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노후에 살 집을 찾기 위해 여러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정원이 있는 아늑한 단독주택으로, 사업가 출신의 60대 남성이 외국으로 이민가게 되면서 내놓은 집이라고 합니다.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계약금을 준비해 중개업소로 찾아갔습니다만, 절 기다리는 사람은 50대 가량의 여성이었습니다. 그 여성은 “사업 정리 및 이민 준비를 위해 바쁜 남편 대신, 부인인 자신이 계약을 대신하러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도 가져왔습니다.
본인이 아닌 배우자와 대신 매매계약을 체결해도 괜찮을까요? 나중에 문제될 일은 없는지요? (이병권(54)ㆍ은퇴자)
A. 부부 중 1인이 소유자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가지고 와서 매매계약을 대신하겠다고 하는 경우, ‘당연히 대리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부부는 언제든 돌아서면 남이 될 수 있는 관계지요. 파탄 직전의 부부 일방이 타방 명의로 된 부동산을 몰래 처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부부의 재산은 별산제(別産制)가 원칙입니다. 다만 일상의 가사에 관해 서로 대리권이 있을 뿐인데, 이는 부부의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해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는 다른 일방도 그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이 있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부동산매매나 임대ㆍ저당권설정행위 등은 ‘일상 가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명백합니다. 동네 슈퍼에서 라면 한 개를 배우자 이름으로 외상 거래하는 경우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배우자 이름으로 체결하는 경우가 같을 순 없지요. 따라서 부부 중 어느 일방이 타방의 위임 없이 부동산을 매도하는 행위는 할 수도 없고, 했더라도 권리 없는 대리행위가 되어 무효임이 원칙입니다.
대리권이 있음을 제3자가 믿을만한 사유가 인정되면 유효행위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대법원 판례도 ‘남편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이, 가사를 꾸려나가기 위해 처가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매도한 경우’(대판 1970. 10. 30, 70다1812)처럼 극히 드문 경우에 한해 인정할 뿐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소유명의자를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부득이한 사유로 참여할 수 없을 땐, 인감도장ㆍ등기권리증ㆍ인감증명서를 확인하시고, 반드시 전화로라도 명의자의 의사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통화 등의 기능을 활용하신다면 더욱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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