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도 ‘경제민주화’ 필요하다"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10-12 11: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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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계약 등 민간 발주자들의 횡포 ‘고발’

대선이 70여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력 대권주자들은 앞다투어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고 있다. 각론에서의 견해 차이가 있긴 하지만, 소속 정당ㆍ정치 성향 등이 서로 다른 후보들이 모두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화두가 된 상황임에도 건설업계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건설 발주자가 공사비 지급을 지연하거나 삭감하고, 심하게는 지급 거부까지 일삼는 등, 하청업체에 대한 횡포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시공계약 역시 발주자 일방의 이익을 전제로 한 불공정 ‘노예계약’이라는 지적이다. 이이재(사진, 새누리당ㆍ강원 동해삼척)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건설업계의 경제민주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공사비 안 주고 되레 상납 요구
이이재 의원은 “건설공사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민간건설 분야에서 원도급자(수급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전무해 민간 발주처가 공사비를 떼먹거나 오히려 상납을 요구하는 등의 횡포가 극에 달하는 등 건설시장에서 민간 발주자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간건설 공사에서 원도급자가 발주자로부터 공사대금이 지연 또는 삭감되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발전기금이나 기부금 형식의 상납을 요구하는 사례도 성행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원도급자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하도급체가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건설업체 사장들은 야반도주하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영세한 자재ㆍ장비업체는 물론이고 건설근로자의 대금(임금) 지급에까지 영향을 미쳐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발주자의 이익만을 위한 ‘노예계약’도
‘노예계약’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불공정한 시공계약서도 문제다. 이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산후조리원 건축공사를 수주한 한 건설업체의 시공계약서에는 ‘토목, 전축, 설비 등 공사 중 어떠한 상태에서도 공사비 변동은 없다’, ‘설계도서에 누락된 사항이라도 시공에 필요한 사항은 시공자 부담으로 시행 한다’, ‘설계도서에 명시된 물량과 증감이 있을 때에도 공사비 변동 없다’ 등 일방적인 발주자의 이익만을 위한 불공정 조항으로 돼 있다.


이 의원은 “특히 민간건설 분야의 원도급자는 대기업 중심인 공공건설 시장과 달리 대부분 중소 건설업체라는 점이 문제”라면서 “민간 발주자의 극심한 횡포로 중소 건설업체들이 부도 공포에 휘말리면서 지역경제의 한 축인 민간건설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경기도 안양에 본사를 두고 있는 트래콘건설은 지난 2010년 경기도 소재 한 건물 신축공사를 143억 원에 수주했다. 트래콘건설은 발주처의 요구로 수차례 설계를 변경했고,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했으나 준공 일정이 촉박하여 완공 후 정산 협의키로 하고 공사를 완료했다.


2012년 2월 공사 완료 후, 트래콘건설이 설계변경금액 정산을 요청하자 발주처는 계약 시 특약사항인 ‘기능상 필요한 공사 내용’을 이유로 내세우며 준공 후 7개월이 지나도록 설계변경금액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10년 이상 건설업을 해온 유선종합건설은 동광그룹 인피니트가 발주한 강원도 고성의 교육연구시설 증축공사를 32억 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공사에 착공한 후 건축주는 설계변경을 요구하여 2차례에 걸쳐 계약변경을 하였으나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대금 8억여 원을 준공 후 10개월이 되도록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민간건설 공사의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및 하도급법에 하도급 보호제도는 있는 반면에 원도급자(수급자)를 원천적으로 보호하는 제도가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민법상 권리실현수단 ‘유명무실’
민간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가 이처럼 발주처에게서 대급 지급을 받지 못한 경우, 민사소송을 비롯, 민법상의 유치권 및 저당권 설정청구권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권리를 실현시킬 수 있다. 이이재 의원은 “하지만 대부분의 수급자는 중소 건설사로 경제적 약자”라며 “이들의 입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사소송의 경우, 수급인이 대부분 법률전문가가 없는 중소기업으로 인해 민간 발주자와의 분쟁 시 오히려 피해가 크다. 유치권을 행사하려면 공사 목적물을 점유해야 하는데, 공사대금을 받으려면 양도를 해줘야 하므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주자와 수급인 간의 공평한 리스크 배분과 대등한 지위 보장이 문제해결의 핵심이자 건설 민주화의 근간”이라며 해결방안으로 공사대금 지급보증제도 및 공사대금 담보제공청구권 제도의 도입과 현저히 부당한 특약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앞으로 건설관계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제도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법안 발의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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