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봤어요. 그거 보고 저, 김수현 씨의 ‘이모 팬’이 됐지요”
중국 칭다오에 거주하는 조선족 김승옥(40)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조선족 뿐 아니라,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한족 친구들 사이에서도 ‘해품달’은 인기를 과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해를 품은 달’은 아직 중국에 공식적으로 수출된 바 없다.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중국에서 벌써 1억명이나 봤다고 하더라”라며 “아직 공식적으로 수출도 안했는데 입소문으로만 이만큼 본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중국 공략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진출은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국내 콘텐츠가 중국인의 취향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다. 범람하는 불법 콘텐츠 때문이다.
◇ 국내시장 포화… 중국으로 눈 돌려
영화ㆍ연예기획 등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엔터 관련 업계의 중국 진출 필요성에 대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IFC몰 내 CGV에서 열린 ‘한국영화영상의 미래 10년을 말하다-한국영화영상미래정책 컨퍼런스’의 토론자로 참석한 자리에서 “국내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부가판권 시장이 최소 단계에 줄어있는 기형적인 산업구조 형태다. 과거 90년대 당시 은행금리가 12%를 넘었을 때 영화 투자를 주도했던 이들은 20%의 수익투자를 기본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마이너스 상태이다”라며 어려운 영화 산업에 대해 설명했다.
전 부집행위원장은 또 내수시장의 한계성을 해결하고 향후 10년간 한국영화의 미래와 아시아영화의 방향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중국과의 관계를 꼽은 전 부집행위원장은 중국과의 합작 및 전문 인력의 중국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중국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기에 한국의 우수한 영화 제작 인력이 한국 분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시도가 매우 필요한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들 역시 “다수의 엔터업체가 중국시장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관계자들은 “중국 진출을 계기로 회사가 성장할 수도, 아니면 점점 위축될 수도 있다. 이런 불확실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중국 공략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일단 ‘아이돌 신화’가 꺼지고 있는 것이 첫 이유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대놓고 이야기하긴 조심스럽지만, 이제 슬슬 10대 아이돌 열풍이 끝물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아이돌은 10년 이상 인기가 지속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5년만 돼도 ‘낡은’ 이미지를 피하기 어렵다. 그는 “아이돌은 오래 키워야하고, 실패 위험도 높다”며 “짧고 굵게 가져가려면 중국시장을 어떻게든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다른 이유는 현재의 일본 편중 현상 때문이다. 최근 싸이가 미국, 유럽 등지에서 많은 음반을 팔았지만,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할 순 없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시장은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권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본력이 갖춰진 곳은 일본 뿐이다.
◇ 일본과는 다른 새로운 전략 세워야
국내 1위 연예기획사로 알려진 SM엔터테인먼트는 이 때문에 자회사 SM C&C를 통해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수만 회장이 뭔가 변해가는 분위기를 감지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강호동ㆍ장동건ㆍ신동엽 등 굵직한 거물을 잇따라 영입하는 건 분명히 전략 변경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이돌 열풍 때문에 K팝 업체들이 뜨는 양상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돈이 안된다”면서 “일반적으로 상품엔 자산의 노후화, 생산능력 감소 등을 반영하는 ‘감가상각’이란 게 있지 않느냐. 아이돌에도 이 감가상각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연예 콘텐츠의 경우 중국 공략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불법 콘텐츠가 넘쳐나는데다, 공식적으로 진출해도 수익은 현지 업체가 가져가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경우 중국은 분장제(일정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방식)보다 매단제(한번에 대금을 주고 사오는 방식)를 선호한다. 분장제를 채택한다고 해도 실익은 크지 않다. <아저씨>, <해운대> 등의 영화가 분장제 방식으로 중국에 수출됐지만 관련 매출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 가수의 콘서트 또한 국내업체의 몫은 크지 않다.
신필순 키이스트 대표이사는 “중국은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가급적 돈을 주고 사서 즐기는 일본 고객과는 그 특성이 다른 만큼, 일본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전략을 수립해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