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통합·상생, 언행이 맞는 인물을 찾아라

정해용 / 기사승인 : 2012-09-27 14: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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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의 관전상황실>

우리나라의 정치권력 구조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정부도 여당도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를 거역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이 나온다.


지금까지 대통령들이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다. ‘대통령 중심제’라는 법적 제도 자체가 그렇다. 때문에 이제는 대통령의 권한을 정부 내각의 책임자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분권형 권력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가 시장 현실을 포용하지 못한 채 과속하여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긴 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집착에 가까운 4대강 개발 투자를 누구하나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국가경제가 더욱 어려워진 것도 역시 제도적 약점 때문이다.


차기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 권력을 줄이고 행정부나 국회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제대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분권형 대통령을 뽑는 것은 개헌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올 12월의 대선에서도 아직은 대통령중심제를 전제한 선거로 치러야 한다. 그만큼 건전한 사상과 믿을만한 능력, 그리고 고상한 인격을 갖춘 인물을 뽑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선거라는 뜻이다.


이번 선거는 몇 가지 점에서 좀 흥미롭다.


첫째, 여당도 야당도 아닌 제3의 무소속 후보가 두 정당 후보를 위협하는 색다른 선거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보다 더 자주 ‘대통령감’으로 여론에 회자된 인물이 바로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교수다. 의사로, 의대 교수로, 인터넷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IT 전문가이자 경영자로 명성을 얻은 그는 이제 막 50세를 넘어선 정치 신인이다.


알려진 정치 이력이 별로 없는 만큼 그의 노선도 불투명하다. 새로운 정치, 진심의 정치를 외쳤으나 아직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어서 그는 보수적으로도 보이고 진보적으로도 보인다. 아니면 그 양쪽으로부터 다 경계 대상일 수도 있다.


다만, 기존의 정당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많은 비 정파적 대중으로부터 지지도가 폭발적이다. 새누리당 지지자들로부터는 가장 위협적인 경쟁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으로 비쳐지고 있다. 야권을 대리할 유력한 통합 주자인 동시에, 야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야권의 표를 심각하게 잠식하여 정권교체 열망을 무산시킬 수도 있는 가장 위험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둘째,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든 후보가 변화와 개혁을 외치는 선거다. 제1 야당 대표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정권교체와 현 정치의 개혁을 목표로 하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역시 야권인 안철수 후보 역시 ‘정치쇄신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고 선언했다. 흥미로운 건 여당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역시 ‘새로운 변화’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선거에서 여당은 운명적으로 직전 임기의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일정 정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직전 임기의 대통령이 잘했다면 프리미엄을, 잘못했다면 그만큼의 핸디캡을 안고 출전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 후보조차 자기 당 출신 대통령과 뚜렷한 차별화를 내세우며 당 이름까지 바꿨다. 후보의 이름을 이용해 ‘박근혜가 바꾸네’라는 구호도 만들고, 대통령 측근에 있던 사람들을 캠프 중심에서 배제했다. 지난 5년의 정치에 대해 여당조차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표현일 테지만, 기존 임기에 대한 평가로서 한 표를 행사하고자 하는 유권자로서는 다소 혼란스러운 장면이다.


어느 시대마다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주요 테마가 있다. 요컨대 ‘시대정신’이다. 빅3 후보의 출사표에 ‘시대정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건 문재인 후보의 수락연설 하나다. 그의 연설 한 가운데 구체적인 표현으로 이렇게 등장한다. ‘협력과 상생이 오늘의 시대정신입니다.’


시대정신이라는 용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은 다른 후보들의 연설문이나 발언에서도 그 비슷한 정신은 똑같이 강조되어 있다.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구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박근혜),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 우리 미래를 위한 에너지로’(안철수)와 같은 말들이다.


사람들은 흔히 정치적 언사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들 말하는데, 어려울 것 하나 없다.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과연 ‘협력과 상생’ 혹은 ‘화해와 통합’, 또는 ‘분열과 증오를 넘어’와 같은 대전제에 합당한 언행인가 아닌가를 하나씩 비추어 보면 후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개혁’이라는 전제에 비추어 보아도 좋다.


그 어디에 비추어 모순된 언행이 많은지 그에 부합하는 언행이 많은지를 각 후보에 대해 평가해가다 보면, 두 달 후 투표함 앞에 설 때에는 소중한 한 표를 누구에게 찍을 것인가 확신을 갖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누구누구의 말에 휩쓸리거나 확인 안 되는 소문에 기웃거리기보다는 각 후보들에 대한 스스로의 관점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유권자가 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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