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의원이 판매하는 한약재에서 ‘간질약’에 들어가는 ‘카바마제핀’ 성분이 검출된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의사들과 한의사들이 충돌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조제 업무를 대행하는 ‘원외탕전실’에서 검출된 것으로 안다”며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관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당국은 모든 한약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해서 항경련제 뿐만 아니라 다른 의약품도 검출되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며 ‘범국민적인 한약 거부 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해 또 다른 충돌의 불씨가 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일부 한의원에서 간질약에 들어가는 성분인 ‘카바마제핀’이 첨가된 한약재를 판매한 사실을 적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현재 한의사 350여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카바마제핀은 일시적으로 통증 감소 효과가 있으나 간독성 등 부작용이 심한 전문의약품 성분으로 임산부가 복용했을 때는 태아 기형도 유발할 수 있고 노약자들에게는 어지러움증, 저나트륨혈증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의사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다.
중국에서 생산된 이 한약재는 국내 한 한의사를 통해 한의사 350여명에게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다른 이들에게 공급한 한의사는 간질약 성분이 들었다는 것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약재를 구입한 한의사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위법여부에 따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 한의협 “국민건강에 심려 끼쳐 유감”
이 사건이 보도되자 대한한의사협회는 즉시 “자신이 판매하는 약의 성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환자와 타 한의원에 공급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히며 선긋기에 나섰다.
한의협은 ”일선 한의사들로부터 한약의 조제를 위탁받은 특정 원외탕전실에서, 의뢰한 한의사들도 모르게 양약 성분을 넣어 한약을 공급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원외탕전실을 운영하는 의료인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명백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외탕전실을 책임지고 있는 해당 한의사 회원에게 위법성이 확인될 경우, 사법기관에 고소 및 고발 등을 통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이고, 협회 차원에서도 윤리위원회에 제소해 복지부로 하여금 면허정지 등의 중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건강에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하여 유감을 표하며,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한약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추락하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의협 “전수조사 할 필요 있다”
그러나 이번사건에 대해 의료계는 “분노를 느끼지만, 놀랍지는 않다”며 “한약의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범국민적인 한약 거부 운동을 하자”고 제안하고 나서 업계간 갈등 심화 등의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방특위)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한의사들은 자신들도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그동안 수년간 적발되어온 ‘한약에 전문의약품 넣어서 적발된 예’들과 최근 ‘스테로이드 들어간 한방크림 판매하다가 적발된 한의원’등의 예를 보면 이는 믿기 어렵다”며 사건 연루 한의사들을 비난했다.
한방특위는 “아스피린에서 몰래 넣은 다른 약 성분이나 중금속, 발암물질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이는 아스피린을 먹고 위염 등 약물 부작용이 생긴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방특위는 이날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무기한 범국민적인 한약 거부 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하는 한편 보건당국이 모든 한약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해서 항경련제 뿐만 아니라 다른 의약품도 검출되는지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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