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안 돌려도 수천억 번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10-19 09: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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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해줘서 고맙다’며 수천억 지급

매년 한전의 적자는 수 조원씩 쌓여 가는데 정작 민자 발전사에는 수천억원씩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돈이 ‘발전을 안 해서 받는 돈’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정작 민자 발전사들은 전력수급이 부족할 땐 나 몰라라 할 뿐이고 이를 제재해야할 전력거래소는 솜방망이 처벌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덕분에 민자 발전사들은 수조원의 매출과 수천억의 이익을 얻고 있어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자 발전사들이 발전을 안 해도 한전이 지급하는 돈이 3년간 9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력거래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입찰에 참가한 모든 발전기에 일괄적으로 지원해주는 ‘용량정산금(CP)’이 2010년 3조9000억원, 2011년 4조1000억원, 올해는 8월까지 3조원을 넘었다. CP는 발전기 건설비 보상 및 신규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의거 kWh당 7.46원씩 일괄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문제는 ‘미운전 상태’에서 지급된 지원금이 매년 3000억원에서 4000억원에 달해 최근 3년간 총 9000억원 넘게 지급된 점이다. 이 제도는 작년 9월 15일 순환정전 당시에도 ‘엉터리 모니터링’이란 지적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미운전 발전기에 대한 용량정산금 지급제도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 발전을 하지도 않는데 ‘대기해줘 고맙다’는 식으로 1년에 수천억원씩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매년 한전의 적자가 수조원씩 쌓이는 상황에서 미운전 발전기에 지원해주는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지시 어겨도 벌금 ‘쥐꼬리’…강력제재 필요
하지만 이런 민자 발전사들은 국가적으로 전력수급이 부족해도 나몰라라 하고 있으며 이를 관리·감독하는 전력거래소의 발전사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의 지난 3년간 ‘시장감시위원회 의결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급전응동시험’에 응하지 않거나 늑장 대응한 발전소들의 제재가 ‘솜방망이’ 처분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급전응동시험’은 전력수급이 부족할 경우 예비전력 가동을 위한 발전사의 사전조치 여부를 점검하는 것으로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에 발전소가 즉각적으로 반응해야만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급전응동지시 미흡에 대한 조치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2009년 제1차 급전응동시험의 대응이 늦었던 동서발전 일산복합2호기, 중부발전 서천화력1호기, 남동발전 영동화력2호기, 2010년 상반기 시험에서는 중부발전 보령복합3호기, 남부발전 영남화력2호기, 대성산업 오산열병합이 자율시정조치를 받는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남동발전 여수화력1호기, 무리파워텍 무림열병합은 제재금으로 800만원과 400만원을 각각 받았다. 특히 올 4월에는 작년 9월 15일 정전사태와 관련해 총 15개의 발전소가 제재를 받았지만 동서발전(2200만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100만~900만원의 제재금만 의결됐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매년 1000억원대의 당기순익을 내는 발전사가 이런 솜방망이 제재를 무서워하겠느냐”며 “전력부족 사태에 대비한 발전소의 응전 태세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이므로 급전응전시험에 제재수단을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력시장 가격결정 불공평
이렇듯 한전으로부터 수조원을 지급받고 정작 발전은 하지 않은 덕분에 국내 민간 발전사들은 수천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3대 민간발전사가 지난해 거둬들인 수익이 무려 6000억원이 넘었다.


한국전력공사의 ‘주요 민간발전사 영업이익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포스코에너지, SK E&S, GS-EPS 등 국내 3대 민간발전사의 매출액은 각각 1조588억원, 9044억원, 3947억원으로 모두 2조35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 3대 발전사가 작년에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6023억원이었으며, 올 상반기에만 이미 5644억원의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가장 큰 매출을 올린 기업은 포스코에너지로 859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케이파워(SK E&S)가 64.9%로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전력수급 불안과 높은 영업이익률에 편승해 민간발전사의 참여는 계속 늘고 있지만 전력시장의 가격결정은 원가와 이윤을 불공평하게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상한가 제한이나 조정계수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발전사나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대상으로 한 공평한 가격결정 제도 마련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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