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갔을 때, 이케아 매장을 본 적이 있다. 가구를 보고 한 눈에 반해,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할 날만을 오매불망 기다려 왔다” (소비자 정주현(35) 씨)
“이케아가 입점하는 순간, 한국 가구 업계는 끝장이다. 경쟁을 꺼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여건은 조성돼야하는 것 아닌가” (이원용 가구산업협회 사무국장)
세계적인 스웨덴 가구 기업 이케아(IKEA)의 국내 시장 진출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케아는 2014년 경기도 광명시에 7만8000㎡ 규모 대형 매장을 연다는 목표로 이미 작년 12월 한국 법인 등록을 마친 상태다. 합리적인 가격, 소형 주택에 적합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반기는 소비자가 많다. 반면 경기 침체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가구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 싼 가격ㆍ깔끔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 ‘인기’
이케아는 가구 업계의 ‘공룡’이라 불리는 세계 1위 가구 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연간 40조원에 달한다. 종업원은 13만1000여 명이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26개국에서 287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케아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이케아 제품이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해외에서 이케아를 이용해 본 사람들과 신혼부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케아 제품만 전문적으로 다루거나 구매 대행하는 쇼핑몰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을 정도다.
이케아의 강력한 무기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이 회사 가구의 대부분은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 : 구매 후 고객이 직접 조립ㆍ제작하는 시스템) 반제품으로, 박스째 배달해 인건비와 물류비를 줄였다. 국내에서 팔리는 비슷한 가구의 반값 수준이다.
스칸디나비아풍의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도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가구뿐만 아니라 모든 집 안 인테리어 용품이 다 모여 있어 세계 37개국의 300개 매장에 한 해 5억8000만 명이 찾고 있다. 이케아는 유통 및 포장·제조 등 비용을 철저하게 줄이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춘 저렴한 조립식 가구를 판매해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 ‘가구 공룡’ 공격, 생각보다 강할 듯
가구업계에서는 이런 ‘가구 공룡’ 이케아가 공격적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케아가 한국에서 4곳 이상의 매장을 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예상과 달리 5곳 이상의 매장을 개설하고, 2014년 개점 예정인 광명점이 세계 최대 규모 매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이케아는 매장 한 곳당 15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주요 고객은 20ㆍ30대의 젊은 층이다. 국내 가구시장 규모(5조원)를 감안할 때 수도권 2~3곳, 동남권 1곳 등 매장 3~4곳을 열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예상이 바뀌고 있다. 앞서 관계자는 “이케아의 중국시장 진출 전략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최소 5곳 이상, 많으면 10곳 가까운 매장이 들어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기존에 후보지로 꼽혔던 부산은 물론 대구ㆍ대전ㆍ광주 등 지방 광역시별로 1곳씩 매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는 이케아의 공격적인 중국 영업점 확대 전략이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국에서 5곳의 점포를 개점한 이케아는 2014년까지 7곳을 추가해 총 12곳의 매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베이징ㆍ상하이 등 대도시 위주였던 지금까지와 달리 우시ㆍ닝보ㆍ우한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거점도시 위주로 매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케아는 2014년까지 베이징과 상하이에 각각 2곳의 점포를 추가로 개설해 매장을 각각 3곳과 4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국내 수도권에도 3~4곳의 매장이 들어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2014년 개점 예정인 광명점의 규모도 세계 최대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용지가 상당히 넓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지난해 광명역세권지구에 7만8198㎡ 대지를 2346억원에 낙찰받았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대 점포는 지난해 하반기 오픈한 상하이 푸둥점으로, 대지 면적이 5만㎡가량이다.
이케아의 영업 전략도 철저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례로 중국 이케아 매장은 DIY로 유명한 이케아식 판매전략이 동양인 정서에 안 맞는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시공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푸둥점은 시공ㆍ배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워 판매 제품 중 부엌가구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고객들은 DIY 스타일을 꺼리기 때문에 이케아가 국내시장에서 고전할 수 있다’고 예상해왔던 국내 가구업계로서는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 국내 가구 업계 ‘비상’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임박하면서, 국내 가구 업계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이들은 이케아의 국내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중견 가구 업체와 대ㆍ중소기업을 아우르는 ‘가구산업발전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관세 제도와 관련해 ‘역차별’을 주장하는 등, 위기 대응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가구산업발전전문위원회’에는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가구산업협회 등 가구 단체를 비롯해 한샘ㆍ퍼시스ㆍ리바트ㆍ에이스침대 같은 국내 주요 가구 업체 대부분이 참여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가구 업체는 원자재로 파티클보드(원목을 가공해 만든 판상 재료)를 수입해 사용하면서 8% 관세를 물고 있다. 하지만 이 관세 제도는 수입 업체인 이케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국내 가구 업체들은 가격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구산업협회 이원용 사무국장은 “이케아 진출은 국내 가구 산업을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는 중요 사건”이라며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하기 위해 이케아의 국산 가구 취급 물량을 늘리거나 국내 업체와 공평하게 관세를 물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가구 업체도 위기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한샘이 국내에서 홈인테리어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규모나 역량 면에서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이케아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가구업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영세업체 보호’ㆍ‘상생’을 내세워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은 규제하면서 매장 한 곳당 연간 15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가구 공룡’은 그대로 둘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소상공인들은 더 나아가 이케아 입점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케아 입점 예정지 인근에 외국계 할인 매장인 코스트코까지 3만3000㎡ 규모 대형 매장을 조만간 열 예정이어서, 두 업체가 입점하는 순간 수원 가구 거리 등 ‘토종 골목 상권’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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