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號 ‘역전 돌파구’ 찾기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09-27 09:24:10
  • -
  • +
  • 인쇄
위기의 '대세론', 과거사 사과로 충분?

‘박근혜 대세론’에 제동이 걸렸다. 과거사 문제가 발목을 잡자, 박 후보는 “아버지로 인해 피해 입은 분들께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사과하라’던 세력이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엔 다른 쪽에서 “어떻게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을 수 있느냐”며 따지고 나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 후보의 ‘입’이 될 뻔 했던 김재영 새누리당 의원의 ‘술주정’도 그의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래저래 사면초가인 형국이다.


박 후보가 ‘대세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그의 발걸음이 ‘지지율 역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있다.


◇ 무상보육 폐기 비판… ‘부모 마음’ 달래기 나서
정부의 만 0∼2세 전면 무상보육 폐기 방침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 후보인 박 후보까지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소득 상위 30%에게는 월 10만∼20만 원의 양육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보육지원체계 전면 개편안’을 비판한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25일 강원 양구군의 육군 전사자유해 발굴 현장에서 이 사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이 문제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약속한 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상위 30%에 해당하는 분들도 다 빠듯하게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로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또 “새누리당은 0∼2세가 아니라 0∼5세까지 전 계층을 대상으로 보육료와 양육수당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걸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며 “박 후보가 ‘이는 꼭 필요한 약속이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만약의 경우, 이것이 정부와 협의나 논의를 해서 이뤄지기 힘들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예산심의에서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국회의 권한을 이용해 원상회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이 약속한 바를 지킬 수 있도록 이제는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이 사안은 정부가 타협하고 들어주고 말고 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제도화ㆍ법제화ㆍ시스템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실현하고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려는 의지를 박 후보가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안보’ 행보로 여성 한계 극복을…
한편 박 후보는 양구의 6ㆍ25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은 끝까지 찾아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골 앞에서 국화 꽃다발을 놓고 거수경례로 경의를 표한 뒤 관계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펼쳐 유해를 덮었다. 박 후보는 이어 육군 21사단 여군 장교ㆍ부사관들과 함께 야외에서 전투 식량으로 식사를 했다. 이를 두고 여성 지도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보 리더십’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란 분석이 나왔다.


◇ 이외수 만나 “동참해 달라”
육군 전사자유해 발굴 현장을 떠난 박 후보는 선거대책위 영입 대상 인사로 거론되는 소설가 이외수씨를 만나 눈길을 끌었다.


박 후보는 강원 양구군 군부대를 방문한 뒤 귀경하는 길에 화천군에 있는 이 씨의 집을 찾아 90분가량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 “국민 행복 모색에 동참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


박 후보는 이 씨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한 달여 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오늘 방문을 대화합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나를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 돕겠다”고 답했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이씨는 이와 함께 박 후보의 과거사 관련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 “굉장히 힘드셨을 텐데 사과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 선대위 구성, ‘통합의 정치’로…
박근혜 후보가 이외수 씨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박 후보 대선 행보 키워드인 ‘통합의 정치’가 그대로 녹아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최근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있었던 5ㆍ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전향적인 과거사 인식을 보였고, 그 후속 조치로 국민 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내세웠다. 이 때문에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따라 박 후보의 진정성을 평가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복수의 박근혜 캠프 관계자들은 “선대위 구성은 ‘탕평 화합 인사`라고 입을 모았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후보다. 현 단계에서 선대위원장은 5명 안팎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선대위 트레이드마크 격인 국민행복추진위(김종인 위원장), 정치쇄신특위(안대희 위원장), 국민통합위원회 세 위원장이 동시에 선대위원장을 맡고, 김무성 전 의원 합류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황우여 대표는 당연직으로 선대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국민통합위원장직에 참신하고 명망 있는 인물 영입 작업이 막바지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비주류로 친박 색채가 없는 인물들도 선대위에 대거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 후보와 소원한 관계에 있던 유승민 의원과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주도한 남경필 의원 등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박 후보 진영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사람인 김장수 전 국방장관과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각각 국민행복추진위에서 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 주위에서는 최근 친박 인사들의 잇단 잡음과 관련해 과감한 인적쇄신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를 둘러싼 오래된 친위그룹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은 박 후보 캠프의 인적쇄신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 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후보의 MBC 라디오 인터뷰, 홍일표 전 대변인의 ‘인혁당 평가 사과’를 둘러싼 혼선 등을 사례로 들면서 “현 상태 그대로 과연 대선에 갈 수 있을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바깥에 많다”면서 “그동안 박 후보를 둘러싼 비서실과 공보실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혹시 잘못된 정보를 후보에게 계속 주입한 사람은 없지 않았는가”라며 “사실 대선 후보는 말실수를 할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해 주변에서 컨트롤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이 위원과 같은 박 후보 주위 측근 그룹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후보 대선 캠프 한 관계자는 “최근 제기되는 인적쇄신의 요지는 누구를 쳐낼 것인가가 아니라 포용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면서 “박 후보가 앞으로 선보일 인사도 이 기조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과거사 사과, 지지율 ‘역전’ 이뤄낼까
박근혜 후보의 대권 항로가 암초에 걸린 가운데, 정치권의 이목은 ‘박근혜호’의 앞길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박 후보의 전향적인 과거사 사과가 하락세로 돌아선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느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와 관련, “자기 스스로 역사문제를 잘못 푸는 바람에 덫에 걸렸던 측면이 있었지만, 박근혜 기자회견은 그간 야당이 요구했던 ‘사과’ 수준을 뛰어넘었다”라며 “박 후보는 과거사 사과를 통해 본질을 풀어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박 후보는 그 기자회견으로 지지율의 추가하락을 막았다. 앞으로는 역사문제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그간 하지 못했던 민생행보를 할 것”이라며 “역사문제에 대한 사과로 지지율의 추가 상승동력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를 둘러싸고 민주통합당에 혼선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후보 사과 직후 우상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등의 논평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그 직후 안철수 후보는 ‘어려운 일인데 잘했다’고 논평을 냈다. 명백히 톤이 달랐다”면서 “그러자 문재인 후보도 ‘어려운 일인데 잘했다’고 했고 이해찬 대표는 ‘진정성을 인정한다’고 했다.


하루 동안 박 후보의 사과에 대한 대응을 놓고 혼선이 있었다. 이런 데서 알게 모르게 민주통합당은 국민적 신뢰를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박근혜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 안 한 것보다는 낫다. 지지율 하락 추세는 일단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실기한 뒤늦은 사과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제한적이지 않겠나. 사과했다고 해서 지지세를 바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 박사는 그 이유로 “박 후보가 지금 겪고 있는 위기는 상당히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근혜 위기는 친박 내부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사고들, 이번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갖게 된 불통 이미지, 야권주자들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힌 속에서 직면한 것”이라며 “단지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서 사과했다고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까지 가기는 어렵지 않겠나. 전반적인 판세의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박근혜 후보의 사과 메시지는 좋았지만 미디어 활용면에서 조금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후보가 24일 9시에 사과를 했는데, 그 시점은 여론조사 기관들이 전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투하하는 시점이었다. 박근혜 하락-문재인, 안철수 상승의 밴드왜건 효과가 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선거전략상 사과 시점이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후보 입장에선 박ㆍ문ㆍ안의 3자 구도로 가면 승산이 굉장히 높다. 이 경우 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높아진다”고 말한 뒤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에서 1위를 오차범위 내로 근접했다는 점에서 3자구도가능성도 있다. (다만) 박 후보는 양자구도에도 대비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