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약가인하 저지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약제비 합리화 방안’과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약가인하 방침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에 제약업계는 현실을 무시하는 정책이라며 강한 반발에 나섰다.
제약협회는 탄원서 제출 등 정부의 추진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복지부가 추진 중인 약가인하 방침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태풍이 한바탕 지나간데 이어 숨고를 틈도 없이 추가 약가인하라는 또 한 번의 카운트펀치를 맞을 위기에 있어 어떻게든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리베이트로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려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협회가 형식적 움직임을 보일 뿐 이를 저지하는데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어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정부, 계속되는 약가인하 추진
정부가 추진중인 약가인하 방침은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의결된 ‘제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20)의 일환으로 이는 현재 약값 결정방식 등의 불합리성 및 불필요한 약품에 대한 과다 지출 등 문제가 거론됨에 따라 약품비 합리화를 위한 새로운 약가산정 방식을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또, 한바탕 태풍이 지나갔던 리베이트 사태와 관련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해 리베이트를 단절시키겠다는 의지도 있다. 리베이트만 확실히 근절되더라고 업계가 주장하는 피해액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2일 리베이트 행위로 적발된 제약사의 의약품 약가인하가 발표됐으며, 추가 리베이트 약가인하를 추진 중에 있다.
의도는 좋지만 제약업계에서 보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특허가 만료된 신약은 현재 기존판매대비 80%에서 70%로 낮아지며, 복제약은 68%에서 56%로 가격인하 한다는 방침이다. 또, 일 년이 지나면 신약과 복제약 모두 기존 판매가 대비 50.4%로 통일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차라리 우리를 죽여라”
제약업계는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계속되는 약가인하 정책은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결국 제약업계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정부가 지난 2007년에 추진한 ‘약제비 적정화방안’으로 인해 약 2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정책이 도입될 경우 최대 3조원 가량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약가인하 방침에 제약협회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수차례 보였다.
협회는 지난달 18일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이 끝나는 2014년 이후 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청와대·국회·보건복지부 등에 제출했으며, 지난 5일과 8일에는 ‘제약산업에 대한 가혹한 약가인하 정책은 재고되어야 합니다’라는 성명광고문을 주요일간지에 게재했다.
지난 10일에는 ‘한국제약협회 제3차 이사회’를 개최했다. 정부의 약가인하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이사회는 “기본적 생존기반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하여 추진하는 보건복지부의 가혹한 ‘추가 약가인하 정책’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또 “8만 제약인 중 2만의 실직자가 나오는 ‘고용해고 사태’를 불러올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제약산업이 망함으로써 국민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사회는 생존의 문제가 달린 추가 약가인하를 저지하기 위해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과 함께 물리적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하고 ‘제약산업 말살하는 비상식적 약가인하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성명서는 추가 약가인하 정책이 강행 될 경우 제약산업의 생존을 위해 모든 방법을 불사할 것을 밝히며 보건복지부에 △제약산업을 말살하는 비상식적 약가인하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추가적 일괄 약가인하늬 근거를 재검증하고 합리적 약가인하 기준을 제시하라 △이해 당사자 간 합의를 바탕으로 약가 정책을 수립하라 △일관된 약가정책으로 예측 가능한 시장을 환경을 조성하라고 촉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정적 여론·협회는 딴 짓…“이래서 되겠어?”
그러나 일각에서는 협회의 이런 움직임만으로는 정부의 방침을 저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사태로 인해 국민여론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상태다. 리베이트 여파로 2분기 실적도 전년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리베이트 영업을 못해 실적이 떨어졌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업계는 그 동안 리베이트라는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번 사태로 깊게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국민이 얼마나 알아줄 지는 미지수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간지에 성명광고를 낸 것이 얼마만큼 효과를 볼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리베이트 건이 되새김질 하듯 계속 노출돼 이미지만 실추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협회의 움직임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약협회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매출 50억원 미만 제약사에 대해 준회원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에 준회원을 모집하는 것은 결국 세력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제약협회 관계자는 “준회원사 도입은 협회소속 바이오의약품정책팀이 신약개발 등 회원사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반 업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미영 기자(webmaste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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