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 미니'로 7인치도 ‘고급화’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10-26 11: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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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요구에 맞춘 제품 출시…‘전략 변화’

팀 쿡이 ‘공격’을 선택했다. 그동안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해가며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던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라는 ‘시장의 요구에 맞춘 제품’을 내려놓고 턴을 종료했다. 대체적으로 평가는 좋으나 일각에서는 비슷한 크기의 경쟁 제품들과의 가격 경쟁력 문제를 지적하며 회의적인 전망을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패드 미니’의 출시는 잡스의 애플과 팀 쿡의 애플은 추구하는 전략이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 같은 애플의 공격적인 자세는 이미 쥐고 있는 시장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이폰으로 유명한 미국의 IT기업 애플이 지난 23일(현지시각) 새너제이 캘리포니아 극장에서 신제품 공개행사를 갖고 7.9인치의 디스플레이를 가진 태블릿PC ‘아이패드 미니’를 공개했다.


아이패드 미니는 9.7인치인 기존 아이패드보다 작은 크기지만 경쟁 제품들인 구글 넥서스7이나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보다는 상당히 크다. 해상도는 아이패드2와 같은 1024×768를 가져 앱 호환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필 쉴러 애플 마케팅 부사장은 “310g의 무게와 7.2mm의 두께를 가진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가 줄어든 제품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이라고 말했다. 출시는 다음달 2일로 예정돼 있다.


◇ 고급형·보급형 시장 모두 노린다
‘아이패드 미니’의 출시 루머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으로, 세계 태블릿PC 시장의 부동의 1위인 애플이 기존 9.7인치 제품 외에 7인치대 제품을 내놓았다는 것은 고급 시장과 보급형 시장을 모두 장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존 아이패드가 선명도 높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내세워 499~699달러의 높은 가격을 채택한 상황에서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이 기존 제품의 2/3 수준인 329달러로 책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태블릿PC 시장에서 아이패드에 대항해 그나마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제품들은 ‘저가형’을 표방한 7인치대의 작은 제품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마존의 ‘킨들파이어’로 현재 전체 태블릿PC 시장의 1/5정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지금까지 7인치 크기의 갤럭시탭 시리즈를 내놨고 구글은 안드로이드 탑재 태블릿PC의 ‘레퍼런스’가 되는 넥서스7을 출시했다. 갤럭시탭2를 제외한 킨들파이어와 넥서스7은 불과 199달러의 저가 제품이다.


이렇듯 저가형이 주름잡고 있는 7인치 시장에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은 것은 휴대용도의 태블릿PC에 대한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애플의 예상과 달리 형성돼버린 7인치대 시장을 공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으리라는 것이다.


애플이 내세우는 대표 제품은 기존의 아이패드가 되겠지만 판매량은 저가형이라는 이점을 살린 아이패드 미니가 더 많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완전히 같은 경쟁자는 아니다. 아이패드 미니는 킨들 파이어나 넥서스7보다 65%가량 비싸다. 당초 업계나 애널리스트의 예상가격인 249달러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 아이패드 미니, ‘저가형’ 아니다
그렇다. 사실 아이패드 미니의 시장 포지션은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기존의 7인치대 태블릿PC들보다 다소 비싸면서, 크기도 크다. 물론 엄청나게 얇고 가볍다는 점도 중요하다. 즉, 완전히 ‘저가형’ 제품은 아닌 셈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애플이 끊임없이 추구해온 ‘고급화’ 전략이 숨어있다. 아이폰을 통해 “보다 비싼 가격일지라도 품질이 좋으면 반드시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한 애플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현재 대부분의 7인치대 태블릿PC들은 사실상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다. 구글의 넥서스7과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모두 자사의 플랫폼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거의 원가에 가까운 가격에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즉 많이 팔아봐야 큰 이익이 남지 않는다.


반대로 기존 아이패드와 경쟁했던 10인치대 제품들은 제품의 질적 측면에서는 떨어지지 않았다. 가격도 아이패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에 출시됐다. 하지만 애플의 앱 스토어만큼의 콘텐츠 생태계가 없었다. 그래서 현재는 대부분의 제품이 퇴출·사장된 상황이다.


이번 아이패드 미니의 전략은 명백한 ‘고급화’ 전략이다. 7인치 시장을 저가·보급의 이미지에서 단순히 작은 크기일 뿐인 시장으로 바꾸겠다는 매우 공격적인 의사를 표현한 셈이다. 제품에 대한 평가는 출시 이후에 내려야 하겠으나, 현재로써는 아이패드 미니는 확실히 ‘고급스러운’ 7인치 태블릿PC다.


애플이 이런 전략을 추구함으로써 얻는 또 하나의 효과가 있다. 사람들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자기 합리화에 강하다. 즉, 경쟁 제품들보다 ‘고가’로 판매되는 만큼, 이를 구입한 고객의 충성도는 엄청나다. 사실상 이것이 ‘애플’이라는 기업이 가진 브랜드 파워다.


◇ 제품 간에 성능격차 벌려 경쟁력 확보
물론 아이패드 미니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제품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자기잠식’다. 즉, 기존 자사 고객들 사이에 시장이동이 일어나 오히려 이익이 감소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9.7인치의 새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미니보다 우리 돈으로 20만원가량 비싸다. 이 점 때문에 어떤 고객들은 보다 싼 제품을 구입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야 한다. 또 고객들의 선택지가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뿐이고 이 둘의 성능은 적어도 비슷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은 오로지 ‘가격’만으로 가치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현 상황은 둘 다 해당하지 않는다. 태블릿PC 시장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아이패드 조차 아직 1억대 팔렸을 뿐 그 가능성에 비춰보면 무궁무진한 시장이다. 여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 역시 다양한 제품을 내세워 승부를 걸어오고 있는 상황으로,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또,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의 성능차이는 의외로 크다.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날 애플은, 아이패드도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 3월 새 아이패드를 선보인지 7개월 만으로 애플 역사상 최단 기간에 이루어진 일이다.


이날 발표된 ‘더 새로운’ 아이패드는 성능 업그레이드 까지 이루어져, 2세대 전의 성능인 아이패드 미니와 비교할 바 못된다. 때문에 ‘아이패드 미니’를 기다렸던 사람들마저 ‘더 새로운 아이패드’를 구입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즉, 더 작은 기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아이패드 미니를 구입하려는 욕망을 느낄 것이고, 성능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새 아이패드를 구입할 것이다. 어떻게 보던지 애플의 이익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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