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4세 남성 김 씨는 무거운 짐을 들다 허리를 다쳐 서울에 있는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는 자기공명영상진단(MRI)으로 허리 상태를 확인한 후 침과 추나 치료를 받고 한약도 처방 받았다. 그는 치료비 걱정이 되긴 했지만 2년전 가입한 실손보험이 있으니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56세 여성 이 씨는 2주전부터 목 뒷부분에 통증을 느껴 집근처 한방병원을 찾았다. 양한방 협진으로 유명한 이 병원에서 이 씨는 의사의 진료로 MRI를 찍은 후 한방치료를 받았다. 이 씨는 한방치료가 실손보험 보장이 될지 확신이 없었지만 한의사가 아닌 의사 지시로 촬영한 MRI는 보상 될 것이므로 큰 부담은 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김 씨와 이 씨는 평소 꼬박꼬박 낸 실손보험(의료실비보험)으로부터 비급여 진료비를 각각 어느 정도 보상 받았을까. 두 사람의 기대와 달리 보험회사는 한방 비급여 진료가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라며 보상을 거부했다.

◇ 매년 1300만명, 실손보험 혜택 못 받아
국내 실손보험 계약은 약 3000만건에 달한다. 이는 건강보험으로 감당 안 되는 비급여 진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년 한방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1300만명은 실손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방 비급여 진료가 처음부터 실손보험의 차별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0월 의료실비보험의 표준약관을 개정할 때 한방 비급여 진료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에 따라 표준약관 개정 후 가입자는 한방 비급여 진료에 대해 보장을 받지 못하거나 특약 형태로 추가 보험료를 물어야 이전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위에 등장한 사례처럼 협진 의료기관에서 한의사가 아닌 일반 양의사의 진료를 받는 경우에도 진료과가 한방 과목이라면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손보협회 관계자는 “당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급증했고 환자와 한방 의료기관이 허위 청구를 하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업계와 감독 당국이 표준약관 개정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한방과 치과 비급여는 보장 범위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 손보업계·감독당국 “표준화 조치 필요”
하지만 이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일자 손보업계와 감독당국은 “보건복지부와 한의계가 진료 내용과 가격을 표준화해야 한방 비급여를 보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 담당자는 “한방 비급여를 보장하려면 어느 정도 진료·가격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복지부에도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손보협회 관계자 역시 “표준화 조치 없이 한방 비급여를 보장하면 가입자 보험료가 전체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의계는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표준약관에서 한방 비급여를 원천 배제한 것은 한방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 담당이사는 “한방 진료가 손해율 급등의 주범도 아니었고 도덕적 해이가 한방 의료기관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라며 “한방 비급여 진료를 보상하지 않는 것은 한방과 한방을 이용하는 국민을 차별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심사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보험자 역할인데도 손보업계나 정부는 손을 놓고 한방 비급여는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부회장은 “관련 당사자가 모여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한방 비급여를 무조건 배제한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한방으로 치료가 잘 되는 질환이 있고 한방을 선호하는 가입자도 있으니 기준을 마련해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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