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동아제약)와 비타500(광동제약)은 엄밀히 따졌을 때, 같은 제품군으로 분류하긴 어렵다. 박카스는 에너지음료로, 비타500은 건강음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제품은 제약사에서 제조한 드링크제 형태의 음료라는 점에서 종종 비교대상이 되곤 한다. 소비자들 역시 피로회복제품을 찾을 때 주로 박카스와 비타500을 두고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약국에서 서로 맞붙던 두 상대는 이제 전쟁터를 편의점으로 확장해가는 모양새다.

◇ 비타500, 10년 만에 박카스 위협
약국에서 주로 판매되던 박카스는 음료 시장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 제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꾸준히 매년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동야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박카스 매출액은 1501억원을 기록했다. 드링크 제품 형태로 바뀐 이후 지금까지 판매된 박카스는 모두 175억병에 달한다. 병의 길이를 일렬로 나열하면 지구를 52바퀴나 돌고 남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비타500 역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1961년 정제 형태로 출시된 박카스와는 달리, 비타500은 2001년 출시돼 역사가 짧은데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1000억원에 육박한다. 2001년 출시 첫해 52억8300만원 수준이었던 비타500 매출액은 2008년 973억원으로 스무 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매출액은 901억8500만원이다.
비타500과 박카스가 처음 시장에서 부딪친 지난 2000년대 초반이었다.
광동제약은 대대적으로 비타500을 판매하기에 앞서 먼저 약국을 공략했다. 약국의 반응을 보고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으면 일반 유통망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또, 비타민 음료의 효용성을 약사들에게 인정받는다면 향후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유통사업부 직원들이 직접 비타500을 들고 약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약국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던 박카스의 심기를 건드렸다.
박카스와 비타500이 본격적으로 맞부딪친 것은 지난해부터 박카스의 편의점 판매가 시작되면서다. 원래 2011년 이전까지 동아제약은 의약품인 박카스를 약국에서 주로 판매했고, 광동제약은 건강음료인 비타500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주로 판매했다.
서로 판매되는 영역이 달라 직접적인 경쟁은 없었지만, 지난해 박카스가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면서 동아제약은 편의점용 제품인 ‘박카스F’를 출시하고 편의점 유통을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본격적 경쟁을 시작한 두 제품의 매출은 어떨까. 박카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편의점은 비타500의 무대였다. 지금도 역시 편의점에서 비타500이 박카스보다 잘 팔리고 있다. 다만 박카스의 추격이 심상치 않다.
세븐일레븐에서 지난해 9월 비타500 대 박카스의 매출 비중은 80 대 20이었지만, 올해 7월에는 54 대 46을 기록했다. GS25 역시 비슷한 기간 비타500 대 박카스의 매출비가 76 대 24에서 53 대 47까지 격차가 줄어들었다.
◇ 피로회복 - 타우린이냐, 비타민C냐…
비타500에 비해 박카스가 강조하는 것은 타우린 성분이다. 타우린은 원래 인간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생체물질로 체내 콜레스테롤을 저하하고 간 기능을 보조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피로 회복ㆍ항스트레스ㆍ간장 손상 방어ㆍ동맥경화 치료ㆍ고혈압 및 시력 저하 예방ㆍ면역체계 유지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타우린은 높은 농도로 섭취하더라도 체내에 축적되거나 독성을 거의 나타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편의점 판매용인 박카스F는 120㎖에 1000㎎의 타우린이, 약국 판매용 박카스D에는 100㎖에 2000㎎의 타우린이 포함돼 있다.
이에 비해 비타500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비타민C가 최소 500㎎ 포함돼 있다. 비타민C는 체내에서 생성이 되지 않는 물질로, 음식물 등을 통해서 섭취해야만 한다. 항산화 유해 산소의 공격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C는 성인병 예방, 노화 방지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박카스와 소비자층이 겹친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비타민C는 굉장히 파괴되기 쉬운 물질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500㎎ 이상의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실제로는 비타500 한 병에 500㎎보다 훨씬 많은 비타민C를 넣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서로 “피로회복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우리 제품을 떠올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카스는 2000년대 후반부터 피로 회복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2008년부터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 등의 카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도 동아제약은 ‘대한민국에서 OOO로 산다는 것은?’ 캠페인을 통해 직업별로 피로를 느끼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광동제약의 목표도 비타500이 ‘비타민C를 함유한 건강음료’로 인식되는 것이다. 젊은 층은 약국이나 슈퍼ㆍ편의점에서, 중년층은 골프장과 사우나에서, 직장인은 회사에서, 노년층은 병원에서 피로를 느낄 때 쉽게 비타500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올해는 배우 문근영 (25) 씨를 모델로 섭외하고, 몸에 좋은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된 제품이라는 의미에서 비타500을 ‘착한 드링크’라고 선전하고 있다.
◇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정상’으로…
두 제품이 ‘시련을 극복하고 일어섰다’는 점도 비슷하다. 동아제약은 1990년대 정부가 자양강장 드링크류의 일반 대중 광고 금지를 결정하며 성장이 정체된 바 있다. 광고가 불가능해지자 박카스가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던 비타500도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비타민 함유 음료 조사로 아픔을 겪었다. 당시 식약청은 동아오츠카의 ‘멀티비타’, 일양약품의 ‘비타헬시’ 등 21개사 23개 제품의 비타민C 함량이 허위로 표시된 사실을 적발했다. 이때 비타500은 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비타민 음료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나빠진 탓에 불똥을 맞았다.
그렇지만 두 제품 모두 위기를 극복하고 재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음료 시장이 트렌드를 많이 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꺾인 제품이 재기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실제로 지난해 각종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PPL(Product PLacement) 전략을 구사했던 LG생활건강의 자회사 코카콜라가 출시한 글라소비타민워터는 매출 정점을 찍은 지 1년도 안 돼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에서 정면으로 맞붙은 동아제약과 광동제약은 서로 자신만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한방의 과학화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쌓인 연구개발(R&D)과 품질관리 노하우를 제품에 접목했다는 점을 자랑한다.
비타500도 쌍화탕의 음료 조제 기술이 축적되면서 개발된 제품. 예를 들어 비타500 유통 과정에서 이물질이 생길 경우, 통상 일반 유통사들은 제품 이력 추적이 불가능하지만, 비타500은 이 제품이 어느 곳에서 언제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로 지금 그 지역에 유통됐는지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동아제약은 박카스의 의약품 효능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강화하며 차별화를 시도한다. 피로를 풀어준다는 광고 카피 역시 의약품의 효능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마케팅이다.
국내 시장에서 워낙 독보적인 두 제품은 이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박카스는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캄보디아 등 28개국에 수출 중이다.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87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02억원을 기록하며 벌써 지난해 매출액을 뛰어넘었다.
특히 캄보디아에서는 지난해 6월 레드불을 뛰어넘으며 현지 시장 에너지 드링크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박카스 매출액은 50억원가량이다.
비타500도 박카스와 해외 진출 국가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또 다른 일합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비타500은 미국, 중국, 일본 등 15개국으로 수출 중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배우 장나라 씨를 모델로 기용하며 마케팅을 강화했다. 비타500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26억원,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4억원 선이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