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소문난 ‘따라쟁이’ 롯데. 이들의 베끼기 행위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표절 의혹’에 휩싸이는 롯데칠성음료, 역시 초코파이 등으로 ‘따라쟁이’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롯데제과 등 어느새 롯데는 베끼기 논란의 단골손님이 됐다.
이번에는 ‘드러그스토어’다. 이르면 올해 말 오픈하는 롯데 드러그스토어가 신세계 ‘분스’를 따라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또 따라하기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롯데 드러그스토어, 신세계 따라하기?
롯데 드러그스토어 입점을 고민 중인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롯데 관계자와의 미팅 중에 ‘분스처럼’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롯데 관계자가 ‘콘셉트도 취급 물품도 분스처럼, 규모도 분스처럼 갑시다’라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분스(BOONS)는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드러그스토어로 헬스 & 뷰티 전문 편집매장(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해외의 명품 브랜드 제품들을 조금씩 소량을 직수입하여 판매하는 매장)을 표방하고 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뿌리 깊은 롯데의 ‘따라쟁이’ 역사에 대한 업계의 강한 거부감으로 해석되고 있다. ‘카피캣(copycat) 전략’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베끼기 전략은 사업 초기 시장분석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고, 인기 있는 사업 모델을 모방한다면 어느 정도 보장된 수익과 편하게 시장 진입을 할 수 있어 기업의 모방심리를 자극한다.
이와 관련, 롯데 관계자는 “드러그스토어라는 한 산업 트렌드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아직 콘셉트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여름 부터 드러그스토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움직였고, CI작업과 상품 구성 등의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TF는 현재 롯데슈퍼 소속이지만 이것과는 무관하게 CJ올리브영처럼 별도 법인으로 운영된다”고도 말했다.
분스는 화장품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포함한 100여개의 뷰티 브랜드 제품을 중심으로 원스톱 쇼핑 형태를 만들어냈다. 분스의 이런 콘셉트는 일본 드러그스토어의 대표주자인 마쓰모토키요시의 ‘편의점+드러그스토어’ 콘셉트를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역시 일본롯데를 통해 마쓰모토키요시에 출시를 앞둔 드러그스토어 컨설팅을 의뢰해 전체적인 윤곽을 정했다고 한다. 또 롯데는 최근 화장품 산업에도 가세해 PB(Private Brand : 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 브랜드)를 개발 중이다. 이는 롯데가 분스처럼 드럭스토어에 PB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예상하게 하는 점이다.
드러그스토어는 요즘 재벌가 사이의 큰 관심사다. 업계 1위 CJ 올리브영, GS리테일 왓슨스, 코오롱 W-스토어를 비롯해 올해 신세계 분스, 카페베네 디셈버24가 새로운 경쟁 대열에 합류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롯데의 드러그스토어 진출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지난 2004년 롯데 계열인 롯데제약이 건강기능식품 유통전문제조업 및 수입업 허가를 받은 것이나, 같은 계열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이 최근 지하철 5호선 내 47개 매장을 철수하는 움직임을 놓고, 드러그스토어 진출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3260억원이다.
유통 기업들의 분기 매출에도 못 미치는 3000억원대 시장에 이들이 앞 다퉈 뛰어든 배경은 당연히 고속성장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롯데 드러그스토어는 이르면 올해 말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마트 사이 지하 쇼핑몰에 시범점포를 열고, 최대 700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역사와 전통 자랑하는(?) 롯데의 ‘베끼기’
지난 6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1호점을 낸 롯데마트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도 오픈 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미국계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판박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부터다. 매장 입구에서의 회원권 검사, 매장 동선과 디스플레이, 회원가입비와 탈퇴 규정, 내부 인테리어, 제품 환불, 쇼핑백, 그리고 결제수단으로 롯데카드와 현금만 받고 있는 등 다른 것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코스트코와 닮았다.
지난 8월말 롯데칠성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롯데칠성에서 내놓은 ‘데일리C 비타민워터’가 먼저 출시된 코카콜라의 ‘글라소 비타민 워터’와 병 모양, 색깔 등 외양과 성분이 너무 흡사해 이를 경고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국순당이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롯데칠성을 상대로 ‘백화차례주’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롯데칠성의 ‘백화차례주’가 2005년 출시된 국순당 ‘예담’과 유사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롯데칠성의 베끼기 전통은 뿌리가 깊다. 지난 1984년 코카콜라 ‘암바사’가 인기를 끌자 5년 후인 1989년 비슷한 ‘밀키스’를 선보여 역전에 성공했다. 1999년에는 시장을 휩쓴 ‘2% 부족할 때’도 3개월 먼저 나온 남양유업 ‘니어워터’의 베끼기 상품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광동제약의 ‘비타500’과 유사한 ‘비타파워’, 코카콜라의 ‘환타 쉐이커’를 모방한 ‘쉐이킷 붐붐’, CJ제일제당의 ‘컨디션 헛개수’와 비슷한 ‘아침헛개’, 웅진식품의 ‘하늘보리’를 연상케하는 ‘황금보리’ 등 유사제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롯데’하면 ‘따라하기’가 먼저 떠오른다. 업계 1위답게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하고, 베끼기 1인자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롯데 측은 “경쟁사 상품을 베꼈다기보다는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식음료업계의 통상적인 관례”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재혁 사장이 롯데칠성의 수장이 된 후부터 더욱 이러한 얌체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롯데를 둘러싼 카피캣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이 사장 취임 이후 이런 논란이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그룹 차원의 방침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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