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서 ‘조교사’는 다른 스포츠에 비유하면 감독에 해당한다. 보통 조교사 1명이 보통 20∼30두의 경주마를 마주로부터 위탁 받는데, 경주마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훈련 및 영양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실제 경주에서는 함께 뛰는 상대편 경주마를 분석해 자신의 경주마가 어떻게 경주를 전개해야 할지 작전을 수립해야 한다. 조교사는 경주마와 이를 관리하는 말 관리사, 또 경주마를 타는 기수까지 아우르는 경주로의 마에스트로라 할 수 있다.
과천벌의 2012년 시즌이 종반을 향해가면서 조교사간 다승경쟁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엎치락뒤치락 공방전을 거듭하던 1위 다툼은 9월 중순까지도 1위부터 4위까지 불과 1승차의 피 말리는 접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방간 백중지세의 혼전 속에서도 현재 다승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호 조교사와 신우철 조교사는 마치 야구에서 김시진 감독과 김인식 감독을 연상시키는 각기 다른 마방운영 스타일과 노하우로 주목받고 있다.

◇ 세심함이 만들어 내는 ‘우승’
서울경마공원 51조 마방의 총감독인 김호 조교사는 넥센 히어로즈의 감독이었던 김시진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특유의 인화력과 온화한 리더십으로 마주는 물론 기수, 마필관계자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덕장’이다.
김호 조교사는 말이 경기에 출전하기 전에 마필관리사들에게 말 꼬리에 묻은 먼지라도 한 번 더 손질해주라는 주문을 꼭 한다고 한다. 그런 작은 세심함이 결승선에서 '코 하나'차이의 우승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건축공학을 전공한 덕분인지 미시적인 부분을 간과하지 않는 꼼꼼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집을 지을 때 사소한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듯이 그는 말 훈련, 기수 기용, 마주 및 육성목장과의 인적 네트워크는 물론 마방 정리정돈 및 청결까지 종합적으로 챙긴다.
김호 조교사 마방의 성적은 데뷔 3년차까진 하위권을 맴돌며 부진을 면치 못하였다. 이에 마필관리사들 간에 ‘뿌리’라는 이름의 학회를 조직, 경주마 혈통 연구에 내실 있는 역량을 쌓고, 목장 관계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 확대에 힘쓰며 묵묵히 마방운영에 전념해온 그의 노력은 데뷔 4년차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에는 조인권 기수가 기승한 ‘플리트보이’가 처음으로 문화일보배 대상경주를 수상한데 이어 지난 16일(일) 서울경마 제8경주에서 ‘뷰티풀댄서’로 1승을 추가하며 단독 1위(33승, 승률 12.5%, 복승률 20.5%)로 올라서며 한국경마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루어내고 있다.
겸손한 성격의 그는 시즌 다승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손사레를 친다. 그는 자신과 3년 반을 동거동락 해온 말 ‘주몽’처럼 “1인자가 아니더라도 큰 기복 없이 오랫동안 꾸준히 활약하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를 밝혔다.
◇ 김호 조교사, 카리스마 갖춘 대가
반면 다승왕 경쟁의 또 다른 축인 신우철 조교사는 국내 조교사 최초 1000승의 위업을 달성한 명장답게 특유의 카리스마와 대가로서의 풍모를 자랑한다. 마방운영스타일도 김호 조교사와는 사뭇 다르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하는 김호 조교사와 달리, 그는 철저한 분업 하에 조교보(마방 내 총괄팀장)에게 마방 운영의 많은 재량을 부여하는 ‘믿음의 마방운영’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스타일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자율적으로 경기운영을 맡겨두는 ‘믿음의 야구’로 유명한 명장 김인식 감독과 닮아있다. 그런 그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철칙이 있으니 바로 성적이 아무리 부진한 경주마라도 한 달에 1번 이상 출전시키지 않는다는 것. 욕심을 부리기보다 말의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경주에 내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이 성공을 거두면서 꾸준한 성적으로 이어졌고, 30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무려 10회 이상 연간 최다승을 차지했고, 다승 2위내 진입은 무려 20여회에 달한다. 서울경마공원 최강마 ‘터프윈’과 함께 1000승과 2년 연속 다승왕, 그랑프리 우승까지 거머쥐며 그야말로 ‘신우철의 해’로 한 시즌을 섭렵한 2011년과 달리 올 시즌은 현재 32승(승률 14.4%, 복승률 21.6%)으로 상대적으로 주춤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로 하반기에 피치를 끌어 올려온 신우철 조교사의 저력을 고려할 때 남은 석 달 동안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김호 조교사와 신우철 조교사, 두 사령탑의 각기 다른 마방운영 철학이 올 시즌 과천벌에 다승경쟁에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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