은행 통합을 의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노조는 독립경영을 지켜야 한다며 9월부터 ‘끝장 투쟁’을 하겠다고 밝히고 하나금융 본점과 여의도 금융감독원 등에서 IT부문 통합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IT부문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기 전까지 하나금융 본점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를 계속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일단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직접적으로 언급할 경우 논란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측은 다만 “IT부문 통합이 아니고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정태 회장 역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IT작업은 시너지 창출이나 통합이 아닌 순수하게 비용절감 차원에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도 고민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외환은행은 엄연한 하나금융의 계열사인데 외환은행 노조가 별도로 움직이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사업을 추진하면 번번이 외환은행 노조와 마찰이 빚어지는 실정이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존속시키고 외환은행 명칭을 유지하기로 한다” 등의 내용을 담을 합의문에 대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간의 해석이 달라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외환은행 노조는 “5년 동안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했는데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에 외환은행 고객정보를 통합시켜 고객정보를 공유하도록 유도했다”며 “이것은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신입직원 채용 등에 일체 간섭하지 않기로 했으나 채용방식ㆍ공고 등을 같이 하자고 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환은행 직원들을 하나금융 행사에 참석시킨 것을 놓고도 강제성 논란이 야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리더십 부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에 김 회장이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된 내용을 명확하게 지키거나 아니면 잡음이 없는 상황을 만들어 합리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했다는 지적이다. 대외적인 불협화음이 결국 하나금융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당연한 마찰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기업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두 조직이 융합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예상된 마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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