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소비자가 부활, "신라면 블랙, 가격 내 맘대로?"

김재진 / 기사승인 : 2011-08-04 09: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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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0원으로 하루 만에 가격인하…'믿을 수 있나'

권장소비자가격이 부활되면서 업체는 가격결정과 물량공급에 혼선을, 소비자들은 1년만에 바뀐 제도와 업체의 횡포에 이중으로 피해를 겪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오픈프라이스 제도 폐지를 발표하고 지난 1일부터 권장소비자가격 제도 시행에 들어가면서 하루빨리 권장소비자가를 표기하도록 해 유통업계는 가격책정과 물량공급 등에 난감한 입장이다.


제품이 한두가지도 아닐뿐더러 다른 업계의 분위기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당장 마트 등에 권장소비자 가격이 표기되있는 포장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정부방침에 불만이 쌓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유통업계가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 있어 이에 대한 신뢰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제품에 대해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신라면 블랙 가격이 논란이 된 것이다. 농심 신라면 블랙은 처음 책정가격 1600원에서 하루만에 1450원으로 인하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하루만에 가격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에 권장소비자가격의 신뢰도에 의구심이 생긴 것이다.


결국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과 이를 이용한 업체들의 횡포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물가잡기 핑계? 정부의 무책임함



정부는 지난해 7월, 물가잡기의 방안으로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했다. 권장소비자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어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즉, 가격표시만 없다면 업체 간 경쟁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예측은 1년 만에 보기좋게 빗나갔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오픈프라이스 제도 시행 이전, 개당 471원이던 빙과류 빙그레의 메로나 값은 1년 만에 642원으로 36%나 올랐다. 개당 1015원이던 롯데제과 월드콘은 1105원으로 9% 올랐다.


또한 정부의 가격통제권이 사라지자 물가가 오르더라도 이를 압박한 근거를 찾을 수 없게 됐으며 업계는 이를 교묘히 이용했다.


결국 이같은 정부의 시행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왔다. 소비자들이 일일이 제품가격을 비교하기 어려운 현실에 업계는 가격을 올렸으며,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에는 동일제품의 가격이 2~3배나 차이나는 경우도 생겼다.



◇유통업계 “당장 가격표시? 무리다”



정부는 지난 6월말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오픈프라이스 제도 시행 1년 만에 이를 폐지하고 다시 권장소비자가격을 부활시켰다.


지식경제부는 빙과, 아이스크림, 제과, 라면 등 4개 품목에 대해 권장소비자가격 제도를 부활시켰으며, 권장소비자가격 제도가 마지막으로 시행되던 지난해 6월 말 가격을 참조해 지난 1일부터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업계는 당장 이를 시행하기는 무리라는 의견이다.


농심과 롯데제과 등은 일부 제품에 대해 가격을 책정했지만 전 품목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또, 오픈프라이스 제도 시행 이후 출고가격을 인상한 빙과나 과자는 오픈프라이스 제도 이전 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문제와, 할인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가격에 큰 차이가 있었던 점에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유통과정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유통대리점 공급가 조율부터 재고처리, 새로운 포장지 수급 등 권장소비자가 제품 판매 및 표기제품 공급 등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포장지의 경우 새로 주문해 공급받기 위해서는 최소 90일이 소요되는데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여파로 원자재 수급이 중국으로 몰려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한 업체들은 가격책정에 있어 타 업체들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섣불리 제품가격을 책정했다가는 자칫 동종업계와 소비자들로부터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결국 ‘피해부메랑’ 또 맞나



농심은 대표제품인 신라면과 안성탕면 가격은 오픈프라이스 제도 시행 전 가격 730원과 650원으로 각각 결정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과 수타면을 700원, 맛있는 라면은 900원으로 책정했다. 오뚜기는 역시 지난해 6월 가격인 720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농심은 최근 가격논란이 됐던 신라면 블랙을 공장도가격 1155원, 권장소비자가격을 1600원으로 결정했으나 하루만에 1450원으로 가격을 인하했다.


농심 측은 오픈프라이스 시행 이후 생산된 제품으로 오픈프라이스제도 이전 가격이 기준이 되지 않으며, 마진 등을 고려했다며 초기 1600원으로 결정했으나 하루만에 1450원으로 인하해 논란이 됐다.


농심 측은 “물가 상승고려와 서민경제 고통분담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공정위 발표 후 여론의 압박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업계의 분위기다.


또 이유를 막론하고 권장소비자가 제도 부활 후 가격을 책정한 몇 안되는 제품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1450원으로 인하한 것 대해 유통업계가 정한 권장소비자가격이 소비자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게 된다.


소비자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모 업계 관계자는 “포장지를 다시 바꾸는데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며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한다고 제품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부의 무책임한 제도변경과 이를 이용한 유통업체들의 횡포에 결국 애꿎은 소비자들만 혼선을 빚고 있다.



김재진 기자(webmaste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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