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비상경영 선포는 말뿐?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10-12 10: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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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사·방만운영·직무유기 '막장운영'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는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며 불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직무는 태만히 하며 방만 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이 ‘실적’을 위해 각종 법령과 규정을 무시하면서 까지 불법 조사를 실시해온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으나 공단측은 경징계 처분에 그쳤다. 또 ‘비상경영’을 선포할 정도로 극심한 재정 적자 속에서도 임직원 해외출장과 여행 등엔 막대한 예산을 지출, 방만 운영 등이 지적됐다.


감사원은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건보공단에 대해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관리실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직원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불법·편법행위를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공단 A지사의 갑 차장과 을 과장은 징수 실적을 높이기 위해 조사 범위를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 병원에 대해 1008건(1478만원)의 부당사실을 조작했다.


공단 B지사의 다른 직원은 부당기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부당이득금 724만원을 축소, 한 의원의 원장에게 특혜를 줬고, 다른 의원의 허위 청구에 대해서는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지 않고 부당이득금만 징수했다.


요양기관의 건강보험 부당행위는 국민들이 납부한 돈으로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미친다. 때문에 이러한 위법 행위들은 공단이 보험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데도 건보공단은 이들에 대해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경징계 처분만을 내렸다. 이밖에 부당사실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병원장과 결탁해 부당액수 결정 등의 행위를 저지른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도 공단은 경징계 처분만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법령과 규정을 무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일개 직원이 병원장과 짜고 부당금액을 결정할 수 있다면 뇌물로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그 원인으로 과도한 실적 경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비전문가인 공단 직원이 요양기관의 부당행위를 밝혀내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위법 조사가 발생하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 재정 적자, 임직원 출장으로 돌파?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건보공단이 임직원 해외출장과 여행 등에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면서 방만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건보공단이 ‘비상경영’을 선포할 정도로 재정적자가 극심했다는 점이다.


정작 임직원의 해외출장 예산은 지난 4년간 무려 219%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재정적자가 극심해 '비상경영'이 선포됐던 2010년에도 건보공단은 272명이나 해외출장을 보내 9억원 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보공단의 ‘임직원 국외출장 현황’에 따르면, 해외출장 예산은 2008년 3억1912만원에서 지난해 10억1996만원으로 219% 증가했다. 출장인원 역시 같은 기간 동안 61명에서 246명으로 4배 증가했다.


지난 2010년은 공단재정적자가 극심했던 시기로 당시 ‘비상경영’이 선포되기까지 했으나 그해엔 오히려 가장 많은 인원인 272명이 해외출장을 떠났다. 허덕이는 경영적자 속에서도 임직원의 잦은 해외출장을 위해 9억2800만원을 지출했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9.9% 증가한 10억1996만원을 246명의 해외출장을 위해 사용했다.


또 지난 2010년 공단 인력관리실에서는 외국선진 사회보장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우수 직원 137명을 선발해 ‘국외 사회보장기관’으로 연수를 보냈다. 하지만 당시 연수국가로 선정된 나라들엔 외국선진 사회보장제도를 벤치마킹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국가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인력관리실에서는 작년에도 ‘국외 사회보장기관’ 연수라는 명목 하에 우수 직원 60명을 선발해 캐나다·스위스·뉴질랜드·호주·미국 등으로 해외 연수를 보냈다. 하지만 선발된 직원들 모두 2급상당의 간부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매년 중복되는 해외출장과 불필요한 인력의 해외출장을 줄여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방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보공단의 일산병원 역시 매 해 40억원 정도의 재정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산병원의 2006~ 2012년 8월 재무자료에 따르면 시설운영수익과 공단지원금 수익 등 사업 외 수익을 제외하면 해마다 적게는 40억원 정도, 특히 2011년에는 11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일산병원은 “공공병원으로서 재정수지 균형을 달성했다”고 공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병원측은 장례식장을 직영해 공공병원으로서의 이미지 제고하겠다고 밝혔으나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장례식장이 병원적자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또 건보공단이 해마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의 기부금을 받고 있지만,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비 지원 등 의료사회 사업비에는 그 중 10분의 1 수준만을 지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기부금 수입 중 제약사로부터 연구비 목적으로 받은 기부금이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으나 “공공병원이 제약사로부터 연구비를 기부 받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라며 “연구비 명목의 기부금을 제외해도 순수한 기부금 대비 의료사회 사업비가 적은 것은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일산병원이 외부에 보이는 재정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임상의학연구와 건강보험 전반의 각종 조사·분석을 통해 국민 보건의료 수준 향상과 의학 및 건강보험 제도의 발전에 기여하는 본래의 설립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탈세 알고도 방치·묵인
또 건보공단은 최근 3년간 소득을 축소하거나 탈루한 혐의가 있는 기업이나 고소득·전문직 종사자 등에게 3000억원의 건강보험료를 추징하고도, 정작 이들의 탈세혐의자료 100만건을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건보공단은 지난 2005년 탈세혐의자료 심사를 전담하기 위해 관련 법령까지 개정하면서 소득축소탈루심사위원회를 설치, 매년 지도점검을 통해 소득을 축소하거나 탈루한 혐의가 있는 대상자들을 조사해 국세청에 통보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소득과 보수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3년간 100만건에 대해 건보료를 추징하면서도, 소득이 축소되거나 탈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들을 소탈위로 회부하는 경우가 연간 100건도 채 되지 않았다.


세금을 탈루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임에도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법률이 정한 소득 축소나 탈루에 대해서 사실상 묵인해온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는 건보공단이 소득 축소 또는 탈루를 발견하더라도 이를 국세청장에게 통보할 의무규정이 없어 건보공단이 확보한 소득 축소나 탈루 자료들을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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