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중소 건설사 ‘솎아내기’ 돌입?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09-26 16: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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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미달·유령회사 퇴출에 "이제 와서 왜?" 불만도

정부가 페이퍼 컴퍼니 등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부실 건설사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전면적인 실태 조사에 나선다. 부적격한 건설사들이 난립해 건설산업 구조조정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특히 전국적으로 난립하고 있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 등 부실ㆍ불법 건설업체 퇴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마구잡이로 허가해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정부가 중소 건설회사 솎아내기에 돌입한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영세 건설사들은 정부의 ‘살생부’에 자사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 “솜방망이 제재, 더 이상 없다”
국토해양부는 건설업 등록ㆍ처분 행정기관인 시ㆍ도와 함께 이달 하순부터 부실ㆍ불법 건설업체 적발을 위한 전면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종합건설업체 1만1천500개사를 대상으로 1차 조사를 진행하며 이들 조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에 전문건설업체로 실태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단속에서 정부는 건설산업기본법상의 업종별 등록기준 미달 여부와 일괄하도급ㆍ직접시공 의무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시도별로 시ㆍ도 공무원, 대한건설협회ㆍ건설기술인협회 인력이 실태조사반으로 투입되며, 1단계로 서류심사를 실시한 뒤 의심업체에 대해서는 2단계로 현장점검에 들어간다.


다만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주기적으로 신고를 해온 정상업체는 조사 대상에 제외한다.


정부가 이번에 대대적인 부실ㆍ불법 건설사 실태조사에 나서는 것은 직접 시공능력이 없거나 부실한 페이퍼컴퍼니들이 공사를 따내 건실한 건설사의 수주기회를 박탈하고, 기회를 뺏긴 업체는 수익이 악화돼 부실화하는 악순환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페이퍼컴퍼니 등 부실업체의 경우 수주한 공사를 대부분 일괄하도급을 줘 하도급 업체가 다시 2중ㆍ3중의 재하도급을 넘기면서 부실공사ㆍ임금체불ㆍ산재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자본금ㆍ기술인력ㆍ사무실 요건 등 건설업 등록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ㆍ불법 업체를 적발해왔지만 허술한 단속과 솜방망이 제재로 건설업체수는 되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 2007년 말 5만5천301개였던 종합ㆍ전문 건설업체수는 올해 6월말 기준 5만7천229개사로 1천928개사가 늘었다.


국토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6개월의 영업정지 또는 건설업 등록 말소를, 일괄하도급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8개월의 영업정지와 형사고발 조치를 할 방침이다. 직접 시공의무를 위반한 업체에는 6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입찰 제도도 전반에 걸쳐 개선하기로 했다.


발주제도의 경우 최저가 입찰제 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저가 수주ㆍ부실시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고가치 낙찰제는 가격 외에 기술력이나 품질, 공사기간 등을 종합평가해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방법이다.


◇ “등록기준 미달 건설업체 퇴출”
국토부는 또 무분별한 페이퍼 컴퍼니 설립을 막기 위해 건설업 등록기준과 직접시공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경식 국토부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부실ㆍ불법업체를 퇴출시켜 우리 시장 규모에 맞는 적정 건설사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건설산업과 건실기업을 살리고 시장을 정상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태조사반은 각 시ㆍ도 공무원과 대한건설협회ㆍ건설기술인협회 지원 인력 등으로 구성된다. 조사반은 1단계 서류심사를 통해 의심업체에 대해선 2단계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연내에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전문건설업체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실태조사 결과 등록기준 미달 업체는 영업정지 6개월 또는 등록말소하고 일괄하도급 위반 업체는 영업정지 8개월 및 형사고발(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직접시공의무 위반 업체는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는다.


예컨대 법인 토목ㆍ건축공사업체는 자본금 12억원 이상, 기술자 11명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 기준에 미달되면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조치를 내린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실태조사와 함께 관련 제도도 개선할 방침이다. 발주제도의 경우 적격심사제에서 페이퍼 컴퍼니 등 여러 회사가 입찰에 참여, 낙찰 확률을 높이는 악용을 막고 최저가낙찰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최고가치낙찰제 도입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보증기관의 심사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보증제도를 개선하고 정상적인 업체에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록기준과 직접시공 의무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채규 국토부 건설경제과장은 “이번 실태조사와 제도개선을 통해 부실ㆍ불법업체의 시장 참여를 막아 건설시장 규모에 적정한 업체수를 유지해 수급 균형을 유도할 것”이라며 “능력 있는 업체의 건전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부실공사나 임금체불 등을 줄여 건설시장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마구잡이 허가할 땐 언제고…” 업계 볼멘소리
정부의 이런 방침에 건설업계는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많은 건설업체들이 "사상 최악의 불황 탓에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 부실기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어려운데, 더 심한 피바람이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상희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남도회장은 “건설업을 영위하려면 이에 맞는 자격요건을 갖추고, 시공자격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은 이에 대해 동의하고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일부의 부실업체들 때문에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실태조사를 위한 준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담보해야 하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부실건설사 실태조사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실시되어 영업정지와 등록말소 등 일부 효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업체 수가 감소되는 효과는 없었다. 계속적인 불황과 실태조사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체 수는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실태조사가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지난 1997년 당시 글로벌 경쟁시대에 부응하고 규제를 철폐한다는 명목 하에 면허제가 등록제로 전환되고, 수시발급으로 바뀌면서 건설업체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 동안 건설물량의 증가는 소걸음이었던 반면 건설업체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 때부터 이미 건설업계의 수익성 악화와 건설산업의 위기는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건설업 실태조사는 분명 필요하고 정상적으로 건설업을 영위하는 건설인은 모두가 공감한다”면서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태조사에 대해서는 건설업계의 불만만 유도할 뿐 원래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행정적 낭비와 수주물량의 급감과 단가하락 등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건설업체에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건설업체의 포화상태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시공경험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건설 분야에 대하여 등록기준을 완화하고,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부실시공과 부실건설업체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건설산업 전반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거품만 생긴 모양새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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