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고 발생 12일 만에 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구미시 불산 누출사고 관련 제2차 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1차 정부합동조사 결과 구미시의 행정·재정상 능력으로는 사고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 사고 발생지역인 구미시 봉산리 일대를 중앙정부의 지원이 가능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 늑장·부실대응 피해 키워
불산은 인체에 스며들면 살과 뼈를 녹아내리게 하는 치명적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이다. 또 토양, 수질, 공기 등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체내에 쌓여 소리 없이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의 물질로 불린다.
이 같은 맹독성 물질이 유출됐는데도 정부와 구미시는 사건 초기 우왕좌왕했다. 위기대응 매뉴얼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고, 불산 중화제인 석회를 구하는 데만 하루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또 중앙정부의 관계부처합동회의는 사고 발생 1주일 만에 열렸다.
정부가 초동대응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방독장비조차 갖추지 않고 구조 활동을 펼치다 불산 중독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또 현재까지도 정부가 조업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고 사고발생 지역인 구미 국가산업4단지 내 인근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마스크에 의존한 채 정상 조업에 임하고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이 지역 58개 기업 근로자 1359명이 이번 사고로 인한 병원 진료를 받았다. 정부의 늑장대응 및 총체적인 부실대응이라는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카드도 늦었다는 지적이다.
강원 고성·강릉 등 동해안 산불(2000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2003년), 강원 양양산불(2005년),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사고(2007년) 등은 대부분 사고 발생 1~2일 내에 지정됐다. 빠른 대응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선 추석명절과 맞물린 탓인지 사고 발생 1주일 만에 관계부처 합동조사단이 현지에 파견됐으며 12일 만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국정감사에 나선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정부의 초기 대응을 질타하면서 사고 발생 시 대처 매뉴얼 구축을 촉구했다. 문희상 의원(민주통합당·경기 의정부갑)은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와 늑장 대처가 빚어진 이유는 중앙컨트롤 타워가 없고 관련 매뉴얼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 특별재난지역 지원 어떻게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해당 사고지역 지자체의 행정능력이나 재정 여건으로는 수습이 불가능한 대규모 재난재해사건에 적용된다. 중앙정부가 국가적 사안으로 격상시켜 사고수습에 필요한 인력과 피해보상 비용 등의 재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지역의 재정 여력에 따라 총 복구비용 중 50~80%가 국고에서 지원된다. 피해 주민에 대해 9개월간 국세 납부연장과 세금감면도 이뤄지며 취득세 및 등록세 등 지방세가 면제된다. 또 최장 6개월간 건강보험료가 30~50%가량 경감되고 사유시설 피해자에 대해 저리의 피해 복구 융자가 지원된다.
이날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현재 지식경제부·농림수산식품부·소방방재청 등은 분야별 피해 지원기준 및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이동식 대기측정차량을 현지에 파견하고 사고 인근 지역 하천 및 정수장에 대한 수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농작물의 경우, 중앙재난합동조사 결과 오염된 농작물은 전량 폐기하고 시가에 상응하는 지원을 실시키로 했다. 이밖에 인근 지역에 대해서는 식약청이 주관하는 관계기관 합동 특별팀(TF)의 판정결과에 따라 폐기 후 시가 지원(식용으로 활용이 어려운 경우) 또는 수매 조치키로 했다.

소 등 식용가축은 조사 결과 식용이 어려울 것으로 판명될 경우 구제역 발생 당시의 지원 사례 등을 참고해 처분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임산물을 포함한 피해 수목은 폐기를 원칙으로 하고, 시장가치를 적용하여 지원키로 했다.
피해 삼림은 현장조사를 통해 피해 물량을 확정하고, 국립산림과학원의 입목·산림토양 내 불산 잔존농도 검사결과에 따라 폐기물 처리 또는 활용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차량 피해는 보험 적용이 가능한 경우 보험으로 처리하되 개인 부담금은 지원하고, 보험 미가입자에 대해서는 수리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공장·시설 등 업체에 대해서는 한국손해사정인협회 등 전문기관의 조사를 거쳐 금액을 확정 후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 조업 정상화를 위해 피해를 입은 77개 업체(69개사 가동 중, 8개 업체는 가동 준비 중)에 대해 잔여 제독을 실시하고, 가동 준비중인 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질, 대기, 토양, 작업장 및 건축물 안전 등을 파악해 정상가동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해 중소기업의 경우, 재해중소기업 지원지침에 따라 직접 피해 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연 10억원 이내 3% 고정금리 대출해 주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자원 안전자금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 피해복구 비용, 휴브글로벌에 전액 청구
정부와 지자체 지원비용에 대해서는 구미시에서 사고 발생업체인 (주)휴브글로벌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심오택 국무총리실 사회통합실장은 “인적재난이기 때문에 업체가 보상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아직 피해 규모가 확정이 안됐기 때문에 구상권 규모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피해 주민들이 빠른 시일내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생계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심상정 의원은 “생활 지원금은 구미시를 중심으로 주민들과 의견수렴을 해서 규모를 확정하기로 했다”며 “지난 인적재난의 경우 가구당 200만원을 지급한 선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 지역 주민의 신속한 생활안정과 피해 복구를 위해 취득세 납세기한 연장(최대 1년), 지방세 징수유예(최대 1년) 등 각종 세제 지원을 실시하고, 연금보험료 납부예외(최대 12개월), 건강보험료 경감(최대 6개월), 유선ㆍ이동전화 감면(방통위) 등 기타 지원도 실시키로 했다.
앞으로 환경부, 행안부, 방재청, 지경부, 고용부 등 5개 부처는 이달 15일부터 5일간 소관별 위험물질 취급업체 안전관리실태를 자체점검할 예정이다. 자체점검 및 정부합동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법령 미비·보완 사항, 화학물질 관리체계 누락사항, 관리·감독 실태 등 전반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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