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반 미국주의는 가능하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10-11 18: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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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물리치고 4선 성공…남미 결속력 강화 가속

지난 7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그의 14년 통치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엔리케 카프릴레스 야당 후보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또 다시 승리, 4선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차베스 대통령은 권력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향후 그의 건강이 유지될 경우 자신의 집권 기간을 20년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차베스는 또 현대 남미 역사에서 주요 인물로서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됐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7일 치러진 대선에서 54.42%의 득표율을 기록, 야권 통합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를 누르고 연임을 확정 지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공식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부터 그의 승리를 예감, 거리에서 불꽃놀이를 펼치고 파티를 여는 등 승리를 자축했다.


베네수엘라 독립의 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1999년 처음 집권 이후 미국에 맞서는 반미·반제국주의를 이끄는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 잡으며 석유로 벌어들인 수십억 달러를 빈곤 퇴치 프로그램에 투입해 국민 대중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아온 그는 이번 승리로 4선을 달성했으며 임기 6년의 대통령직에 세 번 연달아 오르는 기록을 쓰게 됐다.


쿠바와 볼리비아 등 싼 값에 기름을 공급해주는 차베스의 정책으로 큰 혜택을 보고 있는 남미의 좌파 국가들도 차베스의 승리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 위기를 기회로 삼다
1954년 수도 카라카스 남서쪽 시골마을인 사바네타에서 태어난 차베스는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며 군인을 길을 택한 뒤 정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차베스가 처음으로 대중에게 주목을 받은 때는 1992년 2월 동료 장교들과 일으킨 쿠데타가 실패했을 때였다.


쿠데타가 무위로 돌아가자 그는 “모든 것을 내가 홀로 책임지겠다”는 짧은 연설을 통해 대중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전파했고, 이 같은 유명세는 2년 후 감옥에서 석방된 뒤 정치인으로서 길을 걷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는 자신을 감옥으로까지 밀어 넣었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1994년 3월 자유의 몸이 된 뒤로 한때 정치적 진로를 놓고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차베스는 세력 규합을 통해 힘을 키우면서 1998년 대선에서 빈민층의 전폭적 지지로 첫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기존 의회를 해산하는 ‘제헌의회’ 전술을 성공시켜 만든 신헌법 하에서 2000년 대선을 치러 또 한 번의 압승을 거뒀고 2002년 반대파들의 총파업과 쿠데타에서 살아남으며 2006년 대선에서 다시금 승리를 거머쥐었다.


2007년 대통령 연임제한 규정을 철폐하려고 국민투표라는 강수를 뒀다가 패배해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2009년 국민투표에서는 승리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당시 국민투표 승리로 헌법에서 연임제한규정을 삭제해 이번 대선은 물론 앞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종신 대통령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 ‘반미국주의의 상징’이 되다
하지만 외부적으론 14년간 집권해 온 차베스를 놓고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깊은 관계에 있는 쿠바에 석유를 제공하는 대신 의료진을 대거 파견 받아 무상의료를 확대했고, 각종 혜택을 민중들에게 돌려주면서 국민의 40%를 차지하는 극빈층으로부터 ‘위대한 지도자’라는 칭호를 받아왔다.


그가 이런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일 수 있는 배경에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유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을 임의대로 국유화하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민영 언론사를 압박하는 것은 물론 기업 규제, 외환 통제 같은 정책은 미국 등 기업이익을 대변하는 국가들에겐 ‘독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차베스는 정면 대응을 선택, 미국을 ‘제국주의’로 규정하며 갈등의 대척점 섰고, 국제적으로도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 쿠바와 적극 협력하면서 서방국가들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인식돼 왔다.


그의 이 같은 적대적 외교정책 이면에는 미국에 맞설 수 있는 독자적인 남미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야당 후보인 카프릴레스가 이번 대선에서 기록한 45% 가까운 높은 득표율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엔 근절되지 않고 있는 범죄와 사회 기반 시설 미비, 만연한 부정부패 등 근본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분노가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그의 건강이다. 현재 58세인 차베스는 암 수술 이후 건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암이 재발할 가능성 또한 남아 있어 그의 정치적 미래에 어두운 구름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차베스는 지난해 암 투병 동안 수술 뒤 회복했다고만 밝혔을 뿐 자세한 병명이나 처했던 치료 상황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정부 관료들마저 차베스의 병세를 숨겨 그의 건강상태는 ‘국가기밀 1호’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 승리는 그에게 부활이라는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세계의 이목은 차베스가 새로운 임기 6년 동안 남미 최대의 석유 수출국가 베네수엘라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모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선거 유세를 통해 차베스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정부 지출을 계속해 왔고 이로 인해 올해 경제는 4∼5%의 비교적 견실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벌써부터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차베스는 과거 선거 승리 이후 과격한 개혁 조치들을 밀어붙인 전력을 안고 있어 이번에도 금융과 식품, 보건 산업 등에 대한 국유화 조치 같은 개혁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나온다.


◇ 남미 지도자들 일제히 축하
한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대선 승리 소식에 볼리비아 등 중남미 좌파 정부 지도자들은 일제히 기뻐하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차베스의 대선 승리로 그의 동지로 꼽히는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향후 선거를 앞두고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의 승리는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이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승리일 뿐 아니라 볼리비아의 동맹과 모든 중남미 국가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고자 위엄과 주권, 권리를 위해 싸워온 모든 중남미인의 승리”라며 반겼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 만세(Viva)! 위대한 조국 만세! 볼리비아 혁명 만세!”라는 글을 남겼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역시 차베스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차베스에게 전화를 통해 “이번 베네수엘라 대선은 평온한 분위기와 높은 참여율 속에 치러졌다”면서 “모범적인 민주 선거였다”고 평가하며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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