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신차판매는 감소하면서 자동차보험 매출이 감소했다. 여기에 자산운용 수익도 급락했고 자칫하면 돈을 떼일 우려가 있는 자산 비중도 50%에 육박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보험 영업마저 적자행진이 이어져 손보사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손보업계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손해보험업계를 어둡게 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은 아니나 신차판매가 감소해 자동차보험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손보사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주요 13개 손보사의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6조4677억원으로 전년동기(6조5079억원)대비 0.6%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1조7731억원으로 전년동기(1조8027억원)대비 1.6% 감소했으며, 현대해상은 1조68억원으로 1%(103억원)가량 줄어들었다.
메리츠화재도 4135억원에서 4122억원으로 0.3%, 한화손보는 2896억원에서 2805억원으로 3.2%, AXA다이렉트는 2521억원에서 2489억원으로 1.3%, 더케이손보는 1428억원에서 1387억원으로 2.9% 감소했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와 그린손보는 각각 1326억원, 380억원에서 943억원, 234억원으로 각각 28.9%, 38.5%씩 급감했다.
월별 실적을 살펴보면 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7월에 1조1301억원, 8월 1조652억원, 9월 1조179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1.1%, -3.4%, -6.8%로 감소폭이 점차 확대됐다. 특히 9월 실적이 증가한 손보사는 13개 손보사 중 하이카다이렉트가 유일했다. 하이카다이렉트는 9월 315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0.6% 증가했다.
이는 신차판매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9월 국산·수입차의 판매대수는 12만8607대로 전년동월대비 4.8% 감소했으며, 1~9월 자동차판매대수는 111만5512대로 6.0% 줄어들었다.
◇ 손보업계, ‘적자 전환’ 공포 엄습
급락한 자산운용 수익도 손보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1분기(4~6월) 자산운용 이익률은 삼성화재 4.56%, 현대해상 4.57%, 동부화재 4.55%, LIG손해보험 4.33%으로 업계 ‘빅4’의 평균 자산운용 이익률은 4.53%에 그쳤다. 같은 기간 그린손해보험의 자산운용 이익률은 -4.44%를 기록했고 NH농협손해보험(4.04%), 차티스(4.07%)는 간신히 4%에 턱걸이했다.
국내 15개 손보사의 평균 자산운용 이익률은 4.43%, 여기서 빅4를 뺀 중소형사만 하면 4.12%로 급락한다. 이는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지난 1분기 최악의 자산운용 이익률(5.1%)을 기록한 생명보험사보다도 뒤지는 성적이다.
손보사 평균 자산운용 이익률은 2009회계연도 5.02%, 2010회계연도 5.11%를 기록하다가 작년에 4.59%까지 내려앉았다. 올해는 여건이 더욱 나쁘다 보니 업계는 4%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이 큰 위험 가중자산도 5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삼성화재의 1분기 위험가중자산 비율은 47.24%, 현대해상은 44.96%, 동부화재는 51.84%, LIG손해보험은 58.34%로 빅4 평균은 49.52%에 달했다.
중소형사 중에선 현대하이카다이렉트의 위험 가중자산 비율이 61.1%로 가장 높다. 그린손보(56.11%)와 롯데손해보험(55.32%)도 위험하다.
손보사 대부분이 보험 영업에서 수익은커녕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지난 1분기에 빅4 모두 보험 영업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익이 감소하거나 손실을 봤다. 빅4의 평균 보험 영업은 189억원 손실로 전년 동기 대비 985억원 줄었다.
이 기간 삼성화재가 보험 영업 손실 193억원, LIG손해보험이 5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현대해상은 1분기에 84억원, 동부화재는 72억원의 보험 영업 이익을 냈으나 전년 동기보다 311억원, 54억원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영업실적이 재차 적자로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내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보험료를 내는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된 기존 계약자들이고, 신계약자수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위기관리 능력 상대적 취약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일부 손보사는 도산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손보사는 평균 자산 규모가 생보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위기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한때 주식에 많은 투자를 해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던 그린손보는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주식시장이 침체한 탓에 경영권이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가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다른 손보사들도 이런 신세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한 손보사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의 척도인 공시이율을 내리고 불필요한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신입 공채 규모도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손보사는 명예퇴직 등을 권고하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자산 수익률과 관련해 손보업계 관계자는 “각사 마다 포트폴리오 짜기에 고심하고 있다”며 “일단 현재로서는 안정성을 도모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주요 투자 대상인 채권, 주식, 부동산 등의 가치가 모두 하락한 상황이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4%에도 못 미치는 자산운용 이익률을 내는 손보사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당국 “보험료 내려라” vs 업계 “무리수”
그러나 대선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계속적으로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차보험 손해율이 우려했던 만큼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올해 여름 태풍 시즌에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차보험료 인하 논의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4~9월 국제회계기준(IFRS) 차보험 누적 손해율 가마감 수치는 80.2%로 적정 수준인 77%를 다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에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율이 적정선을 소폭 넘어섰지만, 투자이익 등을 고려하면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며 “일단 오는 11월에 손보업계가 차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있는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1년에 두 차례나 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것은 숨 쉴 여유조차 주지 않겠다는 얘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초 차보험료가 이미 한차례 인하됐고, 최근 손해율 상승으로 차보험 영업 측면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보험료 인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며 “겨울철 손해율 추이까지 충분히 살핀 후 내년 3월 이후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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