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한 몸이 됐다. 두 정당은 지난 25일 “건전한 가치관과 정체성을 공유해 온 두 당이 하나가 돼 시대의 소명에 부응하고 국민 여망을 받들기로 결심했다”며 합당을 공식선언했다.
새누리당 측은 “이번 합당을 대선 승리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며 간만의 ‘호재’를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권에서의 지지 세력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이를 “정치 철새들의 이합집산”이라고 평가절하하며 “국민대통합을 하겠다더니, 보수대통합을 하고 있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향후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합당이 대선 정국에서 어떤 파괴력을 보일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 선진당 “백의종군해 정권 창출 헌신할 것”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서 나라의 안정과 국민의 행복을 키울 수 있는 건강한 정권을 창출하는 일이야말로 시대의 소명이자 국민의 여망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통합을 통해 당의 혁신과 정치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며 “당내 민주주의를 관철함으로써 대중정당의 위상을 강화하고 어떤 차별이나 특혜도 배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국정운영을 정상화하고 권력 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조치를 미루지 않겠다”며 “두 당의 통합이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하고 희망의 정치가 시작되는 새로운 출발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용광로의 쇠처럼 뜨겁게 결합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키겠다”며 “우리가 하나 돼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면 국민은 우리에게 위대한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선진당 대표와 국회의원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의종군할 것”이라며 “새누리당 지도부와 당원도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승리의 장정에 나설 것이다. 당원 동지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와 동참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과거사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박 후보는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 대통합을 이루려 하고 있다. 대통령직은 과거의 아픔을 끌어안고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야 할 숙명적 과제를 안고 있는 직책”이라며 “특정 자연인이 과거의 아픔에 대해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두 당의 통합이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기적을 만들어 낸 현대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발생했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는 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양당은 이날 합당이 “대전ㆍ충청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겠다”며 7대 지역정책 합의문도 함께 발표했다.
합의문에서 양당은 충청권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정부투자 규모 대폭 확대와 태안기름유출 피해 주민들에 대한 적극지원, 충남도청 이전에 따른 대전시 공동화 대책 수립 등을 내세웠다.
아울러 대전ㆍ충청ㆍ강원 지방은행 설립 및 금융활성화 방안 마련과 서울~세종시간 고속도로 신설, 세종시의 광역자치단체화, 선진당원에 대한 배려 등도 약속했다.
◇ “대선 승리 밑거름” vs “철새정치의 극치”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결정에 대해 충북지역 여야 정치권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통해 “두 정당의 합당은 대선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박 후보가 추구하는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또 “충북과 충청권이 다른 지역과 함께 동반성장하는 전기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은 아무런 감동도, 흥미도 주지 못한다”며 “박근혜 후보는 국민대통합을 하겠다더니 보수대통합을 하고 말았다”고 평가 절하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은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에 대해 “철새도래지의 완결판”이라고 비난했다.
문 후보 측 진성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같이 밝힌 뒤 “특히 선진통일당의 이인제 대표는 13번에 걸친 당적변경기록을 남기게 됐다”며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은 지조와 충절의 고장 충청도민들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영일 부대변인도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더니, 자신들은 흘러간 보수, 존재감 없는 보수 등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신자유주의노선으로 경제양극화를 초래했던 보수대연합은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과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대연합을 추진하면서, 중간층에게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이라는 말로 표를 달라는 것은 대국민사기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후보는 자신이 본심으로 추구하는 것이 보수대연합인지, 경제민주화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 “흡수합당 안돼”… 당내 반발도
선진통일당이 새누리당과 사실상의 ‘흡수합당’을 발표한 데 대해, 당내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류근찬 전 선진통일당 의원은 “선진당이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소멸하게 되는 처지가 한탄스럽다”며 양당 통합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새누리당과 합당한다는 것은 충청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는 것”이라며 “합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류 전 의원은 “독자 생존이 어려워 다른 정치세력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상대가 새누리당이어서는 안된다”며 “신행정수도 추진을 무력화시켜 가슴에 대못을 박고 비수를 꽂은 세력, 이명수 의원과 유한식 세종시장을 빼내 선진당을 붕괴시키려는 정치 공작을 자행한 세력이 새누리당”이라고 지적했다.
