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주무관 “게임, 도박·마약과 같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9-26 1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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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허용논리는 마약을 허용하란 뜻”

지식경제부 한 주무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임과 도박·술·담배·마약을 동일시하는 글을 게시해 큰 논란이 있었다. 그는 게임 업계가 게임이 이런 유해요소들과 어떻게 다른지 설득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로비부족’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에 네티즌들은 “공무원들의 의식수준이 알만하다”, “참으로 무서운 이야기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식경제부 정정식 주무관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통해 “(게임 중독은)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므로 애당초 노출되지 않게 막거나 중독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꼭 필요하고 특히 청소년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며 “주류를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것을 전면 허용해야한다는 주장과 어떻게 다른가”라고 주장했다.


또 “게임 규제를 비난하면서 산업을 죽이기 때문이란 논리를 대는 것이나 한류와 빗대어 외화를 벌어오는 효자 산업이라는 변호도 마찬가지”라며 “그런 논리 만이라면 사행·음주·흡연· 마약도 청소년에게 허용되어야 한다”고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의 주장의 요지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도박·음주·담배·마약과 게임이 어떻게 다른지 설득하거나 혹은 그 위해성을 줄이기 위한 업계 자발적인 노력을 보여주어야 규제 주장을 반박할 근거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 게임, 기성사회의 모방일 뿐
참으로 안타까운 시각이다. 전제 자체를 게임과 술·담배·마약·도박을 같은 선상에 놓고 있다. 이것이 그의 혼자만의 관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것이 ‘지식경제부’가 게임 산업에 갖는 관점이라면 참으로 끔찍할 따름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대신하기 위해 탄생했다. 최초의 게임중 하나인 ‘퐁’은 탁구와 유사하며 이후 유행한 갤러그, 제비우스 등의 게임 역시 ‘아케이드’ 장르로 불리며 사용자의 동체시력과 빠른 손동작을 이용한 조작이 게임의 승패를 가뤘다.


여기에 게임산업이 발달하면서 영화나 음악과 같은 분야와의 융합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특히 문학과의 결합을 통해 ‘스토리 텔링’이라는 요소를 포함시키며 탄생한 장르가 바로 어드벤져와 롤플레잉게임(RPG)이다. 그리고, 리니지·와우 등을 포함하는 멀티플레이어 롤플레잉(MMORPG)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


RPG에서 MMORPG로의 변화 속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회’다. MMORPG게임 속의 세계는 ‘사회’를 아주 충실히 반영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게임방식을 제외한 내부적인 체계는 대부분 기성사회를 모방해 만들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게임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지금 우리 사회가 그만큼 엉망진창이라는 의미가 된다.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폭력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폭력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게임 속에서도 폭력을 행사하고 경험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 게임 죽이기, 그것이 ‘현실’
정 주무관은 게임 업계에 ‘로비’를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지만, 이 발언이 나오고 주변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코멘트는 한결같았다. “기성 산업들처럼 밥그릇을 차지하고 세금을 빼먹기 위해 부도덕한 협회를 결성해 부도덕한 행위를 하라는 의미로 느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한류 열풍과 그에 반해 ‘죽이기’로 일관하는 게임정책을 살펴보면 그게 ‘현실’이고 ‘사회’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에 아주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미성년인 아이들을 반쯤 벗기다 시피 한 다음 성적 매력을 어필하게 만들어 돈벌이에 나선 ‘포주’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그것이 ‘국격’이라며 좋아하는 늙은 공무원들이 문제인지, 공부와 학교폭력, 부조리한 사회에 지치고 방치된 아이들이 잠깐 숨 돌리기 위해 하는 ‘게임’이 문제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다.


정 주무관의 관점은 그렇기 때문에 틀렸다. 아이들에게 부여된 과도한 ‘규제’가 지금의 현실을 만들었다는 것이 보다 정답에 가깝다. 하지만 ‘규제 중독’에 빠진 공무원들이 그런 ‘상상력’을 가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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