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남자는 1등을 원한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10-19 09: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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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美 3위 통신사 전격 인수

일본 통신업체 소프트뱅크가 15일 미국 3위의 이동통신업체 ‘스트린트넥스텔’ 인수를 공식 발표하면서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마사요시 손(사진, 한국명 손정의) 회장에 대한 관심이 또 다시 고조됐다. AFP통신은 이날 소프트뱅크의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손 회장이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루퍼트 머독 등과 같은 세계적 경제인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는 남자고 모든 남자는 2등이나 3등이 아닌 1등이 되길 원한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15일(현지시간) 美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3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넥스텔’을 인수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여기에서 일본에서 벗어나 세계 유수의 통신 그룹으로 성장하려는 손정의 대표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앞서 1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1억 달러(약 22조원)에 스프린트의 지분 70%를 매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소프트뱅크는 이달 초 일본 4위 이통사 이액세스 합병을 발표한데 미국 3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넥스텔 인수까지 마쳤다.


해당 인수로 소프트뱅크는 가입자 900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이통사로 급부상했다. 인수 작업 마무리를 위해서는 스프린트 주주총회 승인,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승인 등이 남았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의 대형 은행 3곳으로부터 229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인수로 인해 소프트뱅크 부채가 급증하고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소프트뱅크의 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빈민’에서 ‘회장’으로
AFP통신은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일본에서 가장 컬러풀한 사업가 중 한 명인 손 회장의 경력을 보여주는 일련의 인수합병 거래 중 하나”라고 평가 했다. 이번 인수로 손 회장은 미·일 양국을 주무르는 통신업계 ‘큰손’이 됐지만 어린 시절은 현재의 화려함과는 극과 극의 차이이다.


손 회장의 할아버지 손종경은 대구 출신으로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가 탄광에서 일하다가 일본 남부 규슈의 사가현에 정착했다. 말이 좋아 정착이지 손 회장은 1957년 사가현 어느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당시 부친과 가족들은 식민지였던 한국 출신에 대한 차별을 받으며 돼지와 닭을 키우며 근근히 생활하던 처지였다.


손 회장은 지난 1999년 한 연설을 통해 “어린 시절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끌던 카트에 앉아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나는 너무 말라서 앉아 있으면 아플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우리는 이웃집에서 남긴 음식을 모아서 가축에게 먹였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나도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16세 나이로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분교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면서 비즈니스 활동을 시작했다. 재학 시절부터 기술전문가이자 기업가로서의 재능을 펼친 그는 1979년 음성 기반 다중언어번역기를 발명해 샤프에 1억엔을 받고 팔기도 했다.


미국에서 돌아와 1년 후인 1981년 그는 소프트웨어를 도매하고 컴퓨터 잡지를 출반하는 소프트뱅크를 창립했다. 소프트뱅크는 1994년 상장 이후 일본 기업 뿐 아니라 해외기업까지 인수하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끊임없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1996년 야후 재팬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랐고 2001년 일본 내에서 최초로 초고속인터넷 ADSL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스프린트 인수는 지난 보다폰 인수와 비교되면서 글로벌 통신업계에 주목을 끌고 있다. 손 회장은 2006년 영국의 보다폰 일본법인을 1조7500억엔(약223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통신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손 회장은 “보다폰 재팬 인수 발표 직후 사흘동안 30%의 주가가 떨어졌다”며 “인수해도 적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보다폰 재팬 인수 후 소프트뱅크는 사용자수가 급격히 증가해 NTT도코모와 KDDI가 독점하던 일본 이통시장에 3위 업체로 우뚝서게 됐고 인수한 지 1년 만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 “목표를 위해선 위험감수”
그러나 손 회장은 ‘목표’를 위해서는 위험은 감수하겠다는 모습이다. 그는 “소프트뱅크를 앞으로 최소 300년 동안 생존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2010년에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 물색에 나서면서 당시 4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당시 손 회장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넥스텔 인수에 성공한다면 최근 손 회장이 발표한 초특급 목표는 실현 가능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회사를 세계 ‘톱10’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야심찬 포부 말이다. 손 회장은 30년 뒤 영업이익 최소 128억 달러, 시가총액 2조60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업적은 손 회장의 자수성가 스토리에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한국계 일본인인 그는 무일푼으로 시작해 일본에서 두 번째 부호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포브스 지에 따르면 손 회장의 순자산은 72억 달러이며, 현재 일본 최고 부자는 유니클로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대표이사다.


2010년 손 회장은 자신의 향후 30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나는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뭐든지 다 하겠다는 각오로 사업에 뛰어 들었다”고 밝히며 “이 작은 나라를 벗어나 미국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성공 스토리는 일본에서 매우 보기 드문 사례다. 일본의 경영자들은 내성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다, 일본 사회에는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 깊게 뿌리 박혀 있어 비지니스 세계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십대 시절 그는 자신이 한국계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할머니를 많이 원망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할머니를 보면 김치가 떠올랐고 내게 김치는 곧 한국이었다”면서 “우리는 일본 이름 속에 우리의 정체성을 숨기고 다녀야 했는데 그것이 내 열등감을 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가 가진 매력과 이러한 성장환경 덕분에 쌓인 불굴의 의지는 그를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가 됐다. 그의 동료 및 경쟁자들은 그에 대해 “크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주위에서 미쳤냐는 비난이 쏟아져도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타입”이라고 평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2000년 대 초반 일본 내 광대역 통신망 구축 사업에 입찰했던 당시 회사는 재정도 어렵고 사용자 한 명 없는 상태였으나 손 회장은 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관련 장비 구축에 돈을 쏟아 부었다. 이후 그는 “내 친구가 그 일을 하겠다고 했다면 하지 말라고 말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일해 본 사람들은 손 회장은 매우 집요하고 끈질긴 감독자 유형이라고 평한다. 가령 프로젝트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손 회장은 담당자들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를 걸어 일의 진행사항을 예의주시할 타입이다. 그런데도 발전이 없다면? 담당자들 사무실을 어슬렁거리며 감시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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