‘선진당 정상화를 위한 전국 당원협의회’도 이번 합당을 이인제 대표의 ‘매당’ 행위로 규정하고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표는 당 내외 현안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대표에서 쫓길 상황까지 몰리자 그동안 줄기차게 볼 멘 소리를 일삼고 흉을 보던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 살려 달라고 백기 투항을 하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협의회는 이어 “새누리당에서 자신만 가면 안 받아 줄 것 같으니 당과 충청인까지 도매금으로 넘기려 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이들은 양당간 통합을 막기 위해 지난 22일 법원에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상대로 한 ‘직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박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당내 반발은 4ㆍ11 총선 참패 후 불거진 이 대표 사당화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선진당은 이회창 전 총재의 탈당 이후 당이 구심점을 잃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자 집단탈당 등 극심한 내홍을 겪어 왔다.
당시 탈당 인사들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패배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이 대표가 당직자들의 반대에도 시ㆍ도당 당무감사를 강행하고 책임을 시ㆍ도위원장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격도 갖추지 않은 자신의 지지자 62명을 지역 당협위원장으로 대거 임명하는 등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의원 선거인명부를 마음대로 수정해 당명변경과 정강정책 개정을 밀어붙였다”며 비난키도 했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무효소송까지 제기되는 등 사당화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새누리당으로의 흡수합당이 결정되자 타오르는 불에 기름이 부어진 모양새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이회창 전 총재도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한 측근은 이 대표가 새누리당과의 합당 기자회견에서 이 전 총재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직ㆍ간접적으로 만난적도 없고 합당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후보가 직접 찾아와 부탁을 하는 것이 예의”라며 “이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 이 전 총재가 박 후보 밑으로 들어가는 형국이 아닌가. 그럴 위치에 계신 분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런 움직임도 전혀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을 보고 이 전 총재가 화가 난 상태”라고 전했다.
조순형 전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양당 정치체제의 폐해ㆍ부작용도 많아 제3당의 존재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합당으로 그냥 나간다는 것은 정당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 ‘충청권 맹주’, 4년 만에 역사 뒤안길로…
선진통일당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창당 2달 만에 18석을 차지하며 제3당으로 화려하게 부상했지만 이번 새누리당과의 합당을 공식화함에 따라 4년 여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남게 됐다.
선진당은 지난 2008년 2월1일 이회창 전 대표 주도로 창당됐다. 2002년 실시된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이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국민중심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심대평 대표는 한나라당과는 차별화된 정통 보수정당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 전 대표와 손을 잡았다.
이후 이 전 대표와 심 대표는 2008년 2월12일 국민중심당을 통합해 자유선진당을 창당했고 18대 총선에서 18석을 얻어 충청권의 맹주, 원내 제 3당이라는 지위를 확보했다.
이 때문에 선진당은 과거 김종필(JP) 전 의원이 충청권을 기반으로 했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서부터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비교섭단체에 머문 선진당은 창조한국당과 연합해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등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으로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서 국회내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됐고 2010년 6ㆍ2 지방선거와 7ㆍ28 재보선에서의 연패로 인해 당 분위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또 창당에서부터 당의 한 축을 담당했던 심 전 대표가 탈당하자 당 일각에서 제기되던 이회창 전 대표의 1인 독주체제에 대한 당내 비판도 더욱 심화되는 등 내부 분열이 극에 달했다.
이후 선진당은 변웅전 전 대표 체제로 변화했고 19대 총선을 1년여 앞둔 2011년 9월8일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 무소속 이인제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통합자유선진당’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에 맞서 새로운 제3세력의 탄생을 기반으로 한 핑크빛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19대 총선에서 5석을 얻는 등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총선을 앞두고 ‘이회창 대 심대평’ 구도로 내부 분열이 또 다시 불거졌으며 소속 의원들의 연이은 탈당으로 조직이 와해되기 시작한 것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대선을 불과 8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이회창 전 대표는 총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유선진당을 창당한 지 4년 3개월만에 탈당했다.
선진당은 이 전 대표의 탈당을 기점으로 이인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들어섰다. 이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에 취임하며 당명을 선진통일당으로 바꿨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독자 후보를 내기보다는 제 3의 대선 후보를 내겠다는 전략아래 안철수 후보 등과의 연대를 적극 모색해왔다. 하지만 독자 생존을 위한 이같은 계획이 불가능해지자 그 뜻을 접고 새누리당과의 합당을 전격 결정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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