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장우진 기자] 상조업계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일까.
최근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을 받으며 상조업계의 비리에 대해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 자료에 의하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상조업체는 300여개이고, 가입자는 35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들 중 40%는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나 재무부실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재무적인 문제도 있지만 오너들의 각종 횡령 등 비리가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보람상조 외에도 매출 1위를 자랑하는 현대종합상조 등 수많은 업체 대표들이 횡령과 불법거래 등으로 수십에서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상조업체의 구조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상조업계…“횡령이 유행이야?”
최근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이 회삿돈 횡령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최 회장은 지난 2007년 ‘보람 장의개발’이라는 개인 사업장 형태의 장례서비스 대행업체 운영을 통해 돈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총 301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이와 같이 구조적인 문제를 악용해 횡령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민상조 나기천 대표가 121억원을 횡령으로 구속됐다.
나 대표는 임직원들과 짜고 회사주식을 고가로 사거나, 거래처와 짜고 거래한 것처럼 속이는 등 수법으로 횡령했다.
또 보람상조와 상조업계 양대산맥을 이루는 현대종합상조도 횡령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회원을 모집한 것처럼 위장해 허위 모집수당을 차명계좌로 수령하고, 협력업체 보증금이나 장례물품 단가를 부풀린 후 차액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131억원을 횡령하다 덜미를 잡혔다.
일반적으로 상조업체들은 영업사원 등 회원을 모집한 경우 회원 불입금 20%정도를 모집수당으로 지급한다. 박 회장은 이 허위 모집수당을 빼돌린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수많은 회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로 막대한 이득을 취한 점을 고려하면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런 암흑의 손길은 중견기업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9월 한라상조도 2004년부터 친인척들에게 공로수당을 지급하는 것처럼 속여 25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한라상조는 2003년 법인으로 전환했으며, 전환되고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이 같은 악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고객 돈을 내 돈 같이
문제는 이렇게 횡령한 돈이 대부분 고객들의 불임금이라는 점이다.
회사 대표들이 이 같이 손쉽게 횡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구조체계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할부거래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법적으로 불입금 중 일부를 예치해둬야한다는 규정조차 없었다. 즉, 업체들이 가입자 수를 허위보고한 후 고객 불입금이나 모집수당 등을 횡령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횡령한 고객들의 돈은 대부분 영업이나 광고비 등으로 지출했으나 부동산 장만, 펀드 투자 등 사적인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심지어 불법대출을 통해 이자를 챙기는 일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조업체의 재무구조가 취약함에 따라 고객 환불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위 10대 상조업체 중 4군데는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불입금은 나중에 고객에 돌려주어야할 일종의 보험금이지만 업체들은 횡령 혹은 광고 등 운영비로 써버려 중도에 고객이 계약해지를 원하더라도 환급해 줄 능력이 안되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9월 할부거래법이 시행되면서 구조적 개선에 들어갔다. 신규업체 대상으로 고객 납입금의 50%를 의무 예치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업체들은 우선 고객 불입금의 10%를 예치하고 매년 순차적으로 그 비율을 늘리도록 했다.
고객 불입금을 의무예치 하도록 하므로써 허위 모집수당 등의 사전방지와 고객이 계약해지 요구시 불입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은행에 충분한 자금을 예치하도록 했다.
◇할부거래법 시행…“실효성 어디까지”
상조업계에서는 이번 시행령으로 소비자 피해는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조업체의 부조리를 해소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는 분위기다.
은행예치금이라는 것은 고객가입에 따른 불임금 중 일부를 예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시 말해 고객 가입여부를 허위보고 하더라도 은행예치만 되면 역시 감사기구의 눈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입금은 대부분 현금결제를 하기 때문이 이 역시 거래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금거래는 자금의 투명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회사내 감찰기구의 영향력도 문제시 되고 있다.
이에 보람상조 관계자는 “회사내 감찰기구가 있고 은행예치금 등 법에 따라 운영을 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며 “(최철홍 회장이) 횡령한 300억원도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데도 회사대표 횡령에 따른 징역 3년의 재판결과가 나온 것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장우진 기자(mavise1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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