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새 동네 구석구석까지 슈퍼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편의점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밝고 깔끔한 편의점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슈퍼마켓을 하던 상인들도 보다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는 편의점으로 변신을 꾀했다. 어느새 편의점은 우리 일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본사와 가맹점간 각종 불공정거래가 있었다.
편의점의 성장세는 가히 돌풍을 능가한다. 연평균 3000~4000개 점포가 생길 정도다. 지난해 편의점 총매출액은 10조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규제와 경기불황 등으로 편의점이 홀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편의점 업계가 도외시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근거리 내 신규 점포 출점과 수수료 매출, 계약 조기 해지 시 위약금 등에 따른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모두 편의점 등장 초기부터 지적돼왔던 것들이다. 일각에서는 가맹점에 대한 가맹본부의 '횡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 편의점 불공정거래, 영세 사업자 생존 위협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지난 23일 ‘CU’ 편의점 가맹사업권을 판매하는 ‘BGF리테일’을 가맹사업법 위반 및 가맹점들에 대한 불공정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불공정한 계약조건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BGF리테일 등 편의점 가맹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로 고발된 ‘BGF리테일’은 2011년 기준 전국 6544개 가맹점과 계약체결한 대규모 가맹사업자로 최근 훼미리마트에서 ‘CU’로 일방적인 브랜드 변경을 했고 이에 이러한 강제적 브랜드 변경은 계약위반이라며 가맹점주들은 위약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현재 수익 보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인지도 없는 브랜드 가맹점을 강제로 떠안게 됐다”며 “폐점비용 때문에 손해 보면서까지 영업을 계속하며 이익을 가맹본부에 헌납하고 있다”고 불공정함을 토로한 바 있다. “불공정한 계약조건 때문에 가맹점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거의 없어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BGF리테일이 가맹점에 가한 현행 가맹사업법 위반 및 불공정행위로 ▲24시간 강제의무 부과 ▲허위 과장 정보제공 ▲과다 해지위약금 부과 ▲영업지역 보호 미설정 등을 꼽았다.
함께 고발에 참여한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계약해지를 위협하거나 각종 지원을 끊는 등의 방식으로 ‘24시간 노동’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가맹사업법 제12조 위반이라는 것이 민 의원의 설명이다.
또 BGF리테일은 편의점 창업 희망자들에게 ‘월 최저보장 수입 500만원’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허위 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혐의가 있다. 민 의원은 “BGF리테일은 이익의 35%를 가져가면서 기타 비용부담을 가맹점에 부담시키고 있다”며 “점주는 채 150만원도 되지 않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부분의 가맹점들이 5년 간 장기계약 상태로 적자상태가 지속되더라도 수 천만원에 이르는 위약금 부담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역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가맹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참여연대는 “편의점 가맹점주들과 간담회를 가진 결과 대기업 가맹본부와 영세한 가맹점 간 불공정 행위 및 피해 사례 증언을 통해 가맹사업 관련 전반적인 문제를 파악했다”며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와 공정거래 위반 행위는 ‘BGF리테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가맹업계 “갑-을 관계 아니다”
이와 관련해 BGF리테일은 대부분의 내용을 부인했다. CU 관계자는 24시간 운영을 강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편의점 자체가 24시간 운영되는 업종이며 강제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전했다.
허위 광고 부분에 대해서는 가맹점과의 상생의 의미로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가맹점 사업자의 최소 운영비를 보존하면서 과도한 손실을 막기 위해 ‘최저수입보장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보도 월 500만원이 아닌 연간 6000만원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 해지 시 따르는 위약금은 수 천만원에 이르진 않는다”고 항변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당하게 챙기는 이익도 '전혀' 없고 점주들에게 강제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가맹본부와 점주는 함께 투자하고 살림을 일궈나가는 파트너”라며 “갑-을 관계는 말도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수료 매출에서 본사가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장사하기 싫다는 사람을 붙잡아 억지로 창업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계약 중도 해지 시 점주에게 물리는 위약금에 대해서도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 건물을 갖고 오면 본사에서 인테리어부터 집기까지 몇 천만원 투자해서 가게를 만드는데 점주가 6개월만 하고 그만한다고 하면 우리가 투자한 돈은 어디에 요구해야 하냐”고 강조했다.
근거리에 같은 브랜드의 점포가 신규 출점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에 따라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 된다”면서도 “편의점을 규제하면 소상공인을 규제하는 것과 같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 본부는 ‘급성장’, 가맹점은 ‘그대로’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최근 10년 동안 가맹본부는 높은 수수료 덕에 매출은 4배, 순이익은 20배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맹점주 수입은 월평균 380만원, 위탁가맹점은 월평균 22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등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년 편의점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가맹점에 대한 본사의 횡포 문제 등을 덮어둔다면 또 다른 잠재적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갈등은 양자 간 이해의 대립과 가맹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업계도 점주들의 권리 찾기 행동에 대해 반발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과도한 위약금과 불투명한 재고 등 분쟁 사태를 조정하는 것이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가맹본부의 가맹사업법 위반 및 불공정행위는 BGF리테일을 포함해 다른 편의점과 기타 가맹점 등 모든 가맹점에 해당되는 문제”라며 공정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 형사고발 등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가맹본부의 가맹사업법 위반 및 불공정행위는 다른 편의점과 기타 가맹점 등 모든 가맹점에 해당되는 문제이므로, 공정위에 고발·가맹사업법 개정 청원 운동 및 가맹점사업자 피해 사례 발표 및 토론회 등을 통해 불공정한 가맹계약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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