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청소 가능하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9-26 15: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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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갈등 심화 속 미국 '우물쭈물'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넘을 수 없는 ‘금지선’을 설정하라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한편, 이란의 핵시설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 위협에 맞서 이란 역시 신형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개발을 선전하는 한편 이스라엘이 핵시설 공습을 단행하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 24일 이란 국영 영어채널 <프레스TV>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신 방공시스템 ‘라드’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의 알리 파다비 해군 준장은 “미사일들을 전함 크기의 모의 목표물을 향해 발사했고 목표물은 45초 후에 가라앉았다”며 “걸프 해안지대 전역은 물론 미군 기지들이 있는 곳들을 넘어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드’는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으로 7만5000피트 고도까지 날아 반경 50km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라드는 러시아의 BUK 지대공미사일을 최적화한 버전으로 미국 전투기들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혁명수비대는 또 지난주 공개한 신형 무인기가 2000km를 비행할 수 있어 중동 대부분 지역을 작전 지역으로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혁명수비대 항공사단 사령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준장은 지난 2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 위협과 관련 “이스라엘이 공습을 한다면 이스라엘 정권으로 불리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 불사를 시사했다.


앞서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국무장관도 지난 19일 “이스라엘 정권의 위협에 대처하는 이란의 군사력은 이스라엘 정권을 ‘청소’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된 상태”라며 이스라엘에 경고했다.


◇ “이스라엘의 협박, 심각하지 않다”
이 같은 이란의 행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이 넘을 수 없는 ‘금지선’을 설정하라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금지선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런 조치가 실제로 군사적 분쟁 가능성을 낮춘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그들이 농축 단계나 핵 활동에서 넘을 수 없는 선을 인지한다면 이를 어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사진)은 “이스라엘의 공격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방어할 준비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67차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기본적으로 우리는 시오니스트(이스라엘)의 협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는 “우리는 마음대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어 수단을 갖고 있고 스스로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방어 태세는 갖춰졌지만, 이스라엘의 위협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수천년간 존재했지만 이스라엘의 역사는 60년 또는 70년밖에 안 돼 이란의 반열까지 올라오지도 못했다”며 “이스라엘은 중동 역사에 뿌리가 없고 이란에 장애가 된다”고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앞서 이란 최정예 혁명수비대의 항공우주와 미사일 부문을 담당하는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공군사령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준비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예방적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 승인 없이 불가능하다”며 “시오니스트 정권의 공격을 받으면 미국의 사전 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바레인·카타르·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기지를 반드시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 난처한 입장에 빠진 미국, ‘갈팡질팡’
그러나 중재에 나서야할 미국 역시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다.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과 협력하며 이란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펼치고 있으나 미국 역시 대선 일정을 앞두고 있어 섣불리 한쪽 편을 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엔 연차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의 제재도 타국의 기본 권리와 자유에 어긋나는 것이며 이슬람에 대한 신성모독을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어리석고 공격적이며 종종 이해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 의무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라”고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 핵개발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보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앞서 이 문제를 논의하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요청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상의 이유로 회동이 불발된 바 있다.


미국내 분위기도 이스라엘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이런 반응이 민주당의 유대계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헨리 왁스먼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스라엘 정상회담 불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일정을 재조정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논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양국은 이미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원 재무위원회 간사 바니 프랭크 민주당 의원도 “아마도 네탸냐후 총리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 편일 수도 있다”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자제에 대해 제대로 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간사 엘리엇 엥겔 의원도 “국내 정치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모두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막후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대계 중진 의원들의 이런 대응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롬니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의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 미국 내 유대계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은 걸프 해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해군훈련을 가졌다. 미 해군은 이번 훈련은 걸프 해역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겨냥한 기뢰들을 제거하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란은 자국의 핵 시설이 공격을 받으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해상 운송량의 3분의 1이 지나고 세계 원유 운송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관문이다.


미국의 합동훈련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 파다비 해군 준장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규모 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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