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장우진 기자] SC제일은행 파업사태가 그 끝을 모른채 노사공멸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사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금융노조 위원장이 직접 나서 협상테이블에 앉았으나 결국 의견을 좁히지 못한채 결렬됐다.
사태가 벌써 6주째를 접어들며 금융권 사상 최장기간 파업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노사가 보인 행태도 막장 말 그대로다.
노조는 영국 현지로 건너가 영국시민을 대상으로 선전물 배포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사측은 노조가 임단협만 합의되면 파업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에도 성과급제 등에 대해 주장을 굽히지 않아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SC제일은행은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으며, 은행고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파업이 장기화 되자 어느 쪽도 이해할 수 없다며 관심조차 멀어져가는 상황이다.
◇노사협상 가능성?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일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과 SC제일은행 리처드 힐 행장은 노사 각 3인으로 구성된 노사교섭위원을구성해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주요쟁점에 대해 협의를 벌였다. 그러나 사측이 기존입장을 굽히지 않자 금융노조는 결국 협상중단을 선언했다.
노사교섭 위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총 네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매번 이렇다 할 협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금융노조가 직접 나섰음에도 결국 파업의 종결을 짓지 못한 것이다.
노조 측은 임금인상 등 2010년도 임단협만 합의되면 파업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개별성과급제 △후선발령제도 전직원 확대 △상시 명예퇴직제도 폐지 등을 임단협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측의 주장은 현재 타 시중은행에서는 도입하고 있지 않는 내용으로 노조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의 이런 강경한 태도는 파업 이전부터 계속됐다. 그러나 고객 예치금이 빠져나가고 신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자존심 문제라는 분위기도 있다.
현재 노조 측은 속초에 집결해 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 13일에는 노조원 약 500여명이 서울로 올라와 대국민 선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측과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이번에는 아예 영국 현지로 날아가 영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거리선전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영국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런) 노조의 행동에 사측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노조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銀, 고객떠나고…신용하락하고…‘신입행원 채용계획은 윤곽조차 없어’
문제는 이번 파업의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조 측은 지금까지 진행해 온 파업과정을 볼 때 쉽사리 사측의 의견을 받아들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SC제일은행 측의 행보다. 사측은 노조와의 갈등 외에도 이번 파업으로 여러 방면에서 궁지에 몰려있다.
우선 고객들이 등을 돌린 점이다. SC제일은행은 총 파업 이후 고객예치금이 약 1조원 가량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식 발표보다 수신 감소액은 훨씬 클 것”이라며 “당장 수치상의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6개월, 1년 뒤 실적에 타격이 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SC제일은행의 신용도도 추락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SC제일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기관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입사원 채용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타 은행들은 고졸출신 직원 등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SC제일은행은 이와 달리 채용규모나 일정에 대한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정규직 채용은 국가보훈대상자 법정 채용 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지난 5월 22명을 뽑은 것이 전부다. 계약직까지 포함하면 지난 4월 창구직원 100명을 채용했으나 노조가 사측의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에 반대해 쟁의행위에 나서며 결원이 생겼다. 지난 5월말 경고성 파업 이후에는 이탈자까지 나와 현대 70여명만이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노조가 파업 등 쟁위행위 기간 중에는 대체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는 노조법 때문이다.
이에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신입행원을 채용하지 않는 것은 파업 때문은 아니다”라며 “향후 채용계획은 파업 여부와 무관하게 구체화 된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역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지난달 22일 급여를 받지 못했으며, 오는 15일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8월 급여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노사는 모두 ‘협상이 계속돼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상호간 입장을 좁히지 못한채 파업이 지속돼 노조는 임금을 받지 못하고, 사측은 점차 고객과 신뢰도를 잃어가며 결국 국내시장에서 좌초돼 ‘공멸(共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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