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여야 구분 없이 한목소리로 저축은행 부실감독과 관련 금융당국을 강력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 청문회가 증인 불발로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간 막판 극적인 협상이 이뤄진다면 오는 11일과 12일 양일간 청문회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현재 초미의 관심사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이 심각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영업정지를 하지 않아 사태가 악화된 것이라며 집중 성토에 나섰다.
지난 3일 열린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금융당국의 부실감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이 심각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영업정지를 하지 않아 사태가 악화됐다고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따졌다.
◇신학용 의원등 野 의원 정부 강한 성토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은행에 대한 감독과 검사가 적절히 이뤄지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금융감독위원회는 부산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기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과 불법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직접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영업정지를 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우제창 의원도 “부산저축은행은 말도 안되는 허위 과장 광고를 보고 후순위채권을 판매했다. 그럼 그 후순위 채권은 손해배상 채권으로 보아 동일하게 보호해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같은 당 조영택 의원 역시 “예금보험공사가 삼화저축은행 자산부채 평가를 한지, 2일만에 매각을 공고했다”며 “마치 신랑을 정해놓고 결혼식을 추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현재로서는 거의 다 무산돼고, 착공된 곳이 한 곳도 없고, 땅만 비싸게 사서 공사가 중단된 부산저축은행의 4대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금감원이 무리한 PF를 일반 PF와 구분하지도 않고 진행시켰다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같은 당 신지호 의원도 “이 엄청난 사태의 배후는 대한민국의 어떤 권력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금융마피아가 모든 사태의 주범이라고 본다”며 “금감원은 2007년에 저축은행을 감사해서 상호저축은행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무슨 조치를 취했는가”라고 추궁했다.
같은 당 이진복 의원 역시 “자기 자본완전 잠식하면 요주의로 분류해야는데 이것도 안했다. 그러니 감독원은 아예 일을 안한 것”이라며 “금감원은 지난해 8월, 검사에게 부산저축은행의 위법·부당한 행위를 상세히 기술해서 보냈다. 이것을 보낼 정도면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 문을 닫게 했어야 했다”고 금감원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권혁세 금감원장이 “보통 BIS 비율이 떨어지거나 불법 대출을 발견하면 당장 예보 기금 통해 문을 닫게 하기보다, 책임있는 대주주에게 증자를 유도해서 살 수 있도록 한다”고 답하자 정두언 위원장은 “저축은행에 기회 주는 것은 이해하는데 개개인은 불법 행위를 한 것이다. 조치했는가”라며 “그것만 제대로 해도 상황은 바뀌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與, 증인 채택 현직은 안돼 청문회 ‘무산위기’
한편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활동시한을 9일 앞둔 지난3일 여야의 국정조사 증인채택 협상이 또 다시 결렬돼 청문회 개최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정조사 관련법에 따르면 청문회 개최를 위해서는 7일 전에 출석할 증인 및 참고인들에게 증인 선정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활동 시한이 오는 12일까지인 국조특위의 일정상 3일과 4일 내에 증인이 채택되지 않으면 청문회는 무산된다.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양당 원내대표와 양당 간사가 어제(2일)에 이어 오늘(3일) 다시 모였지만 역시 증인채택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민주당은 증인으로 감사원의 저축은행 감사 당시 감사원장이었던 김황식 총리와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였던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영수 전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을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정 전 정무수석과 이 전 위원장을 받겠다고 했었는데 막상 협상에 들어가니 이 전 위원장은 절대 안된다고 한다”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이어 “어제 국조특위 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도 감사원장이었던 김 총리가 출석해야 한다는 것에 많이 동조했었는데 막상 협상에 들어가니 총리를 못 준다고 한다”며 거듭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우선 현직은 증인 채택에서 배제키로 양당이 약속했다고 해서 어제 김 총리는 내가 당시 감사원장으로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공식적으로 증인 신청을 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본질과 상관없는 정략적 도구에 불구한 증인을 위주로 합의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정조사의 본질을 흐리고 진상규명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간사협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앞서 양당 원내대표와 간사는 저축은행 국정조사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했으나 여야 간 이견만 확인한 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편, 이날 오후 속개된 회의에서도 여야는 이 전 위원장과 정 전 수석 등을 거론하며 서로 증인채택 무산에 대한 책임을 떠넘겼다.
우 의원은 “정 전 수석은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여서 해야한다. 그래서 우리가 협상이라고 했더니, 한나라당 간사인 차명진 의원도 그 정도면 정 전 수석과 이 전 위원장은 우리가 하겠다고 말했었다”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이에 차 의원은 “협상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은 협상을 하는데 있어서 합리적이지 않다”며 “마지막 패를 열었는데 이것이 맞지 않아 전체 협상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마지막 패가 안맞는다고 전체틀을 깨는 것이 어딨느냐는 질문은 협상 전체 과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정두언 위원장도 “이제 이 이야기는 더 할 필요가 없다. 청문회는 안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오늘 증인이 채택되지 못하면 사실상 청문회는 무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오후 6시50분께 조사 중지를 선포하고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양당 간사와 막판 협의에 들어갔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이날 오후 8시 40분께 조사를 속개했으나 여야 간사간 증인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증인 채택 의결을 미룬 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기관 보고만 진행했다.
차명진 의원은 “일단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더 이상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야당과의 협상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내일 황우여 원내대표와 논의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4일 저축은 국정조사 청문회 개최를 위한 증인 채택 등 쟁점 현안에 대해 일괄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핵심 증인 선정을 둘러싼 이견이 커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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