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대신 ‘특별감찰관’?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10-18 17: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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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빌미로 검찰-정치권 ‘권력쟁탈전’

새누리당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상설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예고하면서 검찰과 충돌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막기 위해 ‘특별감찰관제도’를 도입코자한다”며 이를 ‘상설특검’과 연계해 특별감찰관이 첩보수집과 내사로 범죄를 인지한 뒤 검찰이 아닌 상시 특검에 내려 보내 수사하게 한다는 ‘검찰개혁’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주장이 계속되자 검찰은 ‘낭비적 제도’라며 직접 대응에 나서 향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검찰 간에 권력의 칼자루를 쥐기 위한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원장(사진)은 14일 낮 기자들과 한 오찬간담회에서 “검찰을 보호하면 우리의 개혁을 믿지 못하는 만큼 고강도의 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처리한 사건을 보면 나부터도 납득할 수 없는 몇 건의 불미스런 사건이 있다”며 “100건의 사건 중 1건이 잘못됐다면 검찰의 신뢰회복 차원에서 고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첫번째 검찰개혁안으로 상설특검제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조사권을 갖는 특별감찰관제를 내놓았고 특별감찰관이 고발하면 개별 특검이 아닌 기구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상당수 쇄신특위 위원들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특위는 대통령 친인척 및 권력실세 비리와 부패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조사권·고발권이 있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상설특검과 연계해 특별감찰관이 첩보수집과 내사로 범죄를 인지한 뒤 검찰이 아닌 상시 특검에 내려 보내 수사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안에 따른 제도특검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대통령 친인척 및 권력실세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기 위한 특별감찰관을 설치하고, 특검을 상설화해 특별감찰관의 고발 사건을 다루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특검을 상설화할 경우 그동안 정치권과 법조계를 뜨겁게 달군 대검 중수부 폐지론도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게 안 위원장의 판단이다.


상설특검제 도입이 중수부 폐지까지 이어진다면 ‘검찰 존재의 말살’로도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안 위원장은 “특검의 권한이 세지면 중수부 폐지 등과 관련한 논의는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특별감찰관제가 상설특검으로 연결되면 그만큼 강력한 게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8일 새누리당 정강·정책 방송연설문을 통해 “역대 정권의 고질적 병폐였던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막기 위해 ‘특별감찰관제도’를 도입코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 추천으로 임명토록 하고 임기도 보장해서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 실세들의 권력 비리를 원천봉쇄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역사 아래 가장 강력한 권력 감시기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존경받는 선배의 발언, 충격적”
이런 주장에 대해 검찰이 직접 대응에 나섰다. 지난 17일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직접 나서 “검찰을 무력화·형해화 하려는 시도이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낭비적·비합리적 제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검사장은 이날 자신의 명의로 낸 ‘안 위원장 발언 관련 입장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최 중수부장은 입장서에서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 역시 임명권자가 있고 임기를 갖게 될 텐데 임명권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로비나 부작용이 우려돼 효과적으로 권력형 비리를 단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특별검사제도를 운영하다 1999년 폐지했다”며 “현재 제도 특검 형태로 운영하면서 사건이 있을 때 적합한 특검을 임명해 수사하고 있다”고 ‘상설 특검’의 맹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또 “상설특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특별감찰관제와 연계시키면 검찰이 완전히 배제되면서 제2의 검찰을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중수부가 남더라도 실질적으로 대통령 친인척이나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없게 돼 오히려 권력자들을 비호해 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최 중수부장은 “결국 이렇게 되면 ‘검찰 문 닫으라’는 얘기가 되는데 검찰도 고쳐야 될 부분이 있겠지만 나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중수부가 지고의 선은 아니고 검찰도 100가지를 다 잘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검찰개혁’에 대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례적으로 ‘중수부장의 입장’을 밝힌 배경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분명하게 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하며 개혁안을 내놓은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안 위원장에 대해서도 서운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2003년 중수부장 재직 당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대법관을 지내기도 했다.


최 검사장은 “검찰에 오래 있었던 존경받는 선배의 발언이기도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안 위원장의 발언은 선진 법 제도와 법리, 현실적 부작용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검토와 객관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완된 개혁안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사법제도가 너무 급하게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 “또 하나의 권력 낳을 뿐”
검찰 주변에서는 “최 중부수장의 입장 발표는 검찰과 사법부를 두루 거친 안 위원장의 발언이 정치권에 미칠 파장과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반박입장 발표는 사실상 한상대 검찰총장의 복심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최 중수부장은 “문구 하나하나 자신이 직접 정했다”고 밝혔지만 “총장의 재가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 대해 세간의 평은 좋지 않다. 안 위원장의 검찰개혁은 결국 또 다른 권력을 낳을 뿐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본질적으로 검찰개혁은 ‘내부개혁’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현장의 검사들과 직접 대화까지 해가며 검찰개혁을 모색했지만, 결과는 결국 실패로 나타났고 결국 노무현 자신을 해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당시 검찰개혁의 대의에 공감하는 수많은 검사들이 있었고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검사들도 많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한다. 그러나 여전히 “검찰 내부로부터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외부 인사를 통한 개혁시도는 그 내용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검찰 조직 전체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 관계를 가지고 검찰 사무를 집행하는 ‘검사 동일체의 원칙’이 존재하는 한 외부에서 아무리 검찰개혁을 외쳐봐야 될 리 만무하다”며 “오히려 더 하나의 조직으로 똘똘 뭉치는 계기를 만들어 줄 뿐”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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