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장우진 기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키코(KIKO)’ 피해기업들로부터 사기혐의로 고발당한 시중은행 11곳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임직원 전원에 대해 형사처벌의 사유가 없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은행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 피해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또 금융소비자연맹(회장 이성구) 역시 키코 관련 검찰의 무혐의 발표는 공정사회 기분에 반하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검찰 “은행 잘못 없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지난해 2월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피해기업들로부터 사기혐의로 고발당한 우리은행·신한은행 등 시중은행 11곳 임직원 90여명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키코 상품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가 상품 자체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금융위기로 인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어 “계약 때 은행이 챙긴 수익은 계약금액의 약 0.3%~0.8% 정도로 다른 금융거래와 비교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손실은 본 것은 은행 측이 상품설계를 불평등하게 했거나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들 은행으로부터 키코 상품을 샀다가 손해를 본 기업들은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고발을 했다.
◇키코사태? 금융감독 부실
그러나 키코 사태를 단순 금융위기로 몰아가기는 무리가 있다. 당시 금융체계의 구조적 결함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키코 사태가 발생한 2008년 금융당국의 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금융위기 사태 이전까지는 한국은행에게 금융기관 단독조사권이 있었지만 이후 금융감독 체계의 문제점을 노출하며 감독기관이 금융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를 통해 금융위는 은행·증권·보험사에 대한 포괄적 감독권한을 갖게 됐으며, 한은 등 관련기관은 협력과 감독견제를 중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관련 기관의 협력과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 각종 금융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그 중 통합관리시스템의 문제 중 가장 큰 대미를 장식한 사건중 하나가 바로 ‘키코 사태’이다.
키코란 환헤지상품의 하나로, 미리 정해놓은 환율 범위 안에서 약정된 금액으로 외환거래를 하는 통화옵션상품으로 이익은 한정적인 반면에 피해정도는 무제한인 구조자체에 위험요소가 다분한 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원화 가치가 급락해 엄청난 손실을 낸 기업들은 키코 계약의 무효와 은행들의 손해배상을 주장하며 법정 싸움을 벌였으나 지난해 11월 118개사 중 19개 사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인정됐을 뿐 99개사는 기각됐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을 때까지 제대로 관리감독이 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금융위와 한은과의 통합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협력과 견제 등‘ 제한적 권한’만을 부여받은 한은은 금융위의 일방적 권한행사에 대응할 수 없었고, 금융위는 외압에 휘둘릴 수 있는 사회적 현실에 맞물렸기에 금융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런 관리체계의 모순에 지난 6월 임시국회에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된채 끝나고 말았다.
◇은행 잘못 피해자에게 돌려
검찰의 무혐의 발표에 공대위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검찰이 은행 측의 사기행위와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외면했다”며 “고소·고발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부분이 키코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은행의 부실한 설명만 듣고 계약했다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 역시 검찰의 이번 발표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소연 관계자는 “키코 관련 검찰수사에서 은행 및 임직원에 무혐의 발표는 은행 측에 일방적으로 편향된 판단이며 공정사회 기준에 반하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키코 문제는) 명백히 은행들이 정기예금보다 3~4백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영업을 추진 한 것”이었다며 “은행이 수수료에 눈이 어두워 수 백개의 기업에 사기성 불완전 판매 한 상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임직원과 은행의 경영진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 없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키코 관련 피해기업 628개 기업에 6조2000억원을 지원했다는 금감원의 발표와 관련해 “키코 문제의 핵심이 은행이 판매하면서 판매수익에만 집중했고, 가입 기업에게 위험부담에 대해 경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소연은 이번 검찰 수사 발표를 계기로 피해책임을 일방적으로 금융소비자가 부담시키는 풍토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검찰의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어 금융당국도 몇 백개 기업이 명백히 불완전 판매에 대한 피해 사례를 철저히 적극적으로 조사하여 엄격히 은행에 책임을 묻는 등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남희 사무총장은 “키코 사태는 현재 은행들의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보여준 것으로 관련자들의 양심적 고백을 통해 도덕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며 사법적 판단 이전에 경영진의 철저한 반성을 기대”한다며 키코 문제에 대해 국회, 감사 청구 등을 통해 반드시 피해기업이 보상 받을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키코사태란?
키코란 일종의 통화옵션상품으로 ‘Knock In Knock Out’의 약자이다.
은행과 기업이 미리 약정한 환율의 범위 내에서는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지만 범위 밖에서는 오히려 패널티를 부여받는 방식이다.
키코는 환율이 안정화되던 2006년 이후 가입자가 급증했다. 당시 환율은 약 950원 정도로 약정환율도 이 정도 수준에서 체결했다. 그러나 2008년 환율이 급등하며 약정 상한선을 넘어서자 기업의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에 따른 손실이 무제한이라는 점이다. 계약기간 중 한 번이라도 약정 하한선(Knock Out)을 넘게 되면 계약은 무효화돼 손해를 감수해야 하며, 상한선(Knock In)을 넘게 되면 계약 금액의 1~2배를 약정 환율에 따라 은행에 팔아야 한다. 즉 계약기간 내 환율이 계속 오르게 되면 기업이 입는 피해는 그만큼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중소기업이 키코에 계약한 이유는 환헤지 상품으로는 수수료가 싼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은 상품판매에 급급하여 위험요소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기업들의 주장이다.
장우진 기자(mavise1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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