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가 달라지고 있다. 매장에 몰려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000만원어치씩 쓸어 담아가던 모습은 적어졌다. 대신 구매 품목과 가격을 꼼꼼히 따져가며 확인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변화의 중심에는 소비의 주력군으로 등장한 '바링허우(八零後ㆍ1980년 이후 출생자라는 뜻)세대'가 있다.
중국인 장메이(張美ㆍ27)씨는 두 번째 한국 방문을 계획 중이다. 재작년 겨울 처음 단체 관광으로 한국에 왔을 때는 서울과 제주도를 돌아보고 면세점에서 아르마니 선글라스, 옷과 홍삼 세트 등 1만위안(약 170만원)어치를 샀다. 그는 “첫 방문이라 비자 발급이 쉬운 단체 관광을 선택했지만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다니는 게 불편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개인 여행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쇼핑 리스트도 미리 작성 중이다. 아파트와 승용차가 있고 청두(成都)의 5성급 호텔에서 일하는 그는 홍콩, 인도네시아, 미국에 있는 친구들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연락하며 사고자 하는 물건 가격을 비교하고 있다. 장 씨는 "지난번에는 몰랐는데 사고 싶은 재킷이 서울보다 홍콩이 좀 더 싸더라"고 말했다.

◇ 바링허우, 한국 쇼핑 주 고객으로
중국은 지난 1980년대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외동자녀가 급속도로 늘었다. 이에 35세 이하 중국의 젊은 세대는 ‘소황제’로 일컬어질 정도로 유별난 사랑을 받아왔고 경제적인 풍요 속에서 자란 중국의 젊은 고객층은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 국내 소비시장까지 이끌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21~30세의 비율은 22%로 3년 전보다 2%포인트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21~30세 중국 관광객 비율이 31~40세 관광객 수를 앞지르기도 했다.
신세계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신세계본점의 올 1~2월 매출 동향에 따르면 21~30세 중국인고객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67% 늘어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춘절 연휴와 코리아 그랜드 세일로 인해 이들의 방문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중국인 고객 매출 비중은 전년 1,2월 6% 수준에서 올해는 9%까지 늘어나 10%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바링허우가 취직하고 주력소비층에 들어가면서 대거 해외여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바링허우 여행객의 비율이 크게 약진하고 있다”며 “이들이 해외여행의 주력군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질 좋고 싸지 않으면 안 산다”
바링허우 유커가 증가하면서 백화점 풍경이 바뀌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본인 관광객은 할인쿠폰, 상품권을 꼼꼼히 챙기고 구매액도 크지 않은 반면 중국인 관광객은 그 반대였다”며 “요즘 젊은 유커들은 한 손에는 환율을 따지기 위한 전자계산기, 다른 한 손에는 백화점 매장 지도를 다운받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정도로 꼼꼼하다”고 말했다.
유명 매장에 들어가서 보이는 대로 사들이는 게 아니라 매장 위치, 사야 할 품목과 개수 심지어 홍콩과의 가격 차이까지 조사해 온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경우 올 1~8월 중국인 매출이 작년 대비 두 배 늘어났는데 상품권을 수령한 중국인의 비율은 네 배 늘었다.
해외여행 경험이 쌓인 바링허우들은 여행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숙박업체를 고른다. 중국인 리우메이화(劉梅花ㆍ29)씨는 9월 24일부터 2박3일 서울로 여행을 왔다. 벌써 세 번째 한국 관광이다. 숙소는 두 번째 왔을 때 알게 된 남대문 근처의 저가 호텔로 잡았다. 여행 오기에 앞서 인터넷으로 한 번 더 가격과 시설, 접근성까지 꼼꼼히 따졌다. 리우 씨는 “질 좋고 저렴하지 않으면 안 사고 안 잔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 추석과 국경절(10월 1~7일) 연휴 기간 최대 1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7만여명)보다 40% 이상 증가한 숫자다. 백화점들은 해외여행의 주력군이 된 이들 바링허우 유커를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 익숙한 이들을 겨냥한 온라인 마케팅이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은 웨이보에서 중국인 기자단을 운영하고 중국 현지 호텔, 공항 등에 할인쿠폰을 비치했다. 신세계는 한국관광공사, 중국 여행사인 씨트립와 연계해 온라인에서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갤러리아는 바이두(검색 사이트)에 검색 광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바링허우들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중국인 쇼핑은 면세점 비중이 크다”며 “지금이야 세금 혜택 때문에 가격 면에서 한국 쇼핑이 경쟁력 있지만 중국 대륙 사람들이 홍콩만 쉽게 가더라도 면세점뿐만 아니라 유통업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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