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없는 위성방송(DCS)’의 위법성 여부를 놓고 DCS 서비스를 제공하는 KT와 케이블TV업계는 그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제도연구반은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팽팽한 찬반 의견만 확인했다.
DCS는 방송법과 전파법에서의 위성방송사업 정의에 어긋난다는 케이블TV업계의 주장에 대해 KT는 기존에도 보조적 전송방식을 정책이나 기술기준, 시행령 등을 통해 수용한 사례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8월 DCS가 현행법령상 위법이라며 케이블TV업계의 손을 한차례 들어준 바 있다.
지난 7일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장은 ▲법 개정없이 DCS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법 개정을 통해 DCS를 허용하되 공정경쟁 관련 정책도 동시 도입 ▲수평적 규제 체계 수립을 통한 분류제도 개선 등 3가지를 정책 대안으로 제시하고 새로운 서비스 도입과 공정한 경쟁 수립 측면에서 마지막 대안을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토론회 참석자들은 DCS 서비스에 대한 찬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DCS에 찬성하는 토론 참석자들은 이러한 논란이 방통위의 규제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생긴 일종의 법·제도적 지체 현상으로 해석하고 관련법이 수립되길 기다리다가는 신기술이나 신규 업체가 사장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DMB, IPTV 등 과거 어떠한 기술도 소프트 런칭한 적이 없다는 게 증거”라며 “이미 기술이 존재하고 언젠가는 이를 위한 법이 만들어진다면 과도기에 적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공백기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미 시장에 안착한 사업자들이 신규 사업자의 등장을 가로막기 위해 이러한 법 지체 현상을 악용한다고 꼬집었다. 또 DCS를 허용하면 KT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지 모른다는 시장 일각의 우려에 대해 “아직 알 수 없는 일을 예단하고, 먼저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홍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방통위의 판단 근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DCS가 위성방송사업 허가 범위나 무선국 운용범위를 벗어난다는 게 방통위가 내세운 이유인데 허가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허가 당시의 상황에 기초한 기준이어서 현 시점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DCS가 음영지역 해소에 도움이 되는 만큼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한다면 법 자체를 개정하기보다 관련 기술기준을 도입해 선택권을 넓히는 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DCS에 반대 입장인 토론자들은 KT가 DCS 서비스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시청자의 이익 보호보다는 사업자적 동기가 작동했다며 법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류용현 변호사는 “DCS를 수용하면 무선방송통신 기술발전의 기반인 케이블 방송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으며 특히 거대 기간통신사업자인 KT의 유료방송시장 과점을 초래하고 방송사업자 간 공정경쟁 구조를 흔들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위성방송의 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보충적 수단으로 검토해볼 수 있으나 이를 넘어 법률개정을 통해서라도 수용해야 한다는 입법론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박승권 교수도 “소비자 선택이나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매체의 수가 충분히 경쟁적으로 존재해 특정매체가 소비자에게 배타적으로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사업적 경계가 모호하면 규제자나 사업자가 끊임없는 혼란과 민원에 휩쓸린다며 기존의 사업영역 획정이 무너지면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무엇보다 기술 발전에 맞춰 방송통신법 개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방송 기술은 발전하는데 이용자의 편의성은 점차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미 개발된 기술이냐 아니냐, 위법이냐 아니냐는 시청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시청자 편익이나 선택권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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