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롯데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하려는 과정에서 대전시와 정치권, 시민사회단체가 이견을 보이면서 롯데의 ‘전국구’급 야욕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세우며 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특혜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지역상권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전면 백지화’ 해야 한다는 이야기 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대전시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여·야 불문 과학을 테마로 한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쇼핑몰이 주축이 된 위락시설이 들어서는 일명 ‘재창조사업’ 방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후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사업계획안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롯데와의 협약 가운데 여러 독소조항 때문에 시민이 배제됐다”며 “특혜 의혹과 교통 문제, 지역경제 초토화 등의 중대한 문제점 때문에 시민과 언론, 시민단체, 여·야 국회의원 모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테마파크 조성 계획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해 온 시민사회단체 ‘엑스포과학공원 제대로 살리기 범시민대책회의' 역시 “법적 절차와 사업타당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염홍철 대전시장은 원점에서의 재검토는 있을 수 없다는 발언으로 롯데테마파크 조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앞으로 예정된 교통영향평가 등 행정절차가 형식적으로 진행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국내외 관광객이 들어오면 지역경제의 규모를 키우는 효과가 더 크고, 주변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모든 창구를 열어놓고 전문가, 시민, 언론 등의 의견을 들어서 시민에게 유익한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투자유치법 등에 규정된 적절한 절차범위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특혜는 있을 수 없다”며 “이 사안을 정치적 공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 각종 ‘특례의혹’ 지속적 제기돼
롯데월드와 롯데쇼핑이 추진중인, 대전 유성구에 있는 엑스포과학공원 내 33만㎡ 부지에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문화수익시설로 구성된 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이번 계획은 조성에만 5200억원이 투입되며, 롯데 측은 내년 착공해 2016년 개장할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각종 특례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 되며 논란이 계속됐다. 가장 큰 논란점은 롯데복합테마파크가 들어설 땅에 대한 토지임대료 책정문제다.
시 안팎에서는 매년 100억원가량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롯데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시민단체는 “이는 지나치게 낮은 임대료”라는 주장이다. 엑스포공원은 현재 자연녹지로 분류돼 있어 수익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연녹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야 하는데, 용도 변경을 하면 지가가 상승하므로 임대료가 훨씬 높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즉, 주변 상업용지와 비교해 임대료 산정을 해보면 매년 250억원은 받아야 하는데, 절반인 100억원 안팎을 받겠다는 건 명백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현재 엑스포공원 운영기관인 대전마케팅공사 내규에 따르면, (연 임대료는) 부동산을 대부하는 경우에는 부동산의 부지 면적에 대한 공시지가의 4% 이상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변 상업용지의 지가를 낮춰 잡아도 3.3m2당 500만원선으로 롯데가 사용할 부지 전체를 상업용지 지가로 환산하면 5000억원에 달한다”며 “대전마케팅공사 규정에서 가장 낮은 토지 사용료인 4%만 적용해도 임대료가 연간 2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전시 관계자는 “임대료는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용도 변경을 한 뒤 롯데와 협상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 ‘길터주기’ 이틀만에 광속 매입
논란은 또 있다. 엑스포공원 안에 있는 ‘꿈돌이랜드’를 대전마케팅공사가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은 계속 됐다. 유례없는 ‘속도전’으로 매입을 결정했으나, 과정도 석연치 않았고 규정도 무시했다. 당초 ‘매입’ 자체가 롯데의 ‘가도입명(假道入明)’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1993년 대전 엑스포 개최와 함께 개장한 놀이시설 꿈돌이랜드는 애초 운영권을 가진 ‘대덕크리스탈’이 파산하면서 2001년 드림엔터테인먼트가 41억원에 낙찰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후 드림엔터는 적자를 이유로 임대료를 체납하는 등 공사와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지난 5월 이 꿈돌이랜드를 대전마케팅공사가 다시 사들였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공사측은 표결을 강행했고, 그 결과 또한 정족수에 미달했다. 하지만 공사측은 다시한번 규정을 무시해가며 결국 매입안을 승인했다.
결정에 걸린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인수 다음 날 공사는 곧바로 꿈돌이랜드 직원들에게 해직을 통보하고 문을 닫았다. 승인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대전시는 “규정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직원의 행정 실수”라고 해명했다.
무리수를 둔 매입이라는 비판에도 대전시는 “꿈돌이랜드 진입로 중 일부가 롯데복합테마파크와 무관한 HD드라마타운 조성 부지와 겹쳐 있어 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철거는 롯데와 상의하겠다”며 본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는 “부지 사용권자인 롯데를 대신해 공사가 미리 사주려고 서두르는 것”이라며 “시민의 세금을 쏟아 부었는데도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라고 비판했다.
◇ 중소상인 ‘죽이기’ 손수 나선 대전시
여러 논란을 해명키 위해 대전시가 연 공청회에서는 또 다른 논란거리만 쏟아졌다. 롯데가 ‘문화수익시설’이라며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대전시와 롯데간에 MOU 체결 당시 테마파크·워터파크 외에 ‘문화수익시설’이 들어선다는 문구를 두고 시민단체와 지역 중소상인들은 긴장했다. 이른바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백화점, 할인마트, 아웃렛 형태의 시설은 절대 입점시키지 않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드러난 ‘문화수익시설’의 정체는 지역상권의 블랙홀이 될 ‘유통시설’이었다. 이에 대해 신원 롯데쇼핑 대표는 “판매와 문화예술이 이뤄지는 신 개념의 쇼핑·문화공간”이라고 발표했다. 대전시도 “일종의 부대시설인데 롯데가 투자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반대급부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며 롯데 편들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본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공유지를 대기업에 상업용으로 빌려주는 게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유지는 말 그대로 공공의 용지로 사용 목적이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에 있다”며 “재벌기업한테 빌려줘 장사하는 데 쓰는 것은 공유지의 활용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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