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횡령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회사 돈을 가로채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담 회장이 이번에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소위 ‘일감 몰아주기’ 행위로 눈총을 받고 있는 것.
회삿돈 횡령 및 유용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담 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난 상태다. 총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로 구속된 바 있는 그는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반성하고 자숙하면서 도덕적으로도 깨끗한 모습을 보여야할 그가 뉘우치기는커녕,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탐욕을 끝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10억 배당하던 회사… 1년만에 106억원?
담철곤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아이팩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2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이 중 106억원을 자신의 몫으로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팩은 1981년 12월 2일 설립된 회사로 자본금 17억 2500만 원, 종업원 106명 규모의 회사다. 1988년 4월 오리온그룹에 인수된 이후 현재까지 주요 거래처는 오리온그룹 계열사들이다.
제과, 음료 등의 포장지를 만드는 이 회사는 담 회장이 55.33%(18만4000주)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담 회장의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아이팩의 지분은 원래 박병정(전 대표이사), 박래균(전 대표이사), 음광진(전 전무이사), 이제춘(현 상무이사), 이영자(박병정의 처) 등 아이팩의 전 현직 임원들과 그 가족이 보유한 것으로 등재돼 있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1심)은 사실상 이들은 차명주주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동양창업투자와 김용율의 지분합계 23.34%를 제외한 76.66%가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그의 처 이화경 씨의 소유라고 밝혔다.
2012년 3월 아이팩은 200억 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통해 전체 지분의 약 53.33%를 보유하고 있는 담 회장에게 106억여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약 2121%에 달하는 전례 없는 고액 배당이 이뤄진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아직도 뒷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전체 배당 규모가 10억 원 안팎에 불과하던 회사가 어떻게 1년 만에 그와 같은 초고액 배당이 가능했냐는 것이다. 아이팩은 제과 포장재 등을 인쇄하는 일을 하는 소규모 업체에 불과했기 때문에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대비 수익성이 고작 5% 수준임을 감안할 때 납득할 수 없는 수익금 규모”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이팩은 지난해 매출 602억원 가운데 478억원을 오리온 계열사와의 거래로 이익을 올렸다. 지난 2010년에도 아이팩사로부터 과자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받은 오리온 계열사들은 아이팩의 총매출 587억원 중 73%에 달하는 428억원의 물품을 사들인 것이다.
이에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아이팩 전체 매출중에 오리온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냐가 중요한 것 같다. 60~70% 내외다. 오리온 물품을 전부 그쪽에 몰아주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이팩사가 오리온 일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아이팩사의 출범목적이 그룹총수의 부를 축척시켜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그런 의혹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기에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과자 봉지가 필요하니까 만든 회사다”며 “과자봉지를 100% 다른 곳에서 사서 쓸 것이냐, 아니면 회사를 만들어서 제작을 할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회사 자체가 부도덕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잘못한 부분은 당연히 있다. 회사가 잘못했을 수도 있고, 관리감독을 잘못한 점도 있을 것이다. 사실 최근 2년간 그룹의 구설수에 대해 반성도 많이 하고 있고 시스템도 전반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 “수장 자격 있나”… 비난 잇따라
회사 측의 이런 설명에도 의혹은 계속 확산되는 이유는 그간 담철곤 회장의 행적 탓이다. 담 회장의 횡령 혐의가 알려졌을 당시, 오리온그룹의 위장계열사인 I사로부터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고급 외제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녀 통학용 등 사적용도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담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고, 한 달 뒤 1심 재판부는 고가의 미술품을 법인 자금으로 구입해 자택에 장식품으로 설치한 혐의와 중국 자회사를 헐값에 팔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계열사 자금으로 외제 승용차를 리스해 개인용도로 쓴 혐의 등 대부분의 공소 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담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담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계열사를 사유물로 여기는 범행을 했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질책해 눈길을 끌었지만 그로부터 3개월 뒤 담 회장은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함께 구속 기소된 조경민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 역시 징역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돼 함께 풀려났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그간 더 많이 반성한 점, 그림 값 횡령에 대한 피해금액은 변제가 이뤄진 점에 비춰 형량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담 회장은 지난 3월30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이다. 이는 3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ㆍ유용한 혐의로 복역하다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직후라 논란이 가중되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런 담 회장이 과연 수장 자격이 있냐며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민단체들은 “대기업 총수의 범죄는 기업과 주주들에게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며 “투명성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전환되는 게 낫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오리온그룹 측은 “오리온은 담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전문경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 또 다른 대주주 ‘PLI’도 ‘의혹’
한편, 담 회장 외에 아이팩의 또 다른 대주주인 ‘PLI’의 정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회사가 사실은 아이팩의 차명 주주들이 실제 주인인 담철곤 회장 일가의 지시를 받고 만든 유령 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아이팩의 명의상 최대주주였던 박병정은 1932년생으로 고령이라 사망할 경우 차명주식과 관련된 상속 등에서 복잡한 법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담 회장 측이 이 부분을 걱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1심 재판부도 PLI에 대해 아이팩 차명주식의 이전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른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로 판단했다.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오리온 측은 “아는 바가 전혀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는 담 회장 주변에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과연 담 회장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오리온그룹을 이끌어 갈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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