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으로 알려진 동작구 노량진동 노량진수산시장이 지난 1971년 문을 연 이후, 41년 만에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로 태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이 현대화 사업이 시장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중도매인 조합 및 시장상인들로 구성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수협중앙회가 노후화된 시장의 현대화를 통해 활성화를 도모하기 보다는 수산시장 부지 축소 후 남는 부지를 활용, 새로운 수익 창출을 더 우선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비대위의 이런 비판이 워낙 거센 탓에, 공사 착공시 상인과 수협간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종사하고 있는 시장상인들이 4~5천여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협측이 강제적으로 현대화를 밀어붙인다면 제2의 용산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염불보단 잿밥”… ‘현대화’ 진짜 목적은?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난 1971년 농수산물유통공사 자회사인 한국냉장이 수산시장을 건설하면서 첫 걸음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수협이 2002년 시장을 인수한 후, 자회사인 노량진수산시장(주)을 설립해 시장을 운영했다.
대지 면적 6만6636㎡(2만157평), 건물면적 6만8374㎡(2만683평)인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상인을 포함해 3000명이 넘는 종사자가 일하고 있고 하루 3만 명의 이용자가 드나든다. 거래 규모는 2007년 기준 3221억 원, 물량으로는 약 10만t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하나가 수도권 전체 도매시장 거래액의 약 45%를 차지한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9월6일, 동작구로부터 현대화 사업을 위한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를 완료받았으며 현재는 건축허가만을 남겨두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발판은 이미 마련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비대위 측은 수협이 일부 상인들만 포섭해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갑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대위원장 겸 중도매인 조합장은 “지난 2009년 수협측이 일부 상인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노량진시장 부지 9626평에 약 2000여평을 확대해 현대화 시켜주겠다’는 말로 시장 상인들을 유인해 서명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어 “이 양해각서 내용을 중도매인에게 회람시키고, 서명 받는 과정에서도 중요 내용 일부를 고의적으로 누락했고, 상당한 회유와 압박을 통해 시장 상인들의 약 73%에게 양해각서를 받아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9년 7월 수협과 상인간 체결한 양해각서를 보면 “노량진 현대화사업 계획 보고서 상 대상부지는 9600여 평이나, 약 2000평 확대해 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만 명시해놨다.
하지만 노량진 수산시장의 실제 총면적은 약 2만2000평. 수협측은 ‘보고서 상’이라는 단서를 달며 시장 부지를 ‘확대’시켜주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2000여평의 확대 분을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1만여 평이 축소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총면적 부분을 양해각서에서 고의로 누락시키고 일방적으로 공사면적을 9000평으로 정한 후 농산물비축기지 2000평을 추가 편입시켜주는 척하며 확대라고 표현 한 것은 사실상 사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 하면,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현대화 건물이 노량진역에서 멀리 떨어진 농산물비축기지를 활용해 지으면서 역세권과 가까운 땅은 수협이 사실상 뺏아갔다”는 비난도 나왔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수산시장을 축소하고 남는 부지를 활용, 수협 측이 새로운 이익 창출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양해각서를 보면 부지축소로 남는 1만여 평을 ‘2단계사업부지(잔여부지)’라고 표현한 뒤, ‘시장유통종사자들은 이 부지개발에 관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까지 달아놨더라”며 씁쓸해했다.

◇ 시장 복층화, 오히려 ‘시장 죽이기’
수협은 이번 현대화 사업을 통해 노량진 수산시장을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의 첨단 유통센터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사업이 추진될 경우 시장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45세의 한 여성 상인은 “말이 좋아 현대화지 시장을 죽인다는 얘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면 물품을 실어 나르기 어렵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물건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량진시장에는 현재 800여 개의 중도매인 및 소매상 점포가 있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 건물 위아래를 오르내리면서 장사를 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품 이동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되고,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도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60대의 한 상인은 “복층화할 경우 해수 때문에 시설 안전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곳은 하루 수백톤의 물량이 오간다. 엘리베이터에 우레탄을 깐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로는 바닷물로 인한 시설 부식을 막기 어렵다.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악취도 걱정거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매상은 “지금은 자연통풍인데도 악취가 있다. 복층화하면 건물 안에 갇힐 텐데 그런 상태에서 해산물에서 흘러나오는 물기가 바닥에 고이면 공기가 얼마나 나빠지겠느냐”라고 우려했다.
건물이 신축될 경우 노량진시장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내비친 상인도 있었다. 50대의 한 여성 상인은 “새 건물이 들어설 경우, 기존의 상인들이 그대로 다시 입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쫓겨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한 상인은 “지금은 목 좋은 자리 월 임대료가 30만 원이다, 다른 데서는 이 돈으로 장사 못한다”면서 “이곳에서 나가면 어떻게 먹고살겠는가, 정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부지 면적 축소로 좁아진 땅에 모든 것을 억지로 밀어 넣으려다 보니 6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산시장은 대부분 단층”이라며 “단층으로 구성해야 한꺼번에 많은 물동량을 빠르게 소화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접근용이성 또한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협, “5년동안 추진… 이미 협의돼”
이 같은 비대위측 주장에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노량진수산시장을 관통하는 고가도로 건설을 예정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도매시장과 2단계사업부지가 나뉜 것”이라며 “부지가 축소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하2층, 지상6층의 대규모 건물이 들어섬에 따라 연면적은 1만5000여 평이 돼 오히려 더 넓어진다”고 해명했다.
시장이 역세권에서 멀어진데 대해서는 “서울시와의 협조를 통해 도매시장으로의 진입도로를 더욱 확충할 계획이다. 불편 없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2단계 사업부지 활용 문제에 대해선 “‘수협 관련 업무시설’이라는 이름만 달아놨을 뿐, 구체적 사업 계획은 내년에나 마련된다. 우선 도매시장 현대화 문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복층화 논란에 대해서도 “당초 계획보다 2000평을 확대해 1층에 경매장과 소매점이 모두 입점 가능토록 했다”며 “화물용 엘리베이터 등 현대화 장비가 대거 설치됨에 따라 물류이동은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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