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강태호(33) 씨는 최근 결혼에 성공했다. 배우자를 만나려고 지난해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스포츠 동호회에서 한 여성을 만났고, 수개월 간 교제한 뒤 결혼했다.
장 씨는 처음부터 결혼정보업체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돈을 내고 이성을 만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개팅도 여러 번 해봤지만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자를 만나는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등 인위적 만남을 피하고, 각종 동호회나 피트니스센터 등을 통한 좀 더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결혼정보업계의 지각변동을 야기하고 있다. 한 때 결혼정보업계 선두업체로 이름을 날리던 선우가 최근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는가 하면 몇 년 새 일부 주요 기업이 파산 절차를 밟으며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 동종업체 난립, 과다한 경쟁… 결혼정보업체 ‘휘청’
서울중앙지법 파산22부(정준영 부장판사)는 결혼정보업체 선우에 대해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선우 측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법원이 8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으며, 현재 관계인집회 절차까지 진행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선우가 업체 간 경쟁의 격화와 비용증가로 영업이익이 나지 않자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선우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는 저렴한 매칭 서비스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안정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현재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에서는 결혼정보업계 1세대로 평가받는 선우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대해 예견된 일이라고 진단했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개인 중심의 속칭 ‘마담뚜’가 성행했지만, 자본력을 앞세운 기업들이 결혼정보 사업에 뛰어들며 산업화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전후에는 선우를 중심으로 에코러스, 듀오 등 일부 기업만 경쟁을 펼쳤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이 사업에 뛰어든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지출되고, 경쟁기업 흠집 내기 등 혼탁한 모습을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선우 역시 경쟁에 밀리게 되고, 온라인 서비스 도입 등 차별화에 나섰지만,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중견 배우 선우용녀를 앞세워 마케팅을 벌였던 레드힐스 역시 지난 8월 파산했다. 이 때문에 이 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레드힐스는 현재 재혼 전문업체 행복출발이 인수한 상태다. 앞서 연극배우 손숙을 내세운 웨디안은 지난해 대표이사가 회사를 폐업한 후 야반도주했다.
결혼정보업체의 줄도산 현상에 대해 ‘돈이 된다’며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든 탓에, 중소규모의 업체가 난립하면서 생긴 출혈경쟁과 치열한 마케팅의 폐해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업계 선두를 다투는 듀오나 가연결혼정보 역시 상대방 깎아내리기 전략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게 현실이다. 비교적 늦게 업계에 뛰어든 '후발주자'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우ㆍ레드힐스ㆍ웨디안 이외에도 중소규모의 업체 역시 연쇄적인 도산의 위험에 빠져 있다”며 “적은 금액으로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 특성 때문에 무리하게 들어왔다가 결국 책임 없이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상품 취급 싫어” 결혼정보회사 꺼리기도
결혼의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결혼정보업체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모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결혼 패턴이 바뀌고 있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한 만남보다는 동호회나 학원, 피트니스클럽 등에서 호감 가는 사람과 교제하는 등 배우자를 직접 찾아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일두(35) 씨는 “내 스펙(SPEC : 직장, 외모 등)을 점수로 매기는 결혼정보업체를 보면, 나를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가기가 꺼려진다”면서 “헬스클럽이나 동호회 모임 등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말을 건다”고 강조했다.
결혼정보업계에서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정보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오프라인 만남에만 사업을 집중해온 결혼정보업체를 찾기보다 동호회는 물론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만남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지난해 설문조사를 통해 ‘배우자감을 찾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을 물은 결과, 미혼 남성 284명 중 31%가 ‘동호회 등 각종 단체활동’을 꼽았다. 여성들(284명)도 20%가 ‘각종 단체활동’이라고 답했다.
이혼녀를 부정적으로 보던 인식도 사라지는 추세다. 모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최근 재혼남ㆍ초혼녀 커플보다 재혼녀ㆍ초혼남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 앞으로 이 같은 결혼 패턴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성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스마트폰 미팅 앱’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을 통한 결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비에나래의 지난 10일 설문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약 61%가 ‘외국인과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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