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들의 스크린 전쟁… “한 판 붙자”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11-05 12: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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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vs 롯데 영화계 ‘맞수 열전’

한국 영화가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상반기 한국 영화 관객 수가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추석 극장가에선 한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무려 70%를 넘어섰다. 누적 관객 400만명을 넘어선 한국 영화만 현재 8편에 이른다. 올 들어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1000만 관객 동원 영화가 두 편이나 탄생했다.


한 영화감독은 “‘독립영화’요? 영화계에선 CJ나 롯데 같은 소위 ‘큰 손’들의 투자 없이 만들어진 작품이면 이 범주 안에 들지요. 투자부터 배급, 영화관까지 모두 대기업들의 수직계열화에 묶이다 보니 한 발이라도 걸치지 않으면 대박 영화는 나오기 힘들어요” 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CJ나 롯데같은 ‘큰 손’의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대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CJ와 롯데 등 대기업이 기획과 제작ㆍ배급ㆍ극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스크린 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화 편수가 늘어나면서 흥행작도 함께 증가했다.


◇ 멀티플렉스로 촉발된 CJ와 롯데 ‘전쟁’
영화 업계의 큰손으로는 단연 CJ와 롯데가 꼽힌다. CJ는 계열사 CJ E&M에서 영화 배급을 맡고, CJ CGV가 복합상영관을 운영한다. 롯데는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사업부에 롯데시네마,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소속돼 있다. 이곳에서 영화 배급과 투자, 영화관 사업을 운영한다.


두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재계 서열(공기업,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로 따질 때, 롯데는 5위, CJ는 12위를 차지하는 대기업이다. 이들 두 ‘큰 손’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대결은 진출 당시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결의 시작은 복합상영관이었다. CJ는 지난 1998년 CGV강변에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도입했다. 이후 멀티플렉스 문화를 확산시키면서 현재 91개에 726개 스크린의 영화관을 운영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내 극장 최초로 누적 관객 수 5억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롯데는 CJ에 비해 조금 늦은 1999년 9월, 롯데백화점 일산점에 첫 영화관을 오픈했다. 현재 롯데가 운영 중인 영화관은 85개관, 583개 스크린에 이른다. 2000년대 초반 두 회사는 잇따라 영화 배급과 투자 사업에도 도전했다. 영화 투자-배급-영화관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룬 셈이다.


◇ 한발 앞선 CJ… 롯데 ‘맹추격’
극장 사업을 놓고 보면 CJ 측이 한 발 앞서 있다. 영화관 수만으로는 CJ 91개와 롯데 85개로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점유율에서는 CJ가 롯데를 크게 앞서 있는 상태다. 롯데의 올해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28.6%지만, CJ는 42%를 넘어서 있다.


CJ CGV의 지난해 매출은 5480억원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700억원 안팎이다. 롯데의 경우, 별도의 실적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점유율(26.3%)을 기준으로 하면 매출은 3000억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올해 역시 CJ CGV 매출은 64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점유율로 평가한 롯데의 매출은 3500억원이다.


한승호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같은 지역에서 경쟁하면 관객들이 첫 번째로 CGV를 찾는 게 현실이다. 아이맥스, 3D 등 첨단 시설 극장을 선도한 쪽도 CJ인 만큼, 브랜드 파워에서 앞선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CGV가 시장을 선점한 영향도 있고, 과거 롯데쇼핑의 사업부로 존재하다 보니 쇼핑의 보완재 개념으로 영화 사업을 영위했다. 이 영향 때문에 점유율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고 자평했다.


롯데시네마 측은 뒤처지는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인 입점 전략을 펴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9년 손광익 대표 부임 후, 스크린 수 등 규모 면에서 CJ를 많이 추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잠실 제2롯데월드 등 첨단 시설을 갖춘 대형 극장을 지속적으로 오픈할 계획인 만큼 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점유율 또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종전 23%에 그쳤던 점유율이 손 대표 부임 이후 해마다 2% 정도씩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현재처럼 공격적으로 영화관을 오픈한다면 1~2년 안에 점유율 30% 벽을 넘어설 수 있다”면서 “앞으로 4D(3D 입체영상과 함께 의자의 움직임, 바람, 수증기 등 효과를 가미한 극장) 등 첨단 시설에서 CGV와의 격차를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의 쇼핑 시설에 지속적으로 입점이 가능하다는 점도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투자와 배급도 CJ가 앞서가는 가운데. 롯데가 그 뒤를 추격하는 모양새다. 상반기 CJ E&M에선 ‘댄싱퀸(400만명)’과 ‘연가시(440만명)’ 등의 히트작을 내놓았다. 특히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상반기 CJ E&M 영화 사업 매출은 872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측도 꾸준히 영화 투자와 배급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에 배급을 맡은 영화로는 ‘건축학개론(410만명)’,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은교(130만명)’, ‘이웃사람(240만명)’ 등이 있다.


한편 두 기업의 영화 산업 수직계열화에 일부에선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CGV와 롯데시네마의 전체 스크린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배급 부문에서도 대기업의 독과점이 심각했다.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의 지난해 관람객 점유율은 전체 관람객(1억5885만명) 중 절반이 넘는 52.2%(8231만명)에 달했다.


◇ 해외 시장으로… 넓어지는 ‘전쟁터’
두 맞수의 경쟁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CGV는 중국에 11개 극장, 78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 역시 6개관, 44개 스크린이 있다. 베트남 시장에선 롯데가 4개관, 18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CGV는 지난해 7월 아예 베트남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스타(Megarstar Media Company)’를 인수하면서 현지 업계 1위 사업자로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승호 애널리스트는 “국내 시장이 포화에 이른 만큼, 결국 베트남ㆍ중국 등 해외에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국내 멀티플렉스의 운영 노하우를 살리면 성공 가능성도 높다. CGV가 베트남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킨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떠오르는 영화 신흥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노이와 호찌민 중심으로 빠르게 도시화가 돼가는 상황에서 여가 시간을 즐길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부족해 영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체 인구의 52%가 25세 미만으로 향후 극장 시장의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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