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 분열?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요구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10-18 17: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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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주민투표 실시…찬성파 “독립 열망 고취”

2014년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을 결정한다. 영국 정부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스코틀랜드의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2014년 가을에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찬성파와 반대파는 향후 2년간에 걸쳐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펼치게 된다.


그러나 2014년에 실제로 ‘분리독립’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허락’하기는 했으나 ‘찬성’ 여론은 7:3으로 뒤져있고, 경제적 자립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알렉스 샐먼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수와 만나 스코틀랜드 의회가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2014년 가을에 시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협정문에 서명했다.


주민투표는 스코틀랜드 주민만을 대상으로 ‘스코틀랜드가 영국 연방에서 분리독립해야 하는가’라는 단일 문항에 찬반 의견만 묻는 방식으로 진행키로 했다. 또 투표 참여 연령을 16세까지 낮춰 분리독립에 적극적인 학생층의 의견도 반영하기로 했다.


이로써 1707년 잉글랜드와 단일 의회와 정부로 통합된 스코틀랜드는 300여 년 만에 자체 판단에 따라 분리독립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SNP는 애초 스코틀랜드의 재정자립권 보장 여부를 묻는 문항도 추가할 것을 요구했으나 영국 정부가 시기와 방식을 대폭 양보함에 따라 이 방안은 철회했다.


영국 연방 중앙정부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 국민투표 실시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코틀랜드 담당 장관 마이클 무레는 국민투표 실시에 대해 “스코틀랜드인들이 늘 얻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결정을 위한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샐먼드 당수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을 위한 여정의 중대한 발걸음을 시작했다”며 “스코틀랜드 정부는 유럽의 분리독립 국가로서 번영하기 위한 야심찬 비전이 있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도 “오늘 합의는 스코틀랜드 주민 스스로 장래에 대해 합법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주민투표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찬반으로 나뉜 두 진영의 캠페인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샐먼드 당수가 이끄는 SNP를 비롯한 분리독립 운동 진영은 지지층 확대를 위해 ‘예스 스코틀랜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북해 유전을 근거로 분리독립하면 부유한 유럽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연립정부 역시 ‘함께 더 좋은 길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분리독립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연립정부는 “스코틀랜드가 복지 혜택과 국가적 영향력 등 그동안 누리던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 “분리독립 아무도 원하지 않아”
스코틀랜드는 영연방 중심인 잉글랜드와 역사적으로 정복·독립의 항쟁 역사를 되풀이하다 1603년 제임스 6세 스코틀랜드 왕이 영국 왕위에 오르면서 잉글랜드와 통합 과정을 밟았다.


이후 1707년 의회 통합, 연합 왕국 편입으로 잉글랜드, 아일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로 구성된 오늘날의 영연방에 완전 귀속됐다. 하지만 켈트족 중심의 남다른 독립심으로 분리독립에 대한 열망이 지속됐고 잉글랜드에 대한 민족적 반감이 아직도 뿌리 깊이 남아있다.


작년 5월 자치권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SNP가 스코틀랜드 다수당에 오른 이후 분리독립 문제가 전면에 부상했다. 통합 300여년이 흐른 지금 국민투표로 분리독립이 가능할 지는 의문시 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국민투표의 결과가 분리독립을 선호할 것으로 내다보지는 않고 있다. 스코틀랜드인들의 오랜 열망에 따라 국민투표 실시를 허용한 영국정부도 내심 기대치 않는 입장이다.


영국이 스코틀랜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민투표까지 만이다.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과 그들과 연정을 꾸린 자유민주당, 야당인 노동당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에 반대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주 보수당 회의에서 영국은 2012 런던 올림픽 정신에서 비롯한 통합의 정신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운동선수들이 스코틀랜드인, 웨일스인, 잉글랜드인 이었지만 그들은 스스로 하나의 국기 아래 모였다”며 “연립정부가 해야 하는 일들은 많지만 우리의 영국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의견이 7대 3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인의 28%만이 분리독립에 찬성했다.


◇ “분리독립, 지금이 기회”
그러나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2014년에 실시될 국민투표 결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 투표자들을 설득시키면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4년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벌인 독립투쟁에서 이겼던 배넉번 전투의 700주년이라는 점에서 분리독립 분위기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배넉번 전투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실제 주인공 윌리엄 월러스의 죽음에 자극받은 스코틀랜드 부족들이 한 데 뭉쳐 수적으로 우세한 잉글랜드 대군에 압승을 거둔 기념비적 전투이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세력에게는 스코틀랜드인들의 분리독립 열망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또 스코틀랜드가 영연방으로 부터 분리독립 하더라도 자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영연방과는 분리독립적 법률 체제를 운영 중이며 건강과 교육 분야의 일부 정책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 에너지, 외교 분야에서는 아직 영연방이 전권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샐먼드 자치정부 총리는 500만 인구의 스코틀랜드가 자체적으로 외교, 경제, 국방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샐먼드 총리는 분리독립을 하더라도 영국 화폐제도와 군주제를 유지하고 유럽연합(EU)에 남아있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영국의 주요재원인 북해 원유 수입의 배분 문제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조차 없다. 때문에 스코틀랜드가 완전한 분리독립 국가로서의 입지를 잡아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이 많다.


한편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에 이어 북아일랜드에서도 민족주의 노선의 아일랜드 신페인당을 중심으로 분리독립 국민투표 실시론이 달아올라 중앙정부를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또 유럽 각국에서 분리독립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벨기에 지방선거에서는 네덜란드어권인 북부 지역의 분리 분리독립을 추진해온 정당이 압승을 거뒀다. 스페인에서는 재정위기로 중앙 정부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카탈루냐의 분리 분리독립 추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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