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넜고 다리를 불살랐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말이다. 이는 안 후보가 중도에 포기하는 일 없이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강한 대권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행보를 ‘통합 행보’로 본다면, 안 후보의 행보는 ‘혁신 행보’라고 볼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박 후보를 앞질렀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정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의 혁신 행보는 ‘다운 계약서’ 파문이 불거지면서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계에서는 “안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재빠른 사과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번 위기는 오히려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권후보와의 야권 단일화가 어떤 방식으로 결말이 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안 후보가 이번 대선 판도를 바꿔놓을 키맨인 것만은 확실하다.

◇ ‘혁신 행보’로 타 후보와 차별화
안철수 후보는 지난 24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무인차량로봇 연구센터에 방문해, ‘혁신 행보’의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 측은 “과학 기술 분야에 신성장동력이 잠재돼있는 만큼,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지원을 약속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과 함께 검은색 베라크루즈 무인주행자동차를 시승한 안 후보는 연구센터 실험실로 이동, 연구원의 설명을 들으며 개발 차량들을 둘러봤다.
이어진 연구센터 전문가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안 후보는 “혁신이 무엇인지,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한 융합적인 접근 방법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었다”며 “미래 연구,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이루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를 향해 앞서가는 분야를 선정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유로운 연구 활동 하에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경제민주화가 시대과제로 떠올랐는데,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며 자신의 ‘혁신경제론’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최근 방문했던 창업사관학교도 혁신적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도전하는 곳이었고, 수원 못골 장터도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전통시장을 새로운 모델로 만든 모범사례”라며 “혁신경제를 통해 튼튼해진 재원을 바탕으로 좀 더 많은 복지와 좀 더 정교한 경제민주화가 일어나고, 그게 다시 혁신경제로 선순환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혁신하려면 사람 변화 꾀해야”
‘혁신’을 강조하는 안 후보는 “혁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아닌 사람의 변화를 꾀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전문가들이 흔히 빠지는 오류가 방법론을 찾을 경우 그걸로 끝이라 생각하는 것”이라며 “기술 자체가 아닌 조직과 업무과정이 바뀌어야 진정한 혁신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기업의 사례를 설명한 안 후보는 “한 대기업이 전사적 자원관리 소프트웨어(ERP)를 도입했는데 사원들이 불편해하며 평소 업무습관대로 바꿔달라고 했지만 경영진에서는 소프트웨어에 맞추라며 밀어붙였다”며 “그 과정을 통해 업무관행과 조직체계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이나 도구는 조직과 업무습관을 바꾸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실제로 사람이 바뀌어야 모든 것이 바뀐다. 단순한 기술개발이 아닌 사람들을 바꿀 때 혁신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혁신의 방법론으로 융합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그는 “기존 전문가는 자기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그런 방식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는 이제 많이 남아있지 않다”며 “복합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융합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의 문제를 가운데에 두고 어떤 전문가와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생각한 뒤 그걸 모아서 문제 푸는 게 융합적인 방법”이라며 “과거 방식이 전문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문제 중심으로 혁신에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또 경제민주화ㆍ복지ㆍ혁신경제로 구성된 ‘두 바퀴 경제론’을 재삼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혁신경제가 연결돼야 두 바퀴가 달린 자전거처럼 달릴 수 있다”며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통해 사회안전망이 구축되면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도전해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구조가 생기면 기업의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런 혁신경제가 경제민주화를 위한 동력을 제공하고 다시 혁신경제의 밑바탕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재벌 저격수’ 투입, ‘경제민주화’ 신호탄?
안 후보 측의 이런 ‘혁신 행보’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의 캠프 합류로 한층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재벌 저격수’로 유명한 장 교수 영입에 따라 안 후보의 경제 공약에서 재벌개혁의 비중이 강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장 교수는 안 후보의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경제 민주화 포럼을 구성하고 정책마련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네트워크의 중추를 담당하면서 앞으로 캠프의 외교ㆍ안보ㆍ통일 분야를 제외한 분야의 정책 전반을 주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0년 6월, 법학교수 등 42명과 함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3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주요 대기업의 부실 경영 책임론을 지적하고 소액 주주 운동을 펼쳐왔으며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장하성 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이 펀드는 투명경영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지배구조가 모범적인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펀드다.
◇ ‘혁신 행보’ 위기, 재빠른 사과로 대응
안철수 후보의 이런 ‘혁신 행보’가 추석을 앞두고 위기에 직면했다. 부인 김미경 교수가 작성한 ‘다운계약서’ 돌발 악재가 등장했고 대선주자 3자회동도 무산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 이후 첫 난관에 봉착한 양상이다.
난관의 발단은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지난 2001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실거래와 다르게 신고한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시작됐다, 김 교수가 당시 시세보다 2억원 낮춰 거래가를 2억5000만원으로 신고했다는 것이었다. 김 교수가 당시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취ㆍ등록세 1000만원 가량 등을 탈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리고 이 의혹은 곧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숱한 네거티브 공세가 있었지만 이번엔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폭발력이 다르다. 전국 민심이 요동치는 추석을 앞두고 터진 것도 안 후보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게다가 안 후보는 평소 탈세에 대해 소신발언을 이어왔다. 지난 7월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그는 “탈세가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처벌해서 세금을 떼먹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안 후보가 ‘다운계약서’ 악재 정면 돌파에 나섰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공평동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직접 이 사안에 대해 사과했다. 안 후보는 “확인 결과 2001년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실거래가와 다르게 신고했다”며 “어떠한 이유에서든 잘못된 일이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의 사과가 향후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다운 계약서 문제는 당시의 관행으로 보이지만 안철수 후보의 신뢰성에 큰 타격이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에게도 문제점이 있다는 건 사실이지만, 이를 곧바로 인정하고, 재빨리 사과를 구했다는 점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박근혜 후보의 사과가 민심을 돌리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시기가 너무 늦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安-朴 가상 양자대결서 ‘안철수 승’
과거사 발언 사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하락세를 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는 달리, 안철수 후보는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5.0% 포인트 앞선 것.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대표 이형수)가 9월 26일 실시한 대선주자 다자대결 지지도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는 40.4%로 수위를 지켰지만 9월 13일 직전 조사보다 2.5% 포인트 지지율이 떨어졌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27.1%로 직전 조사 대비 4.2% 올랐다.
박근혜-안철수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박근혜 43.3%, 안철수 48.3%로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5.0% 포인트 앞섰다. 박 후보는 직전 조사 대비 3.9% 포인트 떨어졌고, 안 후보는 4.5% 포인트 올랐다.
조사를 실시한 모노리서치의 이재환 책임연구원은 “안철수, 문재인 후보는 각각 당내 경선 승리와 출마 선언 등의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동반 상승세를 보인 반면, 박근혜 후보는 과거사 사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하락세를 보였다”며 “컨벤션 효과가 사라질 추석 명절 이후에도 야권 후보들이 야권연대라는 고리로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갈지, 박근혜 후보는 지지세력 결집 노력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주목거리”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9월 26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320명을 대상으로 일반전화 RDD(무작위 임의걸기) IVR(ARS)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성별, 연령별,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69%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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