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와 약업계의 갈등은 해묵은 논쟁거리중 하나다. 과거 의약분업부터 리베이트 등 의료계 전 분야에 두 업계는 충돌을 계속해왔다. 이 와중에 병·의원의 불법행위를 감시·고발하는 목적으로 하는 시민단체가 출범해 논란이 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의료서비스 정착을 위함이라 밝혔으나 이 단체는 약사회와 관계가 있어 의료계는 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약 갈등이 다시 한 번 전면전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의료소비자 권리찾기 운동연대’가 9일 오후 5시 팔래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 단체는 의료기관의 불법행위 감시·고발과 불법행위 시민제보 접수를 비롯해 의료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여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직 마약수사관, 종교인, 중독자 가족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최근 프로포폴 등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부상하면서 유명해진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과 ‘대한약사회’가 공동으로 설립한 ‘의권연’은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 전경수 단장과 대한약사회 대한약사회 구본호 정책기획단장이 공동대표를 맡아 이끌어 갈 계획이다.
이들은 “우리의 목적은 투명하고 책임있는 의료 서비스 정착을 위한 활동”이라며 “존경받고 신뢰받는 의사와 건강한 삶을 보장받는 환자가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약물 오남용 심각한 수준”
전경수 공동대표는 개회사에서 “치료목적으로 사용하던 약물이 전문가에 의한 남용으로 인해 약물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약물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의권연을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의료기관을 감시할 것”이라고 출범 취지를 밝혔다.
구본호 공동대표도 “의약품이 무분별하게 오남용 돼 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사례가 이미 많이 발견됐고 제보도 있었다”면서 “성행하고 있는 무자격자 조제 등 제보나 직접 조사를 통해 확보하고 있는 1000여 건 의료기관의 불법행위를 조사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향후 의권연의 사업은 ▲의료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보 및 신고 접수 ▲의권연에서 직접 의료기관의 불법행위를 감시 및 고발 조치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는 여러 가지 제반 사업 시행 등으로 정리된다. 운동연대는 1차로 정신과 병·의원의 부실한 마약류 의약품 관리 실태를 공론화하기로 했으며, 이르면 이 달 안에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의권연이 의료기관을 겨냥하게 된 이유는 두 공동대표들의 이력 때문이다. 두 대표는 정부의 의약품 약국외 판매 추진 당시 시민단체와 약사단체를 대표해 결사반대를 외쳤던 인물로 의약품 안전성의 중요성을 외치며 다른 위치에서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막으려 했던 공통점이 있다.
업계는 “사이버마약감시단을 이끌고 있는 전경수 대표는 최근 프로포폴 등 약물 오남용의 심각성에 대해 의료기관 감시의 필요성을, 구본호 대표는 잇따른 의사단체의 약국 불법행위 고발에 대한 대응을 원하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약사회의 가세가 의료기관에 대한 목표를 분명히 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약사회는 올해 상반기 동안 일부 의사단체의 약국 불법행위 고발에 대응하기 위해 600여 건의 위반 사례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구본호 대표도 “약사회의 협조를 받고 있다는 부분을 숨기지 않겠다”라고 전하며 약사회의 참여 부분을 인정했다.
결국 약사회가 확보한 의료기관의 불법행위 자료는 의권연으로 넘겨져 향후 활동을 전개하는데 밑거름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사단체의 약국 불법행위 고발로 야기된 의약단체 간 신경전이 새로운 단체를 통해 분출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셈이다.
그러나 구본호 대표는 약사회 임원으로 활동한 부분과 약사회의 참여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구 대표는 “약사회의 협조를 받고 있지만 제보를 받고 있는 부분에서 의료단체, 노조, 시민들도 협조를 하고 있다"라며 "임원으로 활동해온 부분은 현재 사표를 제출하며 정리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의 활동은 국민과 의료기관, 국민과 의료인과의 분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환자단체와도 긍정적으로 대화를 진행하는 등 가까운 시일 안에 연대하려는 단체를 취합해 공개할 것”이라며 “단체들과 연계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제보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전의총 “적반하장도 유분수”
운동연대가 마약류 관리 실태에 이어 성형외과의 소득신고 탈루 등 다양한 병·의원 불법행위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추가적으로 밝혀 이번 운동연대 설립이 일부 의사 단체가 약사들을 무더기로 고발한 데 대한 약사 단체의 대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의료계와 약업계의 해묵은 갈등 탓으로 앞서 의료계는 작년부터 약국 수백 곳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후 ‘무자격자 판매’ 등을 보건당국에 고발, 이를 계기로 의사들과 약사들 사이에 감정이 더 격화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약사회 관계자는 “일부 의사단체의 도를 넘어선 행태에 대응하는 성격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의료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궁극적으로 환자권리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그러나 의권연의 출범에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회는 “약사 불법행위 고발에 대한 보복을 위해 대한약사회가 위장 시민단체를 급조하여 의료기관을 감시하겠다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전의총은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의권연에 대해 ‘약사회 꼭두각시, 위장시민단체’라고 비난하며 해체를 요구했다.
전의총은 “한마디로 유치한 코메디”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처절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칼날을 의료기관에 겨누겠다고 하니 참으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지극히 상식적 행동도 못하는 자들이 보복을 하고자 위장 시민단체를 만들겠다고 하니 양의 탈을 쓴 늑대와 다를 바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의총은 “의료소비자 권리찾기 운동연대는 이미 시작부터 약사의 허수아비 단체가 된 것이고, 그들의 행위는 어떠한 행위를 해도 약사회의 끄나풀이나 주구 노릇 밖에 안된다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사회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 의료기관 불법행위 운운한다면, 이를 정면도전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약사회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고발행위가 들어갈 것”이라 경고했다.
이들은 “만약 의료기관 간판을 문제 삼는다면 불법적인 약국간판은 물론 게시물, 선팅 등 광고물 규정에 어긋나는 약국의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을 10배수로 진